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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 속 계단식 논 — 경지면적/농지 카드
KIFC 리포트 /

보조금이 작은가, 구조가 문제인가 — 한국 직불제를 다시 설계한다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한국 농가는 직불금을 너무 적게 받는다”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2024년 기본형 공익직불금은 약 2조 3천억 원이었고, 약 128만 농가·농업인에게 지급됐다. 총액을 지급 대상 수로 나눈 평균은 약 180만 원이다. 그러나 이 평균만으로 지원의 충분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평균지급액은 직불금 지급 총액 ÷ 농가 수 또는 경영체 수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총액에 넣고 누구를 분모로 삼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

한국은 경지면적에 비해 농가와 등록 경영체가 많다.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한국 1.54ha, 일본의 농업경영체당 경영경지는 3.6ha, EU의 농장당 이용농업면적은 약 17.8ha다. 정의와 기준연도가 달라 엄밀한 순위표로 쓸 수는 없지만, 같은 면적당 단가를 적용해도 한국의 농가당 수령액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총액과 분모의 함정은 「한·일 직불금, 총액보다 설계다」에서 자세히 다뤘다. 이 글은 그다음 질문, 즉 재정을 어떤 역할로 나누고 옮길 것인지에 집중한다.

표 1. 면적을 함께 본 한·일·EU 농업 구조
구분평균 경영면적기준직불제 해석에서 중요한 점
한국1.54ha2024년 농가 수와 경지면적의 단순 환산경지에 비해 농가가 많아 총액을 나눈 평균지급액이 작아진다
일본3.6ha2025년 농업경영체당 경영경지한국보다 크지만 소규모·고령화라는 구조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EU17.8ha2023년 농장당 이용농업면적면적 기반 지원의 바탕이 되는 평균 경영 규모가 훨씬 크다

세 나라의 차이는 이름이 아니라 지급 조건에 있다

EU·일본·한국은 모두 소득지원과 공익 보상, 생산정책을 함께 쓴다. 차이는 어느 사업이 제도의 중심에 있고, 지급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있다.

표 2. EU·일본·한국 직불제의 무게중심
구분제도의 큰 축주요 지급 조건구조정책과의 연결
EU적격 농지 면적에 따른 BISS활동농업인, 농업활동, 조건성 준수첫 면적 재분배, 청년농 지원, 에코스킴을 함께 운용
일본논의 타작물 전환과 밭작물 생산·판매, 지역 공동활동대상자·품목·출하 및 활동 실적쌀 정액 직불을 없애고 농지 집적·목적형 사업으로 재배치
한국소농 정액 + 면적 역진의 기본형 공익직불실경작과 준수사항, 소농 요건전략작물·친환경 등 선택직불이 있으나 기본형 비중이 크다

EU는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한 소득지원을 큰 축으로 둔다. 공식 명칭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본소득지원(BISS)’이지만, 일반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활동농업인이 적격 농지를 보유·사용하고 농업활동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연간 면적직불이다. 여기에 소·중규모 농장의 첫 면적에 더 지급하는 재분배 지원(CRISS), 청년농 지원, 환경 활동을 보상하는 에코스킴을 결합한다. 현행 에코스킴은 2023년 시작됐고 2023~2024년의 초기 이행기를 거쳐 운영되고 있다.

EU형을 단순히 “규모화된 농업에 면적대로 주는 제도”라고만 부를 수는 없다. 다만 농업소득 지원의 바닥이 면적 기반이라는 사실도 분명하다. 이미 농지 집적이 상당히 진행된 구조에서 재분배와 환경 조건을 보강한 EU와, 평균 경영면적이 1.54ha인 한국은 출발점이 다르다. 한국은 규모화와 농지 이양의 기반을 충분히 만들기 전에 소농 정액과 면적 역진을 기본형의 중심에 놓았다. 이 정책 순서가 현재 농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

일본은 왜 쌀 정액 직불을 없앴나

그렇다고 일본이 쌀과 논에 대한 지원을 모두 없앤 것은 아니다. 주식용 쌀을 재배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던 정액 직접지불을 없애고, 논에서 밀·콩·사료작물 등을 생산하는 전환과 농지 공동관리, 가격·수입 위험 대응으로 재정을 옮겼다. 2024년 논활용 직불은 2,747억 엔, 23만 1,104건이었다.

밭작물 직불도 누구에게나 지급하지 않는다. 지급 대상자, 지급 대상 품목, 생산·판매 실적이라는 세 단계 문턱이 있다. 대상 품목은 맥류, 대두, 사탕무, 전분용 감자, 메밀, 유채로 한정되며, 자가소비가 아니라 수요에 근거한 생산과 판매를 증빙해야 한다. 무·배추 같은 일반 원예·채소는 이 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논활용·밭작물·수입감소완화 장치는 한·일 직불금 비교 글에서, 채소 가격 위험을 생산자 참여와 세 층의 안전망으로 다루는 방식은 일본 채소 가격 안정제도 분석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한국의 쌀 문제는 ‘직불 하나’가 아니라 약한 전환 신호다

한국의 기본직불은 작물과 연계되지 않는다. 논에서 쌀을 심든 다른 작물을 심든 요건을 충족하면 지급된다. 이 제도가 쌀 과잉을 직접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쌀이 가격과 판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작물인 상황에서 기본직불은 다른 작물로 옮겨 갈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전략작물직불이 쌀과 다른 작물 사이의 수익·위험 격차를 충분히 메우지 못하면 기존 선택이 유지된다.

면적직불이 농지 이동과 만나면 생기는 위험

면적 기반 기본직불은 농가 소득과 공익활동을 지지한다. 그러나 농지를 계속 보유·경작해야 수급권이 유지되고, 은퇴와 장기 임대를 돕는 정책이 약하면 고령농은 농지를 넘기기 어려워진다. 농지가 움직이지 않으면 청년농과 성장농도 연속된 필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 경로는 「한국 직불제와 규모의 함정」에서 별도로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비농업 투자자의 농지 소유·임차 비중이 큰 회원국에서 기본직불이 임차료와 지가에 반영돼 청년농과 확장농의 진입·성장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크기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면적직불을 확대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경로다. 핵심은 기본직불을 없애느냐 유지하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생계보장을 농지에 계속 묶어 둘 것인지, 전환 기간을 두고 사람·농지·농업활동의 정책 계정으로 나눌 것인지가 핵심이다.

재설계의 출발점 — 네 개의 정책 계정을 분리한다

기본직불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사업만 덧붙이는 방식은 작동하기 어렵다. 일본도 정액 쌀 직불을 유지한 채 목적형 사업만 더하지 않았다. 기존 지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논활용·농지 집적·공동활동으로 재정을 옮겼다. 한국도 소득보장과 농업정책의 역할을 다음 네 계정으로 분리해야 한다.

생계가 어려운 농가에는 경지면적과 무관한 한시적 복지정책과 기본소득형 지원으로 보완해야 한다. 고령농에게는 농지이양 은퇴직불과 농지연금, 장기 임대료를 결합할 수 있다. 농지를 넘긴 고령농이 공동경영체나 농업법인의 주주로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농지는 청년농과 성장농, 공동경영체에 우선 집적될 수 있도록 하되 장기 임차권과 투자 회수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농업직불은 농지관리, 환경보전, 전략작물 생산처럼 확인할 수 있는 활동과 성과에 지급해야 한다. 가격 위험은 상시 직불의 확대가 아니라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작동하는 보험·가격안정·수입보장으로 분리한다. 그래야 직불금이 ‘농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농업활동을 구매하는 재정이 된다.

표 3. 한 번에 뒤집지 않는 전환 설계
전환 단계해야 할 일확인할 지표
1단계: 분리기본직불 수급자의 소득·연령·임차·품목을 연결해 생계, 농지, 생산 목적을 구분한다목적별 수급자·예산 기준선
2단계: 선택권고령농이 기존 지급을 유지하거나 이양·장기 임대 패키지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이양 면적, 장기 임대기간, 은퇴 후 소득
3단계: 재배치새 재원과 자연감소분을 활동·성과 직불, 청년농·성장농의 농지 집적으로 옮긴다연속 필지, 전략작물 출하, 환경성과
4단계: 평가단가보다 농지 이동·생산 전환·소득 안정의 결과로 사업을 평가하고 조정한다농가소득 변동, 세대교체, 단위면적 생산비

결론 — 총액을 늘리기 전에 재정의 역할부터 나눠야 한다

한국 직불제는 농가소득과 공익활동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같은 제도에 생계보장, 농지 유지, 작물 전환, 가격 위험 대응을 계속 얹으면 어느 목표도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기본직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만 더하는 방식도, 기존 지원을 한 번에 없애는 방식도 답이 아니다.

개편의 방향은 분명하다. 생계보장은 사람과 가구에, 농지이양 지원은 은퇴하는 고령농에게 지급한다. 이양된 농지는 청년농과 성장농, 공동경영체에 우선 집적될 수 있도록 한다. 농업직불은 농지관리·환경보전·전략작물 생산처럼 확인 가능한 활동과 성과에 지급하고, 가격 위험은 실제 손실에 대응하는 별도 장치로 다룬다. 이 원칙은 「백지에서 다시 그리는 한국 농업 설계도 — 16가지 원칙」의 직불·농지·세대교체 축을 재정 설계로 구체화한 것이다.

지급 조건과 성과지표가 분명해야 예산이 실제 구조전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농지 이동과 세대교체에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전환 과정을 어떤 순서와 경과조치로 설계할 것인지는 다음 글에서 중점적으로 토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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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불제의 전환 순서와 경과조치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세요. 다음 분석에 반영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기본형 공익직불금 2조 3천억원 지급」(2024).

통계청,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 농가 97만 4천 호, 농가인구 65세 이상 55.8%.

통계청, 「2024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 경지면적 150만 4,615ha.

農林水産省, 「令和6年度の経営所得安定対策等の支払実績」(2025) — 밭작물·논활용·수입감소완화 지급실적.

農林水産省, 「経営所得安定対策の見直しに関するQ&A」(2014) — 쌀 직접지불 폐지 이유와 경과조치.

農林水産省, 「農地中間管理機構」 — 농지은행이 소유자 등에게 농지를 빌려 경영체에 재임대하고 농지의 집적·집약화를 추진하는 구조.

European Commission, “Eligibility for direct payments of the CAP 2023–2027”(2024) — 활동농업인·적격 농지·농업활동 요건.

European Commission, “Complementary redistributive income support for sustainability” — 첫 면적 재분배 지원.

European Commission, “Eco-schemes” — CAP 2023–2027 환경 활동 지원.

EU CAP Network, “Sector in transition: latest data on farms and farmland in the EU”(2025) — 2023년 농장 수와 이용농업면적.

European Commission, “Evaluation of the impact of the CAP measures on viable food production”(2021) — 기본직불의 지대·지가 반영과 진입 비용.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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