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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

한국 직불제와 규모의 함정 — 왜 농장이 커지지 않는가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한국 농가가 받는 직불금이 작다는 말은 대개 농가당 평균 지급액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평균은 경지면적에 비해 농가·경영체가 많을수록 같은 예산으로도 작아지는 값이다. 그래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적게 받는가”가 아니라 “왜 농지는 작은 단위로 나뉜 채 다음 경영자에게 이동하지 않는가”다.

앞선 글 「한·일 직불금, 총액보다 설계다」는 한·일의 총액과 평균액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 EU·일본·한국 직불제의 지급 목적 차이를 살펴봤다. 이 글은 그 결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 직불제가 농지 규모화와 세대교체를 늦출 수 있는 경로와 구조전환의 순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평균액의 차이는 농업 구조의 차이다

2024년 한국의 경지면적 150만 4,615ha를 농가 97만 4천 호로 나누면 호당 약 1.54ha다. 일본의 농업경영체당 경영경지면적은 2025년 3.6ha, EU의 농업경영체당 이용농업면적은 2023년 17.8ha다(통계청·농림축산식품부, 2024; 農林水産省, 2025; Eurostat, 2023).

한국은 ‘전체 경지면적÷농가 수’의 단순 계산이고 일본과 EU는 경영체가 실제 관리하는 면적이므로 세 수치는 완전히 같은 통계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농업이 훨씬 작은 단위로 나뉘어 있다는 구조적 차이는 분명하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면적당 단가나 농가당 평균만 비교하면 정책의 원인과 결과가 뒤섞인다.

이 차이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농지가 이동한 결과다. EU에서는 2023년 50ha 이상 경영체가 전체의 7.6%에 불과했지만 이용농업면적의 68.3%를 관리했다. 일본도 2025년 농업경영체당 경영면적이 3.6ha로 늘었고, 20ha 이상 경영체가 관리하는 면적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두 지역의 제도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농가 수 감소가 실제 농지의 이동과 경영 규모 확대로 이어졌다는 점은 한국과 다르다.

규모의 함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면적 기반 기본직불은 소득과 공익기능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예산의 중심이 현재 경작자의 농지 보유·경작 상태와 계속 결합되고, 은퇴·이양·신규 진입 정책이 약할 때 생긴다. 직불금을 받으려면 농지를 계속 보유하거나 경작해야 하므로 고령농에게는 농지를 넘길 유인이 약해진다. 농지가 나오지 않으면 청년농과 성장농은 연속된 필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기계·센서·데이터에 투자할 경영 단위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EU 집행위원회는 기본직불이 임차료와 지가에 반영되면 청년농과 확장농의 농지 확보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European Commission, 2021). OECD도 면적직불 수급권을 잃는 고령농의 이탈이 늦어져 세대교체가 지연될 가능성을 지적한다(OECD, 2023). 한국에서는 농지 분절과 소규모 농가의 우세가 토지집약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제약한다는 OECD의 진단도 더해진다(OECD, 2024).

기본직불에 사업을 더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기본직불을 그대로 유지한 채 농지이양, 청년농, 전략작물 사업을 추가하면 제도 수는 늘어난다. 그러나 예산과 수급권의 중심이 여전히 현재 경작 상태에 남아 있으면 새로운 사업은 주변부에 머문다. 한쪽에서는 농지를 계속 보유할수록 지원을 받고, 다른 쪽에서는 농지를 넘기라고 권하는 모순이 생긴다.

소농의 소득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와 모든 농지 보유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 생계가 어려운 농가는 경지면적과 무관한 한시적 소득지원과 기본소득형 복지정책으로 보호할 수 있다. 고령농은 농지이양 은퇴직불과 농지연금, 장기 임대료로 노후 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 그래야 농지를 넘기는 순간 모든 지원을 잃는다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농지를 이양한 고령농이 농업법인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공동경영체의 수익배분에 참여해 경영수익을 함께 나누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농지를 넘긴 사람이 지역 농업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고, 다음 경영자의 성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구조전환은 흩어진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경로여야 한다

전환은 단기간에 끝낼 수 없다. 농지 이동과 세대교체, 경영체 재편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흩어 놓는 것이 아니라 누가 농지를 내놓고, 누가 이어받으며, 어떤 활동에 직불금을 지급할지를 하나의 경로로 설계하는 일이다.

표 1. 직불제 구조전환의 정책 역할
정책 영역지급 대상지급 조건목적
생계·복지생활이 어려운 농가·가구소득·재산·전환 기간농지와 무관한 생활 안정
농지이양 은퇴직불농지를 이양·장기 임대한 고령농소유권 이전 또는 안정적 장기 임대노후소득과 농지 유동화
농지 집적·진입청년농·성장농·공동경영체장기 경영계획과 임차권 보호연속 필지와 투자 단위 확보
농업직불농업인·농업법인·지역조직농지관리·환경·전략작물의 활동과 성과공익과 생산 전환

네 단계 가운데 마지막 ‘활동·성과 직불’이 기존 직불제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다. 농지를 보유하거나 경작한다는 사실만으로 지급하는 대신, 농지관리·환경보전·전략작물 생산처럼 확인할 수 있는 활동과 그 성과에 지급한다. 경관·수질·토양탄소 같은 환경 성과, 밀·콩 등 전략작물의 생산·출하 실적, 공동기계·데이터 기반 생산의 참여 실적을 지표로 삼아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한다. 그래야 어떤 활동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사후에 확인하고 다음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

일본의 교훈은 ‘더 많이’가 아니라 ‘무엇에 지급하는가’다

일본도 민주당 정권 시기 판매농가와 집락영농을 대상으로 쌀 10a당 1만 5천 엔의 정액 직불을 시행했다. 이후 단가를 낮추고 경과조치를 거쳐 2018년산부터 쌀 직접지불을 폐지했다. 현재는 논에서 밀·콩·사료작물을 생산하는 전환, 밭작물의 생산·판매 실적, 지역의 공동관리, 중산간 농지 유지처럼 목적과 조건을 세분해 지급한다.

일본 제도를 그대로 옮기자는 뜻은 아니다. 일본도 고령화와 농지 감소를 해결하지 못했고, 사업이 복잡하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정액 쌀 직불을 없애고 생산 전환과 공동활동에 예산을 집중한 경험은 소득보장과 농업정책의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의 논활용·밭작물·가격안정 장치는 한·일 직불금 비교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규모도 품목마다 같은 답을 갖지 않는다. 논·맥류처럼 기계화 효과가 큰 품목과 시설채소·과수의 적정 경영 규모는 다르다. 따라서 농지 집적은 무조건 큰 농장 하나를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품목별 비용구조와 공동기계·공동경영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 쟁점은 「농가의 어려움은 같지 않다 — 품목별 적정 규모와 정책 설계」와 연결된다.

결론 — 긴 전환일수록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한다

한국 직불제의 규모의 함정은 농가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생계보장을 농지에 묶고, 현재 경작 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예산을 쓰면서, 이양·집적·신규 진입은 작은 주변 사업으로 둔 정책 조합에서 생긴다.

개편의 방향은 분명하다. 생계보장은 사람과 가구에, 농지이양 지원은 은퇴하는 고령농에게, 농지는 청년농과 성장농에 우선 집적되도록 해야 한다. 농업직불은 농지관리·환경보전·전략작물 생산처럼 확인 가능한 활동과 성과에 지급해야 한다. 지급 조건과 성과지표가 분명해야 예산이 실제 구조전환으로 이어진다.

이 전환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농지를 넘기는 사람의 노후 소득, 이어받는 사람의 임차권과 투자 여력, 지역 공동체의 수익 공유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일수록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지 먼저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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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기본형 공익직불금 2조 3천억원 지급」(2024).

통계청,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 농가 97만 4천 호, 농가인구 65세 이상 55.8%.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관련 설명」 — 경지면적 150만 4,615ha.

農林水産省, 「2025年農林業センサス結果の概要(確定値)」 — 농업경영체당 경영경지면적 3.6ha.

Eurostat, “Farms and farmland in the European Union — statistics” — 2023년 평균 경영면적과 50ha 이상 경영체의 면적 비중.

European Commission, “Evaluation of the impact of the CAP measures on viable food production”(2021) — 기본직불의 지대·지가 자본화와 진입 비용.

OECD, “Policies for the Future of Farming and Food in the European Union”(2023) — 면적직불, 고령농 이탈과 세대교체.

OECD, “Agricultural Policy Monitoring and Evaluation 2024: Korea”(2024) — 한국 농지 분절과 소규모 농가가 생산성 향상에 주는 제약.

農林水産省, 「米戸別所得補償モデル事業の変動部分の交付単価について」(2011) — 쌀 정액 직불.

農林水産省, 「新たな農業・農村政策について(経営所得安定対策)」 — 쌀 직접지불 폐지 배경과 일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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