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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외국인 — 일본과 한국 · 2편

기능 이전인가 인력 확보인가:
일본과 한국의 농업 외국인력 제도

농장의 외국인 — 일본과 한국 ②

같은 비닐하우스에서 두 사람이 같은 일을 합니다. 한 사람은 기본 3년을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길어야 8개월이면 돌아갑니다.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들어올 때 받은 체류자격입니다. 머무를 수 있는 기간도, 일터를 옮길 수 있는지도 거기서 정해집니다.

1편에서 2025년에 두 나라 모두 새 통로의 인원이 기존 통로를 넘어선 시점(일본은 연말, 한국은 9월 말)이 있었던 것을 봤습니다. 사람이 들어오는 길이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 길들은 각각 어떻게 설계돼 있을까요? 법령과 정부 문서를 놓고 두 나라 제도를 나란히 읽어 봅니다.

일본은 출입국재류관리청·후생노동성·농림수산성 문서와 각의결정, 한국은 외국인고용법·출입국관리법·근로기준법 시행령과 정부 문서를 원문으로 확인했습니다. 언론 보도에만 근거한 내용은 본문에 그렇게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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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능 이전’에서 ‘인력 확보’로 목적이 바뀌는 34년

일본 농장으로 외국인이 들어오는 문은 세 개입니다. 문마다 내건 목적이 다릅니다.

기능실습(1993년~). 개발도상국에 기능을 옮겨 주는 국제 공헌을 목적으로 내건 제도입니다. 농업에서는 경종농업과 축산농업 2개 직종을 최장 5년 동안 실습합니다. 실습처를 옮기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도산이나 인권 침해 같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2025년 말 농업 기능실습 재류자는 2만 8,671명입니다.

특정기능(2019년~). 처음부터 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내건 제도입니다. 1호는 통산 5년까지 일할 수 있고, 같은 업무 구분 안에서는 일터를 옮길 수 있습니다. 농업은 2023년 6월부터 2호 대상이 됐습니다. 2호가 되면 체류기간 갱신에 횟수 제한이 없고 배우자와 자녀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2026년 6월 말 농업 분야 재류자는 1호 4만 4,050명, 2호 2,387명입니다.

육성취로(2027년 4월~). 기능실습을 대체하는 제도입니다. 근거법은 2024년 6월 공포됐고, 시행일은 2027년 4월 1일로 확정됐습니다. 목적은 일하면서 특정기능 1호 수준의 인재로 키우고 확보하는 것입니다. 기간은 원칙 3년이고, 같은 분야 안이라면 본인 의사로 일터를 옮길 수 있습니다. 농업은 1년을 일하고, 초급 기능시험과 일본어 시험(A2.1 상당)에 합격하면 옮길 수 있습니다. 농업 분야 수용 상한은 2027~2028년도 2년간 2만 6,300명입니다.

기능실습에서 육성취로로 바뀌면서 제도의 목적 문구에서 ‘국제 공헌’이 빠지고 ‘인재 확보’가 들어갔습니다. 육성취로를 마친 사람이 특정기능 1호, 2호로 이어지도록 경로도 하나로 묶였습니다. 34년 동안 걸어 둔 ‘국제 공헌’이라는 간판을 내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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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처음부터 취업 자격으로 받았습니다

한국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일본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일하러 오는 사람을 받는 제도로 만들었습니다.

고용허가제(E-9, 2004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비전문 취업 자격입니다. 업종과 인원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정합니다. 취업 기간은 입국한 날부터 3년이고, 사용자가 재고용을 신청하면 한 차례에 한해 2년 미만으로 연장됩니다. 출국 후 재입국 특례를 한 번 받으면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더 일할 수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기본계획은 재입국 특례를 받은 경우의 최대 기간을 9년 8개월로 정리합니다.

계절근로(E-8, 2019년 12월~). 농작물 재배·수확을 위한 취업 자격입니다. 처음에는 단기 취업 자격(C-4)으로 운영하다가 2019년 12월 장기 체류자격으로 신설됐습니다. 회당 체류기간은 2023년 6월부터 연장을 거쳐 8개월까지 가능해졌고, 2025년 1월부터는 처음 받는 체류기간 상한도 5개월에서 8개월로 늘었습니다. 출국 후 다시 들어오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숙련기능인력(E-7-4) 전환. E-9 등으로 4년 이상 일한 사람이 연봉과 점수 요건을 갖추면 숙련 인력 자격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2026년 농축산 분야 고용추천 몫은 900명입니다. 단순 취업 자격에서 숙련 인력 자격으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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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제도를 나란히

다섯 제도를 한 표에 놓으면 어디서 갈리는지가 보입니다. 가장 크게 갈리는 곳은 일터를 옮길 수 있느냐입니다.

일본 3개 제도와 한국 2개 제도의 설계 비교
항목일본 기능실습일본 특정기능 1호일본 육성취로(2027.4~)한국 고용허가제 E-9한국 계절근로 E-8
내건 목적기능 이전(국제 공헌)인력 확보인재 육성·확보비전문 취업농작물 재배·수확 취업
최대 기간5년통산 5년원칙 3년(+최장 1년)3년 + 2년 미만, 재입국 특례 시 최대 9년 8개월회당 8개월, 재입국 횟수 제한 없음
일터 변경원칙 불가같은 업무 구분 안에서 가능같은 분야 안에서 본인 의사로 가능(농업 1년 후)법정 사유만, 3년 중 3회 + 연장기간 2회사전 허가, 원 고용주 동의 필요
가족 동반불가기본적으로 불가기본적으로 불가불가불가
고용 형태직접고용직접고용 + 파견(농업·어업만)직접고용 + 파견(농업·어업만)직접고용농가 직접고용, 공공형, 위탁형
연결하는 곳감리단체(허가제 비영리 법인)등록지원기관감리지원기관(허가제)정부 간 MOU(송출국 18개국 지정, 2026.8), 한국산업인력공단국내외 지자체 간 MOU,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숙소 기준침실 1인당 4.5㎡ 이상거주 공간(居室) 1인당 7.5㎡ 이상침실 1인당 4.5㎡ 이상제공 의무 없음. 제공 시 침실 1인당 2.5㎡ 이상제공 의무, 기준은 E-9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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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옮길 수 있는가

일하는 곳이 맞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두 나라 제도가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일본의 기능실습은 실습처를 옮기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았습니다. 육성취로는 이를 바꿔 같은 분야라면 본인이 원할 때 옮길 수 있게 했습니다. 농업은 1년을 일한 뒤부터입니다. 옮길 수 있는 조건이 ‘사용자의 사정’에서 ‘본인의 의사’로 넓어졌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사유를 법에 하나하나 적어 둡니다. 사용자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하지 않은 경우, 휴업·폐업,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 기준에 맞지 않는 숙소를 제공한 경우 등입니다. 횟수도 묶여 있습니다. 3년 동안 3회, 연장기간에 2회입니다. 외국인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옮긴 것은 횟수에 넣지 않습니다.

농업에 맞춘 대목도 있습니다. 농한기에 임금을 줄 수 없어 퇴사를 권한 경우는 고용노동부 고시가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9월 입국자부터는 운영 방식이 바뀌어, 일정한 권역 안에서만 옮길 수 있습니다.

계절근로(E-8)는 근무처를 바꾸려면 출입국 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원래 고용주의 동의 서류를 내야 합니다. 휴업·폐업이나 계약 기간이 끝난 경우는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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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람을 연결하는가

사람을 데려와 농가와 잇는 일은 누가 할까요? 일본에서는 민간 비영리 법인이 그 사이에 섭니다. 기능실습은 허가를 받은 감리단체가 실습생을 받아 농가를 감독하고, 육성취로에서는 외부 감사인을 두어야 하는 감리지원기관으로 바뀝니다. 특정기능은 등록지원기관이 생활 지원을 맡을 수 있고, 농업 분야는 농업특정기능협의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직접 잇습니다. 송출국은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지정하고, 2023년 12월 타지키스탄이 17번째, 2026년 8월 카자흐스탄이 18번째 송출국으로 지정됐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구직자 평가, 근로계약 대행, 취업교육을 맡습니다. 법은 직업안정기관이 아닌 자가 선발·알선에 끼어드는 것을 금지하고 벌칙을 둡니다. 민간 중개가 끼어들 틈을 법으로 막아 둔 것입니다.

계절근로는 국내 지자체가 외국 지자체와 맺은 MOU나 결혼이민자의 가족 초청을 거쳐 들어옵니다. 결혼이민자가 초청할 수 있는 범위는 2026년부터 형제·자매(배우자 포함) 10명 이내로 좁혀졌습니다(종전 4촌 이내 20명). 2026년 1월부터는 출입국관리법에 계절근로 조항이 새로 생겨 국가·지자체·지정 전문기관 외의 선발·알선 개입이 금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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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자는가

제도별 숙소 면적 기준 — 측정 대상이 서로 다릅니다
4.5㎡ 이상
일본 기능실습·육성취로
침실 1인당 · 제도별 운용 기준
7.5㎡ 이상
일본 특정기능 1호
거주 공간(居室) 1인당 · 제도별 운용 기준
2.5㎡ 이상
한국 고용허가제·계절근로
침실 1인당 · 근로기준법 기숙사 최저 기준

세 값은 측정 대상(침실·거주 공간)과 법적 성격이 달라 크기를 서로 견주지 않습니다. 이유는 주석 3에 적었습니다.

하루 일이 끝나면 이들은 어디서 잘까요? 두 나라 모두 숙소에 최소 기준을 둡니다. 다만 무엇을 재는지가 다릅니다.

일본은 제도마다 숙소 기준을 따로 둡니다. 기능실습과 육성취로는 침실을 1인당 4.5㎡ 이상으로 하고, 개인별 잠금 수납과 채광창, 냉난방을 갖추도록 합니다. 특정기능 1호는 거주 공간(居室)을 1인당 7.5㎡ 이상으로 정합니다.

한국은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면적 기준이 따로 없고, 근로기준법의 기숙사 기준을 씁니다. 침실 넓이는 1인당 2.5㎡ 이상, 침실 하나에 8명 이하입니다.

고용허가제(E-9)는 숙소를 반드시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제공한다면 이 기준을 따르고, 사전에 정보를 알려야 합니다. 2021년 1월부터는 농축산업에서 비닐하우스 안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는 행정조치가 시행됐습니다. 2026년 6월 개정된 외국인고용법은 숙소의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주거에 적합해야 한다는 요건을 법률에 넣었습니다(2027년 6월 10일 시행). 계절근로(E-8)는 숙소를 제공해야 하고, 2026년 2월부터 같은 기준이 법률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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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남는 질문

일본은 30년 넘게 ‘기능 이전’이라는 명목을 지켰습니다. 2010년부터는 실습생도 고용계약을 맺고 노동법을 적용받았지만, 제도의 목적은 끝까지 국제 공헌이었습니다. 그 명목을 2027년에 내려놓습니다. 그러면서 일터를 옮길 자유를 넓히고, 3년 육성에서 특정기능 1호, 2호로 이어지는 길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취업 자격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터를 옮기는 문제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새 제도보다 제한이 많습니다. 사유는 법에 열거돼 있고, 횟수와 권역도 묶여 있습니다. 계절근로는 원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연결 과정에서 민간 중개를 배제한 점은 일본과 다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숙련 경로가 생길수록 한 사업장에 묶어 두는 설계와 숙련을 쌓게 하는 설계는 서로 부딪힙니다.

이 충돌을 어떻게 풀지는 4편에서 정책 선택지로 다룹니다.

범위

이 글이 말하지 않는 것

설계 밖의 것

  • 운용 실태. 이 글은 제도의 설계를 비교합니다. 실제 사업장 변경 건수, 숙소 기준 위반, 인권 침해 사례는 다루지 않습니다.
  • 임금. 두 나라 모두 자국민과 동등 이상의 보수를 요건으로 두지만, 실제 임금 수준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

  • 권역 제한의 농업 적용. 한국 고용허가제의 권역 제한이 농축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공개된 원문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한국 계절근로의 고용주당 인원. 법령이 아니라 법무부 운영 지침으로 정하며, 공개된 안내와 정부 발표의 값이 서로 달라 싣지 않았습니다.
연재 3편

농번기의 일손은 누가 고용하나: 일본의 파견, 한국의 위탁

다음 글에서는 계절성을 다룹니다. 몇 달만 필요한 일손을 일본은 파견으로, 한국은 공공형과 농작업 위탁형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3편 읽기

참고 자료

  •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후생노동성, 「外国人技能実習制度について」(2026.8 개정판), 「技能実習制度 運用要領」(2026.4)
  • 일본 각의결정, 특정기능·육성취로 기본방침(2025.3.11), 분야별 운용방침 농업 분야(2026.1.23)
  • 일본 令和6年法律第60号, 시행기일 정령(令和7年政令第340号), 육성취로 운용요령(2026.8)
  •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직종별 기능실습 재류자 수(2025년 말), 특정기능 재류외국인 수(2026년 6월 말)
  • 일본 농림수산성, 「農業分野における外国人材の受け入れ」(2026.10)
  • 한국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25.10.1 시행) 제8·18·18조의2·18조의4·22조의2·25조, 고용노동부 고시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
  • 한국 「출입국관리법」 제19조의5(2026.1.23 시행), 같은 법 시행령 별표1의2, 시행규칙 제37조
  • 한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58조의2
  • 한국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2026.2.15 시행) 제14조의2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3.7.5), 정부 합동브리핑(2021.3.2), 고용24 고용허가제 연혁
  • 농림축산식품부, 「제1차 농업고용인력 지원 기본계획(2026~2030)」, 숙련기능인력 고용추천 공고(2026.3.5)
  • 법무부, 숙련기능인력 제도 개선 보도자료(2026.6.1)
  • 법령과 정부 문서는 원문에서 직접 확인했으며, 언론 보도에만 근거한 내용은 본문에 그렇게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