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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물 계산서에는 논이 없습니다

전국 합계로는 농업용수의 1%, 남부 저수지 옆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번 가을 남부의 농업용 저수지는 43%쯤 차 있습니다. 지난 10년 같은 날 평균이 73%이니 평균의 60%가 채 안 됩니다. 전남 장성의 장성호는 25.4%입니다. 2016년 이후 열한 해의 같은 날짜 값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같은 계절에 데이터센터의 물 수요를 처음으로 추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장성과 해남에서 물 공급 전망이 「여유」에서 「부족」으로 바뀐다는 분석이었습니다. 표를 따라 읽다가 한 줄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견준 것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였습니다. 농업용수는 계산에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장성호는 농업용 저수지입니다.

얼마나 쓰는지는 설계도가 정합니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쓰는 곳은 냉각입니다. 서버 발열을 수랭식이나 증발식 냉각으로 식힙니다. 그래서 「얼마나 쓰느냐」는 물음에는 숫자 하나로 답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에 공개된 물 사용 효율(WUE, L/kWh) 몇 개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시설 WUE(L/kWh) 성격
SK 울산 AI 데이터센터 0.021 설계값
AWS 전 세계(2024) 0.15 기업 공시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태평양(2025) 0.25 기업 공시
네이버 각 춘천·세종(2025) 0.90~0.95 기업 발표

같은 전기를 쓰는데 물은 4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울산 값은 공랭식 냉동기와 액체냉각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설계값이고, 아직 짓기 전의 숫자입니다.

세계로 넓히면 숫자가 커집니다. 미국 연구진은 2027년 AI 수요가 취수 기준으로 42억~66억㎥의 물을 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이 한 해 쓰는 생활·공업·농업용수(244억㎥)의 6분의 1에서 4분의 1쯤입니다. 발전용수까지 포함한 모델 추정이라 그대로 받아 적을 숫자는 아닙니다. 물 사용량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는 있습니다.

물을 얼마나 쓸지는 짓는 사람이 정합니다. 냉각 방식을 고를 때 이미 정해집니다.

전국 합계로 보면 작은 숫자입니다

국민일보가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자와 함께 한전에 들어온 전력 신청을 바탕으로 추산한 값이 있습니다. 지금 국내 데이터센터는 하루 약 1만t의 물을 씁니다. 10년 뒤에는 하루 약 45만t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148만 명이 하루에 쓰는 물입니다. 공랭식처럼 물을 거의 쓰지 않는 냉각 방식을 택하면 6만 8천t까지 내려가고, 폭염기에는 148만t까지 올라갑니다. 이 폭을 가르는 것도 냉각 방식입니다.

하루 45만t을 한 해치로 환산하면 1억 6천만㎥쯤 됩니다. 한국의 농업용수는 한 해 154억㎥이니, 그 1% 남짓입니다. 공업용수(16억㎥)에 견주면 10%입니다.

전국 합계로만 보면 겁낼 숫자가 아닙니다. 겁을 주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는 것부터 적어 둡니다.

다만 물은 전국을 한데 모아 쓰지 않습니다. 쓰는 곳에서, 그 고장의 물로 씁니다.

문제는 어디에 몰리느냐입니다

같은 분석에서 데이터센터 48개가 들어설 14개 지역은 물 공급 전망이 「여유」에서 「부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장성과 해남이 그 목록에 있습니다.

장성에서는 데이터센터 세 곳이 추진되고 있고, 냉각수 수요가 하루 1만t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2035년 장성의 생활용수 여유량은 하루 1,257t으로 예상됩니다. 수요가 여유량의 여덟 배쯤입니다.

장성호의 현재 저수량은 2,533만㎥입니다. 하루 1만t이면 연간 365만㎥로, 현재 저수량의 7분의 1쯤 됩니다. 데이터센터가 장성호에서 취수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고장에 지금 물이 얼마나 있는지 나란히 놓아 볼 뿐입니다.

해남 솔라시도에는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짓는 계획이 있습니다. 40MW급 건물 25동을 2037년까지 차례로 들이는 구상입니다. 이 단지가 물을 얼마나 쓸지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의 표에 나온 WUE를 그대로 넣어 어림해 봤습니다. 1GW·가동률 100%를 가정했으니, 많이 잡은 쪽의 계산입니다.

기준으로 삼은 설계 WUE(L/kWh) 연간 하루
SK 울산 설계값 0.021 18만㎥ 500t
AWS(2024) 0.15 131만㎥ 3,600t
마이크로소프트 아·태(2025) 0.25 219만㎥ 6,000t
네이버 각 춘천(2025) 0.90 788만㎥ 2만 1,600t

확인된 값이 아니라 제 어림입니다. 같은 단지가 하루 500t을 쓸 수도, 2만t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땅이나 날씨가 아니라 설계에서 나옵니다.

계산서에 논이 빠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는 수도 계획에서 따집니다. 농업용수는 저수지와 수로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장부에 있습니다. 장부가 따로 있으니 데이터센터의 물을 수도 장부에서 계산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뭄이 들면 두 장부가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올해 8월 정부의 가뭄 예·경보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밀양댐, 섬진강댐 등 나머지 댐들은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 감량 등 급수체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물이 모자랄 때 먼저 줄이는 쪽이 농업용수입니다.

새 공장의 물을 찾을 때도 비슷합니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단지에 하루 65만t의 물을 대겠다고 했고, 그중 하루 10만t은 나주댐의 농업용수를 돌려 마련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하루 10만t은 한 해 3,650만㎥로, 나주호 유효저수량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나주호 저수율은 오늘 44.8%입니다. 지난 10년 같은 날 평균은 60.1%였습니다.

데이터센터 이야기를 하다가 반도체로 넘어온 것은 두 산업이 같은 물을 바라보고 있어서입니다. 물을 많이 쓰는 새 산업이 오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미 누군가 쓰고 있는 물입니다. 장부에서 가장 큰 몫이 농업용수입니다.

이것도 아직은 짐작입니다. 그래도 장성호가 25%인 가을에는 적어 둘 만한 짐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기는 미리 따지는데 물은 따지는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전기부터 받아야 합니다. 한전이 계통영향평가로 전기를 댈 수 있는지 따지고, 앞의 분석이 들여다본 신청 가운데 281개는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기는 짓기 전에 따집니다.

물도 그렇게 미리 따지는 절차가 있는지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냉각 방식과 물 사용량을 밝히는 기업도 드뭅니다. 앞의 표에 설계값과 기업 발표가 섞여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영농형 태양광을 들여다볼 때는 땅은 충분한데 전선이 모자랐습니다. 데이터센터는 계통영향평가를 먼저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차례가 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수지를 매달 봅니다. 식량과기후 홈페이지의 농업 용수 대시보드에 한국농어촌공사 저수지 3,403곳의 저수율을 매월 초 모으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얼마나 쓸지는 아직 아무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저수지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는 매일 숫자로 나옵니다. 물 이야기는 그 숫자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사단법인 식량과기후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