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아침 안개 속 계단식 논 — 경지면적/농지 카드
KIFC 리포트

논은 줄고, 고치는 비용은 는다

저자사단법인 식량과기후
발행일

(v2.0)


2024년 농업생산기반정비 사업비 2조 2,773억 원 가운데 1조 22억 원(43.9%)이 이미 지어진 시설을 고치고 준설하는 데 들어갔다. 이 비중은 2018년 35.3%에서 해마다 올라 7년 연속 상승했다. 같은 12년 동안 전국 논 면적은 21.0% 줄었다. 고쳐야 할 대상은 줄어드는데 고치는 데 드는 돈은 늘고 있다1.

농업생산기반정비는 농사에 필요한 물길과 농지의 모양을 갖추는 공공사업이다. 새 저수지를 만드는 용수개발, 논밭의 경계를 반듯하게 다시 짜는 경지정리가 여기 속한다. 예산이 몰린 곳은 그런 신규 사업이 아니라 「기반시설개보수 및 준설」 한 항목이다. 이미 지어진 저수지와 양수장, 용배수로를 고치고 준설(浚渫)하는 사업이다. 양수장은 낮은 곳의 물을 퍼올려 논으로 보내는 시설이다. 용배수로는 논에 물을 넣는 용수로와 물을 빼는 배수로를 함께 가리킨다. 준설은 바닥에 쌓인 흙과 모래를 걷어내는 일이다.

고치는 데 쓰는 비중이 7년째 오른다

2018년 35.3%였던 개보수·준설 비중은 2019년 37.6%, 2021년 40.7%, 2023년 42.5%를 거쳐 2024년 43.9%가 됐다. 7년 내내 한 번도 내려간 해가 없다.

2013~2014년 값은 10%대다. 2015년에 43.4%로 뛰는데, 이 단절의 사유는 연보에 적혀 있지 않다. 사업 구분이나 집계 기준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어 2015년 이전과 이후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이 글이 추세로 읽는 구간은 기준이 안정된 2018년 이후다.

고쳐야 할 논은 줄고 있다

전국 논 면적은 2013년 963,876ha에서 2024년 761,011ha로 21.0% 줄었다. 12년 동안 사라진 논이 202,865ha다.

줄어든 논은 고르게 줄지 않았다.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은 가뭄이 와도 물을 댈 수 있는 관개시설이 갖춰진 논이고, 수리불안전답은 그렇지 않은 논이다. 같은 12년 동안 수리불안전답은 41.2% 줄었고 수리안전답은 16.2% 줄었다. 사라진 논이 물 댈 시설이 없던 쪽에 더 쏠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은 논의 관개 비율은 계속 올랐다. 80.6%(2013년)에서 85.6%(2024년)로 12년 내내 한 해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이 글이 다루는 계열 가운데 가장 깨끗한 추세다.

같은 해에서 갈라진 세 선

기준이 안정된 2018년을 100으로 놓으면 2024년 논 면적은 90.1이고 총 사업비는 124.9다. 개보수·준설만 떼면 155.6이다. 세 선이 같은 해에서 출발해 반대로 갈라진다.

면적당으로 보면 부담이 분명해진다. 수리안전답 1ha에 쓴 개보수·준설비는 2018년 92만 원에서 2024년 154만 원으로 66.4% 늘었다. 물가 보정을 하지 않은 명목 금액이라 상승분 일부는 공사비 인상이다. 그래도 관리 대상 면적이 줄어드는 동안 면적당 유지비가 오르는 방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시설은 쓸수록 낡고, 낡을수록 고칠 곳이 늘어난다. 고칠 대상 면적이 줄어도 그 면적에 딸린 저수지·수로의 나이는 함께 줄지 않기 때문이다.

관리할 사람

수리계(水利契)는 관개시설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농민 조직이다. 물을 언제 어느 논으로 보낼지 정하고, 수로를 치우고, 시설 고장을 신고하는 일을 현장에서 맡는다.

계원수는 2013년 343,575명에서 2024년 287,480명으로 16.3% 줄었다. 다만 이 계열은 해마다 오르내린다. 2020년에는 전년보다 7.8% 늘었고 2024년에는 7.2% 줄었다. 한 해치 증감으로 방향을 말할 수 없고, 12년 폭에서만 감소가 읽힌다.

수리계 조직수는 더 심하다. 2016년 36.5% 늘었다가 이듬해 20.9% 줄었고, 2024년에는 28.4% 늘었다. 변동 폭이 이 정도인 계열은 연도 간 비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조직수 증감을 인력 변화의 신호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남는 질문

관리해야 할 논은 12년 동안 21% 줄었다. 그 논을 관리할 사람도 16% 줄었다. 그런데 논 1ha를 유지하는 데 쓰는 돈은 오히려 늘었다.

이 조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지를 연보는 답하지 않는다. 답하려면 시설별 준공연도와 잔여 수명, 개보수 주기가 필요한데 이 연보에는 없는 자료다. 다만 지금 확인되는 것은 분명하다. 농업기반시설 예산의 성격이 「새로 짓는 돈」에서 「이미 지은 것을 유지하는 돈」으로 이동했고, 그 이동은 2018년 이후 한 해도 되돌아가지 않았다.

함께해주세요

이 글이 한국 농정 재설계에 대한 생각을 자극했다면, 아래 방법으로 식량과기후와 함께해 주세요.

참고문헌

  1. 한국농어촌공사. (2026.1.2). 농업생산기반정비통계연보 2024 [통계연보, 조사기준일 2024.12.31]. 공공데이터포털. https://www.data.go.kr/data/15034741/fileData.do

  2. 국가통계포털(KOSIS). 농업생산기반정비 통계 [한국농어촌공사(기관코드 311). 표 DT_311001_002 수리상태별 면적, DT_311001_021 농업생산기반개량사업 총괄, DT_311001_030 수리계조직 현황. 2013~2024년 시계열].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11&tblId=DT_311001_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