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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잘살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직업의 평균은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가끔 댓글에 이런 말이 달립니다. 토론회나 인터뷰에서도 간혹 듣습니다.

「농민이 잘살 수 있게 만들어 줘야지.」

공무원은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답합니다. 정치인들은 그 어려운 걸 이루겠다는 결기를 열정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런 대화를 들을 때마다 서로 덕담으로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정말 진지하게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직업군을 잘살게 만드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요?

잘사는 직업에는 높은 문턱이 있습니다

의사는 잘삽니다. 이 직군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의료라는 서비스의 특징 때문입니다. 공무원은 안정적이고, 시간이라는 레버리지를 잘 쓸 수 있습니다. 잘사는 직군은 모두 진입장벽이 아주 높습니다. 대개 직업은 진입장벽이 클수록 유리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 가운데 잘사는 직군은 없습니다. 있다면 수요가 몰린 덕이고, 곧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초기에 잠깐 특수를 누릴 수는 있습니다.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농사는 땅의 문턱만 높습니다

농사는 땅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 자체의 진입장벽은 낮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기술 투자와 생산성 증가, 규모의 경제가 수익과 바로 이어집니다.

그 경쟁이 필연적으로 「코크런의 트레드밀」을 불러옵니다. 새 기술을 먼저 들인 농가는 잠깐 이익을 봅니다. 모두가 따라 하면 생산이 늘고 값이 떨어져 그 이익은 사라집니다. 러닝머신 위처럼 계속 뛰어야 제자리입니다. 그다음에는 「코브웹(거미집)」이 작동합니다. 올해 값을 보고 내년 면적을 정하니 과잉과 과소가 번갈아 오고, 가격이 널뜁니다.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가 결국 개입하게 됩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습니다. 대체로 생산자 단체가 카르텔을 만들 수 있게 허용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게 협동조합이나 조합형 기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직군에서 독점적인 이윤을 누리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나라나 농민이 잘사는 나라는 잘 없습니다. 유럽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높은 쌀값은 결국 임차료로 갑니다

쌀값을 높게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부 농민의 형편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농촌 현장에 가서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소비자들에게도 그게 좋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알고도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다들 바쁘니 넘어갑니다. 누구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 아름다운 그림에 초를 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저도 「굳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은 이미 충분히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붙잡아 둔 값에서 생기는 몫을 초과이윤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벼농사도 규모가 큰 일부만 괜찮은 수입을 얻습니다. 그 몫도 결국 농지 임차료를 올리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쌀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누구도 방향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각오가 없다면요. 아주 큰 계기가 없는 한 이대로 갈 것입니다.

논에 콩을 심으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논에 콩을 심으면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합니다. 값비싼 국산콩 두부를 살 수 있는 소비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이번에 증명된 듯합니다. 다들 어렵게 삽니다. 국산 농산물도 못 먹을 만큼.

농업 분야에 있다 보면 객관성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다들 고립되어 있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짐작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농민을 잘살게 할 수 있을까요?

이 말은 소득을 안정시키라는 뜻으로 읽는 게 맞을 것입니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고, 적정한 면적을 재배하게 하고, 작황이 나쁘면 차액을 메워 주는 보험을 들이고,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력 격차를 메워 줄 직불금을 주는 것.

사실 이 모든 걸 우리는 다 하고 있습니다. 우리만큼 촘촘한 나라도 없을 정도로. 못 믿겠지만, 경지 면적에 견주면 우리 농업예산은 일본의 두세 배입니다.

평균은 좋아질 수 없습니다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세이고, 열에 아홉 가까이(88%)가 경지 2ha 미만의 소농입니다. 누구나 농업에 들어올 수 있고, 오히려 그걸 장려합니다. 그러니 평균을 좋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단, 저 구간을 벗어나면 유리해집니다. 물론 그런 분들은 내색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사단법인 식량과기후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