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논의가 비워 둔 두 칸
2026년 5월 7일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농지법」 개정안이 같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농지 보전, 주민·농업인에 대한 수익 환원, 무분별한 개발 방지를 세 원칙으로 제시했다.1
법이 통과한 뒤 검증 논의는 주로 작물 생산성에 모였다. 패널 아래에서 수량과 품질이 유지되는가, 차광률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대조구를 어떻게 둘 것인가. 이 축은 구조를 넘어 성과로 확인한다에서 프랑스·일본 제도와 국내 실증을 대조해 따로 다뤘다.
남은 칸이 둘이다. 농가가 그 사업을 버티는지와 수익이 누구에게 남는지다. 앞의 것은 농학이 아니라 금융의 문제이고, 뒤의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계약의 문제다. 둘 다 작물 수량을 아무리 정확히 재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연간 흑자여도 현금은 마를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평가할 때 먼저 보이는 숫자는 발전량과 전력판매 수익이다. 그런데 농가가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연간 평균이 아니라 월별 입출금이다.
특히 위험한 구간이 있다. 대출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때는 매달 나가는 돈이 계단처럼 올라가는데 수입은 그대로다. 여기에 인버터 교체 같은 목돈 지출이 겹치면 연간으로는 흑자인 사업이 특정 해에 현금 부족에 빠진다. 연간 수익률이 좋다는 말과 그해를 넘길 수 있다는 말은 다르다.
KIFC의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 계산기가 B/C·NPV·IRR·회수기간과 함께 월별 현금흐름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도 그래서다.4 다만 이 도구는 전남 기준 기본값과 논벼 중심 가정을 쓰는 의사결정 보조물이다. 계통연계 조건, 실제 견적, 세무, 작물별 생육 영향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자세한 전제와 한계는 사용 가이드에 정리돼 있다.
계산기가 내는 숫자는 판단의 출발점이지 현장 실증을 대신하지 않는다. 시범사업이 실제 상환 일정과 실제 지출을 기록해 주어야 이 도구의 기본값도 현실에 맞게 고쳐진다.
농지를 빌려 쓰는 사업은 계약으로 갈린다
두 번째 칸은 수익의 행선지다. 발전수익이 농지 소유자나 외부 사업자에게만 돌아가면, 농업인 소득과 농촌 활력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멀어진다. 농지는 그대로 남아도 그 위에서 농사짓는 사람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는다.
제정안이 이 지점을 비워 두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실경작 농업인과 농촌 주민으로 구성한 주민참여협동조합의 사업 참여, 임차농의 계약 갱신과 임대료 상한, 영농 이행과 시설 관리 의무가 함께 담겼다. 영농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과징금·사업 정지·사업권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1
문제는 이 조항들이 지켜지는지를 밖에서 확인할 방법이다. 사업 주체가 협동조합으로 등록돼 있다고 해서 그 조합의 수익이 마을에 배분됐다는 뜻은 아니다. 임대료 상한이 법에 있어도 임차농이 재계약에서 실제로 보호받았는지는 별개다. 계약서와 정산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면 어느 쪽인지 가려지지 않는다.
주민환원은 홍보 항목이 아니라 농지를 쓰는 대가가 어디로 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안성 시범사업이 기록해야 할 것
정부는 2026년 7월 16일 하위법령 마련과 수도권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고,2 7월 30일에는 안성에서 마을 협동조합이 주체가 되는 주민참여형 시범사업 착수를 발표했다.3 법 시행은 2026년 12월 17일이다. 하위법령이 확정되기 전에 시범사업이 먼저 도는 구조다.
순서가 이렇다는 것은 기회다. 시범사업이 무엇을 기록하느냐가 하위법령이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느냐를 정한다. 기록하지 않은 항목은 나중에 기준으로 만들 수 없다.
그러려면 사업마다 같은 형식의 기록표가 있어야 한다. 위의 두 칸에 해당하는 것만 추리면 이렇다.
표 1. 시범사업 공개 자료에 들어가야 할 항목
| 축 | 기록 항목 | 없으면 확인 못 하는 것 |
|---|---|---|
| 농가 현금흐름 | 자기자본·대출 조건, 거치기간, 월별 상환액, 실제 운영비, 인버터 등 대체투자 시기 | 어느 해에 현금이 마르는지, 어떤 조건에서 사업이 무너지는지 |
| 주민환원 | 사업 주체와 지분 구성, 임차농 참여 여부와 계약 조건, 수익 배분 방식과 실제 배분액, 마을 공동기금 사용처 | 수익이 농업인·마을에 남았는지, 외부로 나갔는지 |
주. 작물 생산성·발전량 기록 항목은 이 표에서 제외했다. 별도 축으로 구조를 넘어 성과로 확인한다에서 다뤘다.
총매출과 설비용량만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두 칸 모두 비어 있게 된다. 성공 사례를 알리는 자료로는 다음 사업의 기준을 만들 수 없다.
다음 기준은 허용 요건이 아니라 기록 요건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을 접고 발전을 택하는 제도가 아니라, 농지를 유지하면서 농가와 마을이 에너지 전환의 몫을 나눌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제도다.
시험의 결과는 네 질문으로 정리된다. 작물 생산성이 유지되는가. 농가가 상환 부담을 감당하는가. 임차농과 주민이 사업의 실질적 주체인가. 수익과 위험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밖에서 확인되는가. 앞의 하나는 이미 논의 중이고, 뒤의 셋은 시범사업이 기록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위법령이 요구할 수 있는 범위도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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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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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2026-05-07).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회 통과. 「농지법」 개정안과 같은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https://www.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3Nzg2MSUyRmFydGNsVmlldy5kbyUzRnJnc0VuZGRlU3RyJTNEJTI2c3JjaENvbHVtbiUzRCUyNnBhc3N3b3JkJTNEJTI2cmdzQmduZGVTdHIlM0QlMjZiYnNDbFNlcSUzRCUyNmlzVmlld01pbmUlM0RmYWxzZSUyNnBhZ2UlM0QxJTI2cm93JTNEMTAlMjZiYnNPcGVuV3JkU2VxJTNEJTI2c3JjaFdyZCUzRCUyNg%3D%3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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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2026-07-16). 영농형 태양광 하위법령 마련 및 수도권 시범사업 계획. https://www.mafra.go.kr/bbs/home/792/578473/artclView.d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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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2026-07-30). 마을 협동조합이 주인 되는 주민참여형 영농형 태양광, 안성서 본격 시동. https://mafra.go.kr/home/5109/subview.do?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3ODU4MCUyRmFydGNsVmlldy5kbyUzRg%3D%3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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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식량과기후. (2026-05-14). 영농형 태양광 경제성 계산기 및 사용 가이드. 전남 기준 기본값과 논벼 중심 가정을 사용하는 의사결정 보조 도구. https://www.foodandclimate.or.kr/2026/05/14/agpv-roi-calculato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