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이는가
온도 관리 수요가 이만큼 큰 이유는 설비에 있다. 시설원예(비닐하우스·온실에서 작물을 기르는 재배 방식)는 난방의 일부를 전기로 돌리고, 축사는 환기와 냉방을 상시 가동한다. 저온저장고와 건조기도 수확기부터 겨우내 돌아간다.
용도는 두 갈래까지만 나눌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한국전력통계」에서 농사용 전력을 계약종 하나로만 공표한다. 시설원예에 얼마, 축산에 얼마를 썼는지는 집계하지 않는다. 농가마다 용도별 계량기가 따로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갑과 을을 나눈 실적도 이 통계에는 없다.
다만 별개 자료인 「계약종별 소분류 판매실적」에는 갑·을 구분이 들어 있다. 기간이 2018년 1월~2023년 6월로 끊겨 이 페이지의 2010~2025년 추이에는 쓸 수 없지만, 그 기간 안에서는 계약종별 비중을 추정 없이 확인할 수 있다. 9개 도(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전수를 집계한 결과는 「계약 0.6%가 농사용 전기의 42%를 쓴다」에 정리했다. 농어촌이 사실상 없는 광역시 8곳만 빠져 있어, 그 집계는 전국 농사용 판매량의 96.4~96.5%에 해당한다.
거기서 갑은 판매량의 5.3%로 나온다. 아래 표의 추정 배분(6%)과 크기 순서는 같고 값도 가깝다. 반면 을 저압과 고압의 몫은 아래 추정(62%·32%)과 상당히 다르다 — 원자료 집계로는 53.1%와 41.6%다. 아래 표는 전국·2025년 기준이고 그쪽은 9개 도·2018~2023년 상반기 기준이라 시점과 범위가 다르지만, 을 종 내부의 배분 추정이 실측과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이 페이지는 용도를 두 갈래까지만 나눈다. 시설원예 몇 퍼센트, 축산 몇 퍼센트 같은 세분은 측정값이 아니라 원단위 가정에서 나오는 계산값이다. 가정 하나를 바꾸면 비중이 크게 흔들린다. 시설원예 난방이 특히 그렇다. 난방의 상당 부분은 전기가 아니라 면세 경유·등유가 담당한다. 열 수요 가운데 전기의 몫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두 갈래로 나눈 근거는 계약의 정의다. 농사용(갑)은 「전기공급약관」상 양곡 생산용 양수·배수 전용 계약이다. 용도가 계약 문언으로 정의되므로, 온도 관리 비중과 을 계약 비중은 정의상 같은 수를 가리킨다.
다만 이 6%는 아래쪽 경계다. 을 계약으로 쓰는 관정·관수 펌프는 갑에 잡히지 않고, 수산 양식의 산소공급기 부하도 온도 관리가 아니다. 실제 양수·배수는 6%보다 크고, 그만큼 온도 관리 몫은 작아진다.
15년 사이 두 배가 됐다
농사용 전력 판매량은 2025년 21,523 GWh로, 2010년 10,654 GWh의 2.02배다. 이 기간 농업 부문에서는 유류 난방기를 전기 히트펌프로 바꾸고 축사·저장시설을 자동화하는 전력화가 진행됐다. 난방 설비를 바꿀 때 농가가 실제로 마주하는 회수기간은 「지열 히트펌프, 왜 아직 안 퍼질까」에서 따로 다뤘다.
늘어난 것은 호당 소비보다 계약의 수다. 고객호수가 집계되는 2011년 이후를 보면, 사용량 증가는 계약 호수 1.66배와 계약 호당 사용량 1.16배로 갈린다. 계약 호수는 133만 6천 호에서 221만 1천 호로 늘었다. 다만 이것은 계약의 수이지 농가 수가 아니다 — 한 농가가 하우스와 저온저장고에 따로 계약을 둘 수 있다. 같은 기간 농사용은 전국 판매전력량의 2.47%에서 3.92%로 커졌다.
전력화는 사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농가 경영비를 전기요금 변동에 그만큼 더 노출시킨다. 2022년부터 시작된 요금 조정이 농업 부문에 어떤 크기로 도달했는지를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용량은 겨울과 한여름에 솟는다
2월 사용량 2,163 GWh는 최저인 5월 1,407 GWh의 1.54배다. 8~9월에 2차 정점이 나타난다.
이 파형은 관개 달력과 어긋난다. 바닥이 모내기로 바쁜 5월이고, 수확기인 10월도 그 옆이다. 사용량을 밀어올리는 것은 영농 작업량이 아니라 기온이다.
부하의 형태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농사용 전력의 이용률은 14% 남짓이다. 계약해 둔 설비를 연 8,760시간 가운데 1,200시간 남짓만 돌린다는 뜻이다. 상시 가동하는 설비가 아니라 특정 계절에 몰아 쓰는 부하다. 이 비율은 2011년 14.93%에서 2025년 13.89%로 낮아졌다. 계약전력은 2.06배가 됐는데 사용량은 1.9배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용량과 단가가 갈라진 지점
사용량은 2010년 10,654 GWh에서 꾸준히 늘어 2022년에 21,000 GWh대에 올라선 뒤 고원에 들어갔다. 2023년에 한 번 내려앉았고, 2025년 21,523 GWh가 최고치다. 평균 판매단가는 2010~2021년 42.54~48.45원/kWh 범위에 머물렀다. 2022년부터 올라 2025년 88.55원/kWh에 이른다.
2010~2021년의 판매수입 증가는 사용량이 끌었고, 2022년 이후는 단가가 끌었다.
벌어진 4년
2021년을 100으로 두면 2024년 사용량은 102.4, 판매수입은 182.9다. 2025년에는 사용량 104.5에 판매수입 201.3으로, 수입이 4년 만에 두 배를 넘었다.
농사용 전력 판매수입은 2021년 9,467억 원에서 2024년 1조 7,319억 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1조 9,058억 원이다. 2021년과 비교한 연간 추가 부담은 2024년 7,851억 원, 2025년 9,591억 원이다.
같은 ‘농사용’, 다른 단가
| 계약종 | 주요 적용 대상 | 공급전압 | 사용 비중 | 평균단가 |
|---|---|---|---|---|
| 농사용(갑) | 양곡 생산용 양수·배수 펌프, 수문 조작 | 저압/고압 | 6% | 41.50원/kWh |
| 농사용(을) 저압 | 농작물 재배, 육묘, 소규모 저온저장고·건조기 | 380V 이하 | 62% | 82.50원/kWh |
| 농사용(을) 고압 | 대규모 시설원예, 대형 축사, 양식장, 제빙·냉동 | 3.3~22.9kV | 32% | 90.19원/kWh |
가장 싼 갑과 가장 비싼 을 고압의 단가 차이는 2.17배다. 갑은 양수·배수 전용 계약이므로 온도 관리 수요는 전부 을 계약에 들어간다. 사용량의 9할이 갑의 두 배 안팎인 단가를 적용받는 구조다.
시사점
수요가 기온에 묶여 있다는 것은 곧 날씨가 경영비를 흔든다는 뜻이다. 폭염·한파 일수가 늘어나면 사용량은 영농 규모와 무관하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늘어난 부담은 사용량에서 오지 않았다.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담이 조정되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 에너지 비용 지원의 설계 자체를 다루는 논의는 「면세유와 농사용 전기, 어디로 가야 할까」에 정리해 두었다.
요금체계를 손보려면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한전이 농사용 전력을 용도별로, 그리고 계약종 갑·을로 나눠 공표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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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과기후는 농사용 전력의 용도별 실측 통계 공표를 요청하는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난방·냉방 설비 사용 실태와 요금 부담을 보내주시면 다음 판본에 반영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자료의 한계. 용도 2분할 비중과 계약종별 비중·단가는 추정치입니다. 한전이 농사용 전력을 계약종 하나로만 공표하고 용도별 집계도, 갑·을 세분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온도 관리 몫은 을 계약의 관정·관수 펌프와 수산 양식 부하를 포함하므로 실제보다 크게 잡힌 값입니다. 고객호수는 계약 호수이지 농가 수가 아니어서(한 농가가 하우스·저온저장고에 따로 계약을 둘 수 있습니다) 농가당 금액으로 환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통계」(제95호, 2026) — 적용요금별 농사용의 판매전력량·판매수입·판매단가·고객호수·요금적용전력. 연도별(2010~2025)과 2025년 월별 수치, 이용률, 계약 호수, 전국 판매전력량 대비 비중의 출처. KOSIS 국가통계포털 수록(기관코드 310, 통계표 TX_31002_A019·A025·A026).
한국전력공사, 「전기공급약관」 — 농사용전력(갑)·(을)의 적용 대상과 공급전압 구분.
한국에너지공단 EG-TIPS, 「전력 판매가격(평균 기준)」 — 용도별 평균 판매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