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황금빛으로 익은 보리밭과 파란 하늘
KIFC 리포트 /
,
,

식량자급률의 함정 — 47.9%라는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한국은 사료용을 포함해 소비하는 곡물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합니다. 수입 곡물의 70% 이상은 가축 사료로 쓰입니다. 한우가 먹는 사료도, 라면의 밀가루도, 식용유도, 설탕도, 커피도 해외에서 옵니다. 자급률과 함께 수입 차질이 발생했을 때 대체 조달과 비축으로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1. 식량자급률 — 숫자의 실체

식량자급률(국내 생산량 ÷ 국내 소비량 × 100)은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식용 곡물만을 대상으로 산정합니다. 사료용까지 포함하면 곡물자급률이 됩니다. 두 지표의 격차가 한국 식량안보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2025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식량자급률은 47.9%입니다. 전년 49.3%에서 1.4%p 하락했고, 202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6%(2024)로, 전년 22.2%보다 0.6%p 줄었습니다. 소비하는 곡물의 거의 80%가 해외에서 옵니다.

2. 쌀 밖 주요 곡물은 수입 의존도가 높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국내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특히 특히 밀(1.5%)과 옥수수(4.3%)의 국내 생산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한국은 연간 곡물 수요 약 2,300만t 가운데 1,800만t을 수입합니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표 1. 주요 곡물의 자급률과 수입 구조
품목 자급률(%) 연간 수입량(만t) 주요 수입국
96.0 소량(의무수입)
1.5 ~408 호주·미국·캐나다
옥수수 4.3 ~1,100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37.4 ~130 미국·브라질
보리 22.0 호주·캐나다

빵과 라면의 밀, 식용유 원료와 사료용 곡물은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밀 1.5%, 옥수수 4.3%라는 수치는 국내 생산 기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콩은 논콩 재배 확대로 37.4%까지 올랐지만, 사료용 대두는 여전히 전량 수입입니다.

3. 수입국 편중 — 소수 국가에 조달이 집중된다

수입량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 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밀은 호주·미국·캐나다 3국에서 약 80%, 옥수수는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3국에서 약 80%, 대두는 미국·브라질 2국에서 약 90%가 들어옵니다.

USDA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출시장입니다. 2024년 미국의 대(對)한국 농식품 수출은 89억 달러였습니다. 주요 수출국에서 기후재해나 수출 제한이 발생하면 국내 조달 비용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4. 곡물 통계 밖의 수입 의존 — 식용유·원당·커피

식량자급률 논의는 대개 곡물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일상 칼로리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 다수가 자급률 0%에 가까운 완전 수입 의존 상태입니다.

식용유(대두유·카놀라유·올리브유)의 원료는 거의 전량 수입입니다. 유지류는 칼로리 밀도가 높아 한국인 총 칼로리 공급의 약 12~14%를 차지합니다. 설탕(원당)은 국내 재배가 사실상 전무해 원당을 전량 수입합니다. 당류는 총 칼로리의 약 7~9%입니다. 커피는 국내 생산이 0%이며, 한국인은 1인당 연간 405잔(2023, 유로모니터)을 소비합니다.

표 2.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 식품군
품목군 자급률 칼로리 비중(추정) 주요 수입국
유지류 (식용유 원료) 약 0% 약 12~14% 미국·브라질·캐나다·EU
당류 (원당·설탕) 약 0% 약 7~9% 호주·태국
밀 (빵·면류·과자) 1.5% 약 10~12% 호주·미국·캐나다
커피 0% 미미 (경제적 비중 큼) 브라질·베트남·콜롬비아
열대과일·견과류 0% 약 2~3% 필리핀·미국·베트남

5. 육류 자급률과 수입 사료 의존

2022년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60kg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금액 기준 세계 최대 수입국입니다. 2024년 총 쇠고기 수입량은 약 46만t, 이 가운데 미국산이 약 22만t(약 48%)을 차지합니다. 한미FTA에 따라 40% 관세는 1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돼 2026년 1월부터 0%가 됐습니다.

표 3. 축종별 육류 자급률과 수입 비중
축종 자급률(%) 수입 비중 비고
쇠고기 약 38% 약 62% 미국산 48%, 호주산 37%. 한국 =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
돼지고기 약 72% 약 28% 수입량 20년새 346% 증가
닭고기 약 74% 약 26% 브라질·태국산 급증

그런데 이 자급률에는 결정적인 착시가 있습니다. 수입 곡물의 70% 이상이 국내 축산 사료용으로 사용됩니다. 옥수수 공급량의 77%, 대두 공급량의 69%가 가축 사료로 들어갑니다.

겉으로는 돼지고기 72%가 국산입니다. 그러나 그 돼지가 먹는 옥수수와 대두박은 거의 전량 미국·브라질에서 수입합니다. 국내산 축산물도 사료 공급망의 해외 의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6. 식탁에 바로 오는 충격 — 가격과 가계

육류는 가계 식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군입니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이 한국 소비자 가격에 도달하는 경로도 매우 직접적입니다. 곡물 가격 급등 → 배합사료 가격 상승 → 육류 생산비 상승 → 소비자 가격 상승. 식용유·밀가루·설탕 가격 역시 국제 원자재 시세에 연동돼 가공식품 전반으로 파급됩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국내 밀가루 가격은 30% 이상 상승했고, 사료 가격 급등으로 돼지고기·닭고기 소비자가도 올랐습니다.

7. 자급률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

첫째, 농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2024년 농지면적은 150.4만ha로, 정부가 유지하겠다고 밝힌 150만ha 수준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1.24%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둘째,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밀의 국내 생산비는 수입가의 2~3배입니다. 식용유·설탕 원료는 기후 조건상 국내 대량 생산 자체가 어렵습니다.

셋째, 식습관이 바뀌었습니다. 쌀 소비는 줄고, 밀·육류·유지·당류 소비는 늘고 있습니다. 수입 의존 품목의 소비 비중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넷째, 정책 목표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2022년에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를 제시했고, 이후에도 같은 방향의 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곡물 유통망 확대도 제시됐지만, 실제 성과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8. 대안 —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공급망의 안전성과 회복탄력성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면, 수입이 흔들릴 때 얼마나 빠르게 대안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수입선 다변화(품목별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일본 종합상사 모델 벤치마킹), 다품목 비축(쌀 중심에서 밀·대두·사료곡물·식용유 원료까지 확대), 사료 공급망 별도 관리, 비곡물 공급망 조기경보체제 구축이 필요합니다.

국내 농업생산기반 유지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최소한의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150만ha 농지 보전, 밀·콩 등 전략작물의 판로와 가공·유통 체계 구축, 스마트농업·기계화를 통한 생산 인프라 현대화가 병행돼야 합니다.

시민이 관심 가져야 할 것

식량안보는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직접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이 음식의 원료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관심, 식량안보법 제정 논의에 대한 시민적 관심, 그리고 호주의 가뭄·브라질의 라니냐·흑해의 분쟁이 곧 우리 마트의 가격표에 반영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표 4. 한국과 일본의 식량안보 체계 비교
구분 한국 일본
곡물자급률 21.6% 27.6%
법적 근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등 관련 법률 식료·농업·농촌 기본법 (2024 개정)
해외 공급망 전략 해외 곡물터미널 2개소, 수입 비중 약 1% 종합상사 중심 글로벌 곡물 네트워크
비축 체계 쌀 중심, 밀·콩 등 일부 품목 비축 쌀+밀+대두 다품목 비축
식량안보 인식 농정과 공급망 정책의 결합 과제 경제안보를 포함한 국가 전략 과제

시사점

식량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농지, 경제성, 식습관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국내산 육류 생산도 수입 사료에 크게 의존하고, 식용유·설탕 등 칼로리 비중이 높은 품목은 사실상 전량 수입이라는 점입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식량안보입니다. 자급률 목표에만 매몰되기보다, 수입선 다변화, 해외 유통망 확보, 다품목 비축, 사료·비곡물 공급망 안정화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국내 농업생산기반의 안정적 유지를 병행해야 합니다.

함께해주세요

한국 식량안보와 공급망 정책에 대한 분석을 계속 받아보고, 의견과 후원을 보태주세요.

참고문헌

  1. 농림축산식품부. 「2025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2. 농림축산식품부. 「양정자료」 및 식량자급률·곡물자급률 통계.
  3. 통계청. 「농업면적조사」 각 연도.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5」 및 식품수급표.
  5. 한국무역협회. 품목별 수입 통계.
  6. FAO/AMIS. 국가별 곡물 수급 통계.
  7. 일본 농림수산성. 식료안전보장 및 곡물 비축 관련 자료.

참고문헌

참고문헌은 본문에 포함될 경우 이 영역에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