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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적발 다음을 묻는다 — 반공유재의 비극과 자치적 재결합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위성과 드론은 불법 시설과 휴경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도 상속 지분, 소유 자격, 불안정한 임대차가 겹쳐 이용되지 못하는 농지는 적발 중심 조사만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이 글은 이 상태를 ‘반공유재의 비극’이라는 개념으로 진단하고, 엘리너 오스트롬의 자치 관리 원리를 농지 이용 제도에 적용할 가능성을 살펴본다.

공유지의 비극은 누구도 이용을 제한하지 못해 자원이 과잉 사용되는 문제다. 반면 반공유재의 비극은 여러 권리자가 각각 거부권을 가져 자원이 과소 이용되는 상태다. 감시와 처벌은 첫 번째 문제에는 필요하지만,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려면 흩어진 권리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

조사는 무엇을 보는가

정부는 2026년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 실시 계획을 보고했다. 다음 날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에는 조사원의 토지 출입 근거와 불법 임대차 신고포상금 확대 등이 담겼고, 조사는 5월 18일 시작됐다. 2026년에는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2027년에는 그 이전 취득분을 포함해 데이터베이스를 현행화할 계획이다.

기본조사는 농지대장, 직불금, 농업경영체 정보, 항공·위성사진 등을 교차 분석하고, 심층조사는 현장 확인과 탐문, 서류 검증을 병행한다. 위반이 확인되면 처분 의무와 처분명령을 거쳐 매년 토지가액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국 단위 농지 데이터를 새로 정비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 설계는 주로 불법 소유·임대·전용과 무단 휴경을 찾는다. 권리가 합법적으로 분산돼 이용이 막힌 농지는 별도의 진단이 필요하다.

데이터: 합법적으로 얼어붙은 농지

KREI는 2015년 농업총조사와 농업법인조사에서 확인된 농업인·농업법인 소유분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비농업인 소유 농지를 전체 경지면적의 43.8%, 73만 5천 ha로 추정했다. 직접 등기부를 전수 집계한 통계가 아니라 분석상 추정치라는 점은 유의해야 하지만, 소유와 경작의 분리가 상당한 규모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8년 농가경제조사를 재분석한 자료에서는 농가가 소유한 농지 가운데 60세 이상 소유 비중이 81.3%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전체 지적상 농지가 아니라 조사 대상 농가의 소유 농지를 기준으로 한다. 고령 소유자의 농지가 상속되는 과정에서 공동지분이 늘면 한 필지를 장기간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데 필요한 합의 비용도 커질 수 있다.

이 구조가 모든 농지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동상속 지분은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농지 소유 자격은 매수자의 범위를 좁히며, 예외 중심의 임대차 규율은 장기 계약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세 요소가 겹치면 위반 없이도 필지가 오래 묶일 가능성이 커진다.

농기계와 스마트농업 기술은 일정 규모 이상에서 투자 효과가 커진다. 개별 필지가 움직이지 못하면 연속된 경작 단위로 묶기 어렵고, 생산비 절감과 기술 도입도 제한된다. 전수조사 데이터가 소유와 이용의 불일치뿐 아니라 권리 조정이 필요한 지역까지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병명이 처방을 가른다 — 오스트롬의 답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처방으로 강한 규칙과 통제, 또는 명확한 권리 설정을 논의했다. 전수조사의 감시·처벌 체계는 이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반공유재 진단이 필요한 곳에서는 반대 방향의 도구, 즉 쪼개진 권리를 다시 묶고 당사자가 이용 규칙을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

엘리너 오스트롬은 국가 통제와 사유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동 자원 관리 사례를 비교해, 이용자들이 자치적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조건을 정리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은 이러한 경제 거버넌스 연구의 공로를 평가했다. 다만 오스트롬의 원 사례는 목초지·관개수·산림 같은 공유자원이므로, 사유지인 농지에는 소유권 자체가 아니라 공동 경영과 이용 규칙의 원리로 제한해 적용해야 한다.

표 1. 오스트롬의 설계 원리와 공동영농 제도 설계의 대응
오스트롬의 설계 원리공동영농 조직에 적용할 설계 항목
1. 명확한 경계들녘 단위 참여 농지와 조합원 자격을 명확히 확정
2. 현지 조건과 부합하는 규칙지역 작목·필지 조건에 맞춘 경영 규약
3. 당사자의 규칙 제정 참여총회에서 정관과 경영계획을 직접 의결
4. 책임 있는 감시조합원 상호 모니터링과 회계·경영 공시
5. 점증적 제재경고·배당 제한·제명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제재
6. 저비용 분쟁 해결이사회·총회 중심의 내부 조정 절차
7. 자치권의 인정공동영농 조직의 법인격과 자치권을 법으로 보장
8. 중층적 조직마을 경영체·시군 연합·공적 중간기구를 연결

일본은 농지 권리를 어떻게 다시 묶었나

일본 역시 필지 파편화, 고령 소유, 상속에 따른 권리 분산을 겪었다. 2014년 도도부현 단위의 농지중간관리기구, 이른바 농지뱅크를 도입해 소유자에게 농지를 빌린 뒤 정리해 니나이테(중심 경영체)에 다시 빌려주는 공적 중간 임차 구조를 만들었다.

니나이테(중심 경영체)가 이용하는 농지 비중은 기구 창설 전인 2013년 48.7%에서 2025년도 말 62.1%로 13.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농지뱅크가 새로 집적한 면적은 약 25만 9천 ha로, 신규 집적 면적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농지뱅크만의 단독 효과를 뜻하지는 않지만, 공적 중개가 집적의 주요 경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표 2. 일본의 농지 권리 재결합을 뒷받침하는 세 제도
제도핵심 구조오스트롬 원리와의 접점
농지중간관리기구
(2014)
공적 법인이 중간 임차인으로 농지를 모아 중심 경영체에 재배치중층 조직: 마을과 광역 기구 연결
지역계획·목표지도
(2023 법정화)
지역 협의로 10년 뒤 필지별 경작자 계획을 작성·공고명확한 경계와 당사자 참여
집락영농소유는 개별 유지하고 경영·기계·판매를 마을 단위로 공동화현지 규칙·상호 감시·자치 운영

특히 지역계획은 주민 협의를 거쳐 10년 뒤 필지별 경작자를 표시한 목표지도를 만드는 제도다. 자원의 경계를 정하고 당사자가 이용 규칙을 만든다는 오스트롬의 원리와 닮아 있다. 집락영농은 토지 소유를 바꾸지 않고도 경영·기계·판매를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들녘 단위 공동영농 논의와 연결된다.

한국의 설계 공간 — 헌법이 이미 열어둔 것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대한민국헌법 제121조 제2항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선언하고, 제2항은 농업생산성과 합리적 이용을 위한 임대차·위탁경영을 인정한다. 소유와 이용의 조정은 헌법 바깥의 발상이 아니라 현행 조문 안의 설계 과제다. 핵심은 경작자가 지주에게 종속되는 소작 구조를 되살리지 않으면서, 실제 경작자가 안정적인 경영 주체가 되도록 이용권을 묶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위탁영농, 법률상 용어로는 위탁경영을 허용하는 새로운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 제9조는 병역·장기 국외여행·질병·취학·공직 취임처럼 소유자가 일시적으로 자경하기 어려운 경우, 농지이용증진사업 시행계획에 따른 경우, 농업인이 노동력 부족으로 농작업 일부를 맡기는 경우 등에 한정해 위탁경영을 허용한다. 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을 처리하는 예외 규정에 가까워, 마을이나 들녘 단위 공동경영체가 여러 필지의 경영 전반을 장기간 맡는 모델을 포괄하기에는 부족하다.

표 3. 한국 현행 제도·일본 제도·개선 방향 비교
항목한국 현행일본검토할 설계 방향
중간 기구농지은행의 임대수탁·매입 중심농지중간관리기구의 재배치·집약농지은행에 지역 단위 집약·재배치 기능 강화
장기 이용 안정개별 계약과 예외 규정 의존공적 기구가 계약 당사자회수 조건과 장기 이용권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
지역 계획사업 지침 기반 들녘경영체법정 지역계획·목표지도들녘 단위 농지이용계획의 법정화 검토
공동 경영경영 연합·공동작업 중심집락영농의 표준화된 조직 형태소유를 유지한 채 경영권을 묶는 법인 모델
위탁영농농지법 제9조의 제한적 예외 중심지역계획·농지뱅크·집락영농을 통한 이용 조정정부가 승인한 공동경영체에 위탁경영 허용
소유자의 지위임대인 중심기구를 통한 임대인배당·의결권을 갖는 출자자 모델의 법적 타당성 검토

공동영농법인에 소유자가 출자자로 참여하는 모델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공동상속 지분처럼 한 필지에 묶인 권리를 법인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매각을 원하는 사람은 지분을 양도하고 경영 단위는 유지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다만 농지 소유 규제, 농업법인 자격, 투기 방지, 소수 지분권자 보호와 충돌할 수 있으므로 실증사업과 법률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적발 데이터에서 이용 설계 데이터로

전수조사가 구축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위반 농지의 목록인 동시에 농지 권리 조정이 필요한 지역을 찾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른가’를 넘어 공동상속 지분 수, 계약 기간, 휴경 이력, 연접 필지의 경영 주체를 함께 분석하면 들녘 단위 재결합의 후보지를 찾을 수 있다.

정책의 다음 단계는 네 가지다. 첫째, 전수조사 DB에 권리 파편화와 장기 이용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 둘째, 농지은행을 단순 중개 창구에서 지역 단위 재배치 기구로 강화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주민이 목표지도를 만들고 공동영농 조직의 규칙을 정하는 시범지역을 운영해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넷째, 시범사업에서 검증된 공동경영체를 정부가 승인하고 참여 농지의 위탁경영을 허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 제9조의 특례 또는 별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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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농림축산식품부. 「AI·위성·드론까지 총동원…오늘부터 농지 전수조사 시작」. 2026. 5. 18.
  2.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실시와 처분명령 강화 등 농지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6. 5. 7.
  3.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시행지침」. 2026.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대농지 및 상속농지 관리 방안』. 2020.
  5.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지법상 예외적 농지소유 및 이용 실태와 개선과제」. 농정포커스 제182호. 2019.
  6.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제9조(농지의 위탁경영). 2026.
  7. 일본 농림수산성. 「令和7年度の農地中間管理機構の実績等の公表について」. 2026.
  8. Hardin, G. “The Tragedy of the Commons.” Science, 1968.
  9. Heller, M. “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 Harvard Law Review, 1998.
  10. Ostrom, E. Governing the Commo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11. The Nobel Prize. “The Prize in Economic Sciences 2009 — Press release.”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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