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화·화옹 간척지(바닷물을 막아 만든 땅)와 파주 접경지역에 대형 태양광 단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하는 영농형 태양광도 전국으로 넓힌다. 두 계획이 한꺼번에 발표돼 헷갈리기 쉽지만, 둘은 서로 다른 트랙이다. 이 글은 무엇이 정해졌고 무엇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지를 표와 수치로 정리한다.
한 장면 — 무엇이 정해졌나
2026년 5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두 개의 축이 담겼다.
- ① 초대형 단지: 시화·화옹 간척지와 파주 접경지역에 GW급(원전 한 기가 약 1GW) 태양광 단지를 짓는다.
- ② 영농형 태양광: 농지 위에 패널을 얹어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하는 방식을, 정부가 밀어주는 ‘4대 정책입지’의 하나로 전국에 넓힌다.
먼저 흔한 오해 하나를 풀어 두자. ‘영농형’이라는 말은 기본계획 원문에 분명히 나온다(‘간척지·영농형, 접경지역 평화 태양광 벨트’). 하지만 이것이 시화·화옹·파주 대단지를 곧 영농형으로 짓는다는 뜻은 아니다. 한 부지 안에서도 땅에 세우는 지상형, 물에 띄우는 수상형, 농사와 겸하는 영농형이 구역별로 갈린다.
또 하나, 이것은 개별 사업 허가가 아니라 국가 계획의 방향이다. 총리가 현장을 찾고 범정부 추진단까지 꾸릴 만큼 의지는 강하다. 다만 전기를 실어 나를 길(계통)을 어떻게 확보할지, 누가 돈을 댈지, 농사가 실제로 병행될지 같은 변수는 여전히 많다.
상위 틀 —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2026.5.19)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5월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김성환 장관 주재)에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른 첫 단독 기본계획으로, 2035년까지의 중장기 로드맵을 담았다.
핵심 목표는 다음과 같다.
| 항목 | 목표치 |
|---|---|
| 재생에너지 누적 보급 | 2030년 100GW 조기 달성 |
| 발전 비중 | 2035년 30% 이상 |
| 투자 규모 |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 268조 원 (녹색전환연구소 논평 인용치) |
| 계약단가(kWh, 2035년까지) | 태양광 80원, 육상풍력 120원, 해상풍력 150원 이하 |
계획은 다섯 과제로 짜였다. ① 빠른 보급 확대 ② 획기적 비용 저감 ③ 산업경쟁력 강화(‘제2의 반도체·조선’ 육성) ④ 소득 공유·국민 체감 확산(1,000만 명 소득) ⑤ 거버넌스 확대·지방정부 역할 강화.
왜 하필 수도권 간척지·접경지역인가
이번에 화제가 된 대단지는 첫 번째 과제인 ‘빠른 보급 확대’ 안에 들어 있다. 정부는 범정부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꾸려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다음을 추진한다.
“간척지·영농형, 접경지역 평화 태양광 벨트 등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에 10개 이상 GW급 태양광 신규사업 12GW를 발굴하고, 2030년까지 신속히 보급한다.” —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정책브리핑(2026.5.19)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를 보낼 길이 남아 있느냐다. 태양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계통)이 꽉 차 있으면 소용이 없다. 전남·전북·충남은 재생에너지가 이미 몰려 이 길이 거의 포화 상태지만, 수도권은 아직 여유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수도권의 빈 땅으로 눈을 돌렸다.
| 지역 | 재생에너지 연계 여유용량(2026년 기준) |
|---|---|
| 경기도 | 약 107GW |
| 충남 | 1.5GW |
| 전북 | 0.6GW |
| 전남 | 0GW |
출처: 한국전력 자료, 에너지경제(2026.4.25) 재인용
거론되는 거점은 아래와 같다. 아직 사업계획을 세우는 단계이고, 규모는 언론 보도 기준이다.
| 거점 | 위치·성격 | 거론 규모 | 비고 |
|---|---|---|---|
| 시화·화옹지구 | 경기 간척지, 약 3,000만 평 | 약 3GW | 정부가 “수도권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지”로 평가. 기존 최대인 새만금 수상태양광(1.2GW)의 2배 이상 |
| 파주 등 접경지역 | 경기 북부 군사접경 | 3GW 이상(시화 초과 거론) | “평화 태양광 벨트”. 경기북부 송전망 수용여력 약 6GW, 반도체·AI 클러스터 인접 → 만든 곳에서 바로 쓰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강점 |
| 수도권매립지(인천) | 매립지 유휴부지 | 수백 MW급 | GW급보다는 작은 규모 검토 |
정부의 추진 의지도 뚜렷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026년 4월 22일 시화 현장을 찾아 “에너지 전환 방향은 확고하며 이제는 속도와 집행력의 문제”라며 조속한 사업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영농형 태양광 트랙 — 별도의 제도 개편
간척지·접경지역의 ‘대단지’와 구분해서 볼 것이 농지를 활용하는 영농형 태양광이다. 기둥을 높이 세워 그 위에 패널을 얹고, 아래에서는 농사를 계속 짓는 방식이다. 기본계획은 이 역시 4대 정책입지의 하나로 넣었다.
정부는 ① 공장 지붕 ② 영농형 ③ 수상형 ④ 도로·철도·농수로 같은 유휴부지를 ‘4대 정책입지’로 묶어 2030년까지 태양광 44.2GW를 집중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법도 이미 마련됐다. 2026년 5월 7일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영농형태양광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개월 뒤인 2026년 11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영농형 태양광을 허용하되, 농지가 발전사업의 단순 부지로 바뀌지 않도록 여러 잠금장치를 뒀다.
| 항목 | 종전(농지법) | 영농형태양광법 (2026.5.7 통과) |
|---|---|---|
| 농지 사용기간 | 타용도 일시사용 최대 8년 | 최대 23년(최초 5년+연장 18년), 3년마다 영농 이행 확인 |
| 설치 가능 지역 |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 | 원칙은 진흥지역 밖, ‘재생에너지지구‘ 지정 시 진흥지역 안에서도 허용 |
| 사업 주체 | 제한적 | 실경작 농업인·임차농·주민참여협동조합(재생에너지지구는 농업법인) |
| 임차농 보호 | 일반 임대차 | 임대차 자동갱신, 임대료 인상 5% 상한, 표준계약서 |
| 영농 의무 | 없음 | 영농 없는 발전 금지 — 위반 시 과징금·사업정지·취소, REC 환수 |
다만 법이 통과됐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영농 실효성을 판정할 기술표준과 영농형 전용 발전단가(REC 가중치) 같은 핵심 조건은 하위법령(시행령·고시) 과제로 남았다. 최대 23년 사용기간만으로 사업성이 성립할지, 형식적 경작을 어떻게 걸러낼지는 시행령이 나와야 판가름 난다.
100GW, 숫자를 더해보면 아직 모자란다
정부가 내놓거나 거론한 물량을 그대로 더해도 100GW에는 못 미친다. 언론과 전문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 구성 | 규모 |
|---|---|
| 기존 누적 설비 | 약 38GW |
| 경기도 대단지(간척지·접경 등) | 최대 10GW |
| 산업단지(지붕·유휴부지) | 6GW |
| 햇빛소득마을(2,500개) + 베란다 태양광 | 약 2.6GW |
| 육상풍력 | 6GW |
| 해상풍력 | 3GW |
| 단순 합계 | 약 66GW |
모든 사업이 계획대로 돼도 약 66GW에 그친다. 결국 나머지 30GW 넘는 물량은 공공과 민간이 따로 채워야 하는 구조다. 전력당국 관계자도 “100GW는 달성 여부를 떠나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남은 쟁점과 리스크
“송전망 여유”가 곧 “수익”은 아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대표 주민참여 모델로 꼽히던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은, 시설을 다 짓고도 1년 가까이 전력망 포화 탓에 발전수익이 0원이다. 큰 송전망에 여유가 있어도, 실제로 전기를 흘려보내려면 마을까지 잇는 배전망 보강과 접속 대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배전망 말단 보강, 지자체 인허가, 부지 확보라는 숙제가 남는다.
계획의 다섯 가지 공백 (녹색전환연구소 논평, 2026.5.19)
방향은 환영하지만 실행 방법이 물음표라며, 녹색전환연구소는 다섯 가지 빈칸을 짚었다.
- 누가 돈을 대나 — 268조 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제시했지만, “누가 얼마를 대고 누가 설치·운영하느냐”는 빠졌다. 민간자본에만 기대게 될 우려가 있다.
- 간헐성 대책이 선언 수준 — 해가 없을 때를 대비한 저장장치(ESS) 수량 목표, 그린수소·양수발전, 요금체계 개편이 구체적이지 않다.
- 시민 체감형 보급 전략이 약하다 — 아파트 주민 동의 장벽을 풀 방안, 도시형 시민발전협동조합 촉진 제도가 미흡하다.
- 지방정부 권한 뒷받침이 부족 — 역할은 강조하면서도 지역에너지공사 같은 실행 조직이나 계통 정보 접근권이 없어, 책임만 떠넘겨질 수 있다.
- 산업·수출 전략이 비었다 — 태양광·풍력 제조 재건은 있으나 배터리·전해조·히트펌프까지 아우르는 전략과 수출 로드맵이 없다.
농업의 눈으로 본 추가 고려 (분석)
- 농사가 진짜 되느냐: 사용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늘리면 사업은 안정되지만, 패널 그늘과 구조물 아래에서 작물 수량·품질이 유지되는지, 농기계가 드나들 수 있는지, 임대료를 빼고도 농사 소득이 남는지가 관건이다. 준공 뒤 “발전은 되는데 농사는 이름뿐”이 되는 상황을 막는 게 핵심이다.
- 우량농지를 여는 부담: 잘 지은 농지(농업진흥지역)까지 허용하는 것은 식량안보·농지보전 원칙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재생에너지지구’ 지정 요건과 우량농지 제외 기준을 어떻게 짜느냐가 갈등의 분기점이다.
- 간척지의 이중 용도: 시화·화옹 간척지는 원래 농사지을 땅을 만들려고 개발한 곳이다. 태양광 우선순위와 농지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 확인이 필요하다.
- 누가 주인이 되나: 영농조합·마을협동조합 참여 허용은 지역이 소득을 나누자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외부 개발자본이 이름만 빌리는 구조로 흐를 위험이 있다. 수익 배분과 운영 주체 규정이 중요하다.
앞으로 지켜볼 점
- 시화·화옹·파주 거점 중 영농형 방식으로 설계되는 구간이 어디까지인지(지상·수상형 대 영농형의 배분)
- 영농형태양광법 시행령·고시의 내용(영농 이행 판정 기술표준, 재생에너지지구 지정·우량농지 제외 요건, 영농형 전용 REC 단가)과 2026년 11월 시행 준비 상황
-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의 후속 사업계획서(위치·용량·일정) 공개 여부
- 접경지역 사업의 군사시설·안보 협의(국방부 재생에너지 전담조직 역할)
- 계통 접속 우선순위 법 개정(햇빛소득마을·정책입지 우선접속)의 진행 상황
이 글은 영농형 태양광을 다룬 KIFC 연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일본·독일·프랑스·미국의 제도와 2026년 영농형태양광법을 비교한 시리즈는 아래 관련 글에서 볼 수 있다.
부록. 주요 수치 요약표
| 지표 | 값 | 출처 |
|---|---|---|
| 재생에너지 누적 목표(2030) | 100GW | 기본계획 |
| 발전 비중 목표(2035) | 30% 이상 | 기본계획 |
| 초대형 계획입지 신규 발굴 | 10개 이상 GW급 / 12GW | 기본계획 |
| 4대 정책입지 태양광(2030) | 44.2GW | 기본계획 |
| 시화·화옹 거론 규모 | 약 3GW | 에너지경제(2026.4.25) |
| 경기도 계통 연계 여유 | 약 107GW | 한전/에너지경제 |
| 영농형태양광법 국회 통과 | 2026.5.7 (11월경 시행) | 농식품부 |
| 영농형 농지 사용기간 | 8년 → 23년 | 영농형태양광법/농식품부 |
| 태양광 계약단가 목표(2035) | 80원/kWh | 기본계획 |
| 현 누적 설비 | 약 38GW | 에너지경제 |
⚠️ 본 글의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며, 상당수가 ‘추진·검토 단계’다. 개별 거점의 용량·위치·일정은 후속 사업계획에서 바뀔 수 있어, 인용 시 원문·최신 보도의 재확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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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5.19).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64631 ↩
-
에너지경제. (2026.4.25). 간척지부터 베란다 태양광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로드맵 윤곽. https://v.daum.net/v/20260425062002034 ↩
-
한국농어민신문. (2026.3.24). 영농형 태양광 준공했지만…1년 가까이 발전수익 0원. https://www.nongmin.com/article/20260324500145 ↩
-
서울경제. (2025.11). 영농형 태양광 농지 사용기간 8→23년으로 늘린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H0FU0BLGF ↩
-
녹색전환연구소(IGT). (2026.5.19). [논평] 정부 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방향 환영하나, 실행 방법 여전히 물음표. https://igt.or.kr/bbs/board.php?bo_table=m03_03&wr_id=81 ↩
-
농림축산식품부. 질서정연한 영농형 태양광 도입 관련 자료. https://www.mafra.go.kr/bbs/home/793/575600/artclView.do ↩
-
농림축산식품부. (2026.5.7).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국회 통과 보도참고자료 — 뉴스핌 보도 재인용.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50700128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