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업·기후·산업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 바이오에탄올 기반 SAF, 한 연료가 무엇과 함께 움직이는가

Abstract

SAF(지속가능항공유) 이야기는 보통 “어떤 연료를 쓸 것인가”에서 멈춥니다. 식량과기후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묻습니다. “이 연료가 무엇과 함께 움직이는가.”

바이오에탄올로 만드는 SAF는 출발점이 곡물입니다. 곡물은 사료가 되고, 사료는 축산을 거치고, 그 부산물은 다시 식품과 산업으로 흘러갑니다. 항공 연료 하나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 농업·식량·기후·산업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그 연결을 네 가닥으로 풀어 보는 시리즈의 서문입니다.

네 가닥은 이렇게 나뉩니다. 곡물 공급망, 식량안보, 차세대 산업, 바이오산업 확장 기반. 각 가닥은 이어지는 분석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SAF는 무엇인가 — 그리고 왜 바이오에탄올 경로인가

SAF는 항공의 저탄소 대안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2년에 국제 항공의 2050년 탄소중립 장기목표(LTAG)를 채택했고(ICAO, 2022), 한국은 2027년 국제선 항공유에 1% SAF를 섞는 의무화로 시작해 2035년에는 7~1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국토교통부, 2025).

항공이 전 세계 인위적 CO₂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2.5%입니다(ATAG 2024; Our World in Data 2024). 비중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항공은 전기로 바꾸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입니다. 배터리는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담기에 너무 무겁고, 도로 운송이 전기차로 옮겨가고 해운이 암모니아·메탄올로 옮겨가는 사이, 항공만은 액체연료가 필요한 채로 남습니다. 그래서 SAF가 주목받습니다.

ICAO가 인정하는 SAF 생산 공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표 1. ICAO 인정 SAF 생산 공정 비교
공정 원료 원료→SAF 수율 기술 성숙도 현재 글로벌 비중
HEFA (수소처리 식용유) 폐식용유·동물성 유지·팜유 약 80~85% 상업화 대부분
ATJ (알코올-제트전환) 바이오에탄올·부탄올 약 60~63% 초기 상업화 소량
FT-SPK (가스화-합성) 폐기물·바이오매스 약 50% 실증 미미
PtL (합성연료) 그린수소 + CO₂ 변동 연구·실증 미미
Chart 01 SAF 공정별 글로벌 생산 비중 (2024년 기준 추정)
HEFA
수소처리 식용유
~85%
ATJ
알코올-제트
~8%
FT-SPK
가스화-합성
~5%
PtL
합성연료
~2%
자료: IEA (2024), ATAG Facts & Figures (2024). 수치는 정량 추산이며 연도·집계 기관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만들어지는 SAF는 거의 다 HEFA입니다.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수소로 처리해 만듭니다. 문제는 폐식용유 자체가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입니다. 전 세계가 모을 수 있는 양이 적고, 수요가 늘수록 원료를 두고 경쟁이 심해집니다.

곡물·사탕수수를 쓰는 ATJ(Alcohol-to-Jet) 경로는 원료를 구할 길이 훨씬 넓습니다. 이 시리즈가 ATJ를 중심에 두는 이유입니다. 네 공정 가운데 ATJ만이 농업·식량과 직접 맞닿습니다. 곡물에서 에탄올을 발효하고, 그 에탄올을 항공유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SAF 기초 자료 보기 SAF의 정의·국제 규제·글로벌 수요를 더 자세히 정리한 페이지로 이동


01곡물 공급망

같은 곡물이 더 많은 일을 하게 할 수 있는가

한국은 연간 곡물 수요 약 2,300만 톤 중 1,800만 톤을 수입합니다. 세계 7위 수입 의존국입니다(농림부, 2022). 옥수수 자급률은 0.8%, 밀은 0.7%(농림부, 2022). 사료용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21~2023년 평균 19.5%로 집계됩니다(한국농어경제연구원, 2024).

Chart 02 한국 주요 곡물 자급률 (2022년)
104.8%
7.7%
옥수수 0.8%
0.7%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2022).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2021~2023년 평균 19.5% (한국농어경제연구원, 2024).

이렇게 들어온 곡물은 사료·가공·식용으로만 흘러갑니다. 곡물에서 에너지나 연료로 가는 길은 한국에는 아직 없습니다. 수입한 옥수수는 축산 사료와 전분·당으로 쓸 뿐, 항공유로 이어지는 경로는 만들어진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ATJ-SAF가 더해지면 곡물 흐름에 새 가닥이 생깁니다. 같은 옥수수가 사료·식품과 함께 연료의 원료까지 되는 다목적 공급망으로 짜여질 수 있습니다.

Chart 03 한국 곡물 수입 흐름과 추가 가능 경로

Origin

  •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 대부분
  • 연 수입 약 1,800만 t
  • 옥수수 자급률 0.8%

현재 흐름

  • 축산 사료용
  • 식품 가공 (전분·당)
  • 식용
  • 에너지·연료 → 없음

+ SAF 시나리오

  • 사료 (조정)
  • 가공·식용 (유지)
  • DDGS 부산물 → 사료자급률
  • 에탄올 → ATJ-SAF
인포그래픽 시안. 비중·가공률·내수 부산물 흐름은 발행 페이지에서 정밀화. 자료: USDA FAS · 농림축산식품부 (2022) · KIFC 작성.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곡물을 더 수입하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이미 들어오고 있는 곡물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흐름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수입량이 같아도, 그 곡물이 무엇으로 나뉘느냐에 따라 산출물의 종류와 부가가치는 달라집니다.

01번 분석 페이지로 한국 곡물 수입 구조와 SAF 도입의 공급망 효과


02식량안보

SAF가 사료자급률을 올릴 수 있는가

ATJ의 핵심은 옥수수 1톤에서 SAF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발효와 정제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가 함께 나옵니다.

표 2. 옥수수 1톤당 ATJ 공정 산출물
산출물 옥수수 1톤당 용도
SAF 약 250~290L 항공 연료
DDGS (주정박) 약 300kg 사료 단백질원 (단백질 약 30%)
옥수수유 약 13kg 식용·공업용
CO₂ 약 300kg 포집·활용(CCU) 가능
Chart 04 옥수수 1톤(1,000kg)의 분해 산출 (질량 기준)
DDGS 30%
CO₂ 30%
SAF 21%
잔여 17.7%
  • DDGS 약 300kg · 사료 단백질
  • CO₂ 약 300kg · 포집 가능
  • SAF 약 270L (≈211kg)
  • 옥수수유 약 13kg
  • 잔여 약 176kg · 수분·손실
자료: KIFC 작성 (LanzaJet 공정 추산 기준). SAF 비중은 액 270L를 비중 0.78로 환산. CO₂ 300kg은 발효 단계에서 분리 가능한 양.

이 중에서 DDGS(Distillers Dried Grains with Solubles, 주정박)는 단백질 약 30%짜리 사료 원료입니다. 에탄올을 발효할 때 함께 나오는 부산물이고, 미국 축산에서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흔히 쓰입니다.

한국은 이 DDGS를 미국에서 사 옵니다. 한국 축산이 쓰는 사료 단백질 일부가 미국 에탄올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에 기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가 에탄올을 만들고 남긴 부산물을 한국이 사료로 사 들이고 있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에탄올과 ATJ를 직접 돌리면 DDGS도 한국에서 나옵니다. 사료 단백질 일부를 국산 부산물로 바꿀 수 있고, 그러면 사료자급률이 올라갑니다. SAF는 겉으로는 항공 의제처럼 보이지만, 부산물을 따라가 보면 식량안보 의제와 바로 맞닿습니다.

SAF 1리터를 만들지 말지의 결정이 사료 한 포대의 출처를 바꿉니다. 항공과 축산이 같은 곡물의 양 끝에 놓이는 셈입니다.

02번 분석 페이지로 ATJ-DDGS 연쇄와 사료자급률 시나리오


03차세대 산업

흩어진 자산을 결합할 수 있는가

전 세계 SAF는 수요가 생산을 한참 앞섭니다. 2024년 사용량은 약 100만 톤, 전체 항공유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ATAG, 2025). 같은 시점에 30개국 이상에서 140개 넘는 SAF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ATAG, 2025). 수요는 정해졌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는 구조입니다.

Chart 05 글로벌 SAF 수요·생산 전망 (단위: 백만 톤)
생산
수요·의무화
2024
~1 Mt(실측)
~1 Mt(자발적)
2030
~5 Mt(계획·실증)
~15 Mt(EU·일본 의무화)
2035
~12 Mt(투자 계획)
~25 Mt(의무화 7~10%)
자료: IATA (2024), IEA (2024), ATAG (2025) 종합. 2030~35년 수요는 EU ReFuelEU(6%→20%)·일본(10%) 의무화 시나리오 기반 정량 추산.

특히 일본과 EU는 자체 생산만으로는 의무화 수요를 못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2030년 SAF 수요는 약 300만 톤, 그중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고 추정됩니다.

미국은 2025년 7월 통과된 법안(OBBBA)으로 에탄올 기반 SAF 세제 지원을 줄였습니다. 미국 ATJ 산업이 정체된 사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해외로 라이선스를 들고 나갑니다. ATJ 시장에 공백이 생기는 중입니다.

한국은 정유 4사, 화학 산업, 곡물 수입 인프라, 항공유 수출 경험 같은 자산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항공유 수출국이라 EU·미국으로 가는 수출 채널도 열려 있습니다. 다만 이 자산들이 지금은 서로 다른 산업과 부처에 흩어져 있습니다. 흩어진 자산이 하나로 묶일 때 한국형 SAF 산업이 가능해집니다.

03번 분석 페이지로 글로벌 SAF 시장의 갭과 한국의 진입 조건


04바이오산업 확장

SAF가 더 넓은 바이오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ATJ를 돌리려면 발효·정제·합성 설비가 필요합니다. 곡물을 당으로, 당을 에탄올로, 에탄올을 탄화수소로 바꿔 가는 일련의 생물·화학 공정입니다.

그런데 이 설비는 SAF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같은 발효·합성 기반 위에서 바이오케미컬, 바이오플라스틱, 발효 단백질, 그리고 CO₂를 원료로 쓰는 CCU(탄소 포집·활용)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곡물에서 출발한 생물공정 역량은 항공 연료에서 끝나지 않고 산업 소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Chart 06 SAF 인프라의 바이오산업 확장 경로
공통 인프라
발효 · 정제 · 합성
곡물 → 당 → 에탄올 → 탄화수소
SAF
항공 연료 (주력)
바이오케미컬
화학 산업 원료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산업
발효 단백질
식품·사료 대체
CCU
CO₂ 포집·활용
자료: KIFC 작성. 발효·정제·합성 인프라는 SAF 외에도 동일 공정 기반의 여러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 가능.

SAF를 바이오 산업의 출발점으로 보면, 한국은 그 옆에 있는 다른 바이오 산업까지 함께 들어갈 기반을 얻습니다. 다만 그 설비를 SAF 한 가지에만 쓰게 만들지, 처음부터 다른 바이오 산업까지 같이 가도록 만들지는 초기 설계에서 갈립니다. 같은 출발점이라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04번 분석 페이지로 SAF 인프라의 바이오산업 확장 경로


네 가닥은 따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곡물 공급망, 식량안보, 차세대 산업, 바이오산업. 이 네 가지는 한 부처, 한 산업, 한 학문 안에서 다 평가할 수 없습니다.

곡물 공급망은 농림부, SAF 생산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탄소는 환경부, 사료 부산물은 축산·사료 영역에 흩어져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만 보면 SAF는 작은 항공 연료 사업으로만 보입니다.

네 가닥을 한자리에 놓고 봐야 전체 그림이 드러납니다. 식량과기후는 이런 통합 검토가 한국에 아직 없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공동 타당성평가 프로젝트

식량과기후는 농업·에너지·기후·항공·산업·생태 부문이 함께 들어오는 공동 타당성평가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위 네 단락(01~04)이 그대로 이 프로젝트의 분석 축이 됩니다. 곡물 공급망의 재편 가능성, 사료자급률 연쇄효과, 글로벌 시장 진입 조건, 바이오산업 확장 경로를 각 부문 전문가가 함께 따져봅니다. 그 결과가 식량과기후의 정책 제안과 시리즈의 근거가 됩니다.

여러 부문의 시선이 한자리에 모일 때, 한 부문에서는 안 보이던 가능성과 위험이 함께 떠오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런 자리를 만드는 시도입니다.


다음 단계

이 분석에 같이 들어와 주세요 — 타당성평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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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지속가능항공유)
폐식용유·바이오매스·수소 등에서 만든 친환경 항공유.
ATJ (Alcohol-to-Jet)
바이오에탄올·알코올을 항공유로 바꾸는 공정.
HEFA
폐식용유·동물성 유지를 수소처리해 SAF를 만드는 공정. 지금 세계 SAF의 대부분이 이 방식.
FT-SPK
폐기물·바이오매스를 가스로 만든 뒤 합성하는 SAF 공정.
PtL (Power-to-Liquid)
그린수소와 CO₂를 합성해 만드는 SAF(e-fuel).
DDGS (Distillers Dried Grains with Solubles, 주정박)
옥수수 에탄올 발효의 부산물. 단백질 약 30%짜리 사료 원료.
CORSIA
ICAO의 국제 항공 탄소상쇄·감축 제도. 2024년 1단계 시작.
ReFuelEU Aviation
EU의 SAF 혼합 의무화 규제.
CI (Carbon Intensity, 탄소집약도)
연료의 전 주기 온실가스 배출 강도(gCO₂e/MJ).
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O₂를 포집해 원료로 쓰는 기술.
co-processing (공동 처리)
기존 정유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넣는 방식.

참고문헌

  • ICAO (2022), Long-Term Aspirational Goal (LTAG) for International Aviation.
  • ICAO/IATA (2025), CORSIA Fact Sheet.
  • ATAG (2024), Facts & Figures; Aviation and Climate Change Fact Sheet.
  • ATAG (2025), Facts & Figures — SAF projects and 2024 usage.
  • IEA (2024), Aviation — Energy System.
  • Our World in Data (2024), What share of global CO₂ emissions come from aviation?
  • 국토교통부 (2025), SAF 혼합의무 로드맵.
  • 농림축산식품부 (2022), 식량자급률·곡물자급률 통계.
  • 한국농어경제연구원 (2024),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 LanzaJet (2025), Freedom Pines 상업 생산 실적 (ATJ 수율 기준).

본 페이지는 SAF 시리즈의 서문(0번) 글입니다. 각 단락의 분석 페이지와 정책 제안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수치는 발행 시점 기준이며, 하위 분석에서 더 정밀하게 다룹니다.

References &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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