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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

WAGRI와 KSAS — 일본 농업 데이터 플랫폼의 두 경로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지금까지 본 1~3편은 모두 농가 현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인구구조, 품목별 경제학, 가동률. 이번 편은 그 위에 깔린 데이터 인프라를 봅니다.

일본은 농업 데이터 인프라를 두 갈래로 만들었습니다. 공적 기반인 WAGRI와 기업 플랫폼인 KSAS. 그리고 그 옆에 Z-GIS, 서비스플레이어맨, ukabis가 따로 굴러갑니다. 각각은 작동하지만, 사이의 연결은 약합니다.

1. WAGRI — 공적 API 플랫폼이라는 발상

WAGRI 구조 — 공적 API 위에 민간 서비스가 올라간다정부가 API를 깔고, 민간이 그 위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농업자에게 판다. 농업자가 정부 시스템을 직접 쓰는 구조가 아니다. 내각부 SIP → 농연기구(NARO) 운영 WAGRI API 플랫폼 (Agricultural Data Collaboration) 기상 데이터 기온·강수·일사량 토양·농지도 필지 단위 속성 생육 예측 품목별 모델 병해충해 정보 광역 모니터링 민간 서비스 기업 (비전텍 · FarmChat · 농기계 메이커 · SaaS 사업자) 농업자 (간접 이용)
그림 1. WAGRI 구조 — 공적 API 위에 민간 서비스가 올라간다
출처: WAGRI 공식사이트 · 농수성 「スマート農業をめぐる情勢について」(2026.3) 정리

WAGRI는 내각부의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 프로그램(SIP) 제1기에서 개발되어, 2019년부터 농연기구(NARO)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할은 명확합니다. 기상·토양·농지·생육예측·병해충해 같은 농업 데이터를 API 형태로 표준화하여 민간기업에 제공합니다. 민간기업이 그 데이터로 서비스를 만들고, 그 서비스가 농업자에게 닿는 B2B2C 구조입니다.

활용 사례를 보면, 비전텍은 WAGRI API로 병해충 발생 리스크를 광역 맵으로 표시했고, FarmChat 앱은 병충해 탐사학습과 상황 데이터를 농업자 스마트폰에 탑재했습니다.

2026년 4월에는 BRIDGE 신 기반으로 상용 이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용량 데이터 고속 취득과 생성AI 서비스의 상용 이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2. WAGRI의 두 가지 과제 — 운영 사무국 스스로 지적한 것

운영 7년차에 들어선 WAGRI에 대해, 농수성 운영 사무국이 작성한 제15회 데이터이활용제도·시스템검토회 자료(2025.12)는 두 가지 과제를 명시합니다.

① 데이터 제공 사업자 확보 — “데이터 제공에 대한 대가가 분명하지 않으면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가. API는 깔렸지만, 그 위에 데이터를 올릴 인센티브가 충분치 않습니다.

② B2B2C 구조 — WAGRI는 농업자가 직접 쓰는 앱이 아니라 민간 기업을 거쳐야만 농가에 닿습니다. 그래서 농가 체감과 API 트래픽 사이에 시차가 생기고, 사무국이 최종 사용자 반응을 직접 보기 어렵습니다.

3. KSAS — 기업이 만든, 농업자가 직접 쓰는 길

같은 시기 일본은 또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농기계 기업 쿠보타가 운영하는 KSAS(Kubota Smart Agri System)입니다. 접근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표 1. WAGRI와 KSAS의 구조 비교
구분KSASWAGRI
운영 주체쿠보타 (기업)농연기구 (공적)
대상농업자 직접 이용민간기업 (B2B)
규모93만 필지 · 21만 haAPI 접속수 비공개
데이터 성격개별 농가 영농 데이터공공 데이터 (기상·토양·생육)
강점하드웨어 연동, 10년 지속표준화, 계약·권한에 따른 API 접근
약점쿠보타 생태계 종속농업인은 WAGRI 자체보다 연계 서비스를 통해 주로 이용

KSAS는 농업자가 직접 로그인해서 쓰는 시스템이고, 쿠보타 농기계의 가동·수확량·작업이력이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쌓입니다. WAGRI는 공적 표준 데이터를 API로 푸는 쪽입니다. 성격이 다르니 경쟁이 아니라 보완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둘 사이 데이터 연동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KSAS에 쌓인 영농 데이터가 WAGRI를 거쳐 공공 분석으로 돌아오는 길도, 반대로 WAGRI의 공공 데이터가 KSAS 화면 안에 한 번에 들어오는 길도 본격화하지 않았습니다.

4. JA의 선택 — 외부 기술을 결합하는 이유

여기에 JA(농협) 차원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JA 전농은 자체적으로 Z-GIS(GIS 기반 포장관리시스템)를 운영하고, 별도로 독일 바이엘의 Climate FieldView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플레이어맨을 도입했습니다.

JA가 자국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플랫폼을 들여온 선택은 가볍지 않습니다. 농업 데이터 영역에서 필요한 기능을 외부 기술과 결합하는 조달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플랫폼과 데이터 규칙이 더 다양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5.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일본 농업 데이터 생태계

일본 농업 데이터 생태계 — 다섯 개의 플랫폼이 각자 돌아간다점선은 공개자료에서 확인되는 연계 범위가 제한적임을 뜻합니다. 실제 연동 수준은 서비스와 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WAGRI 공적 API 기반 (NARO) KSAS 쿠보타 Z-GIS 전농 서비스플레이어맨 전농 + 바이엘 FieldView ukabis (스마트푸드체인 · 데이터 대응성) 생산 → 가공 → 유통 → 소비 전 구간 연계 (검토 중) 플랫폼별 운영 주체와 데이터 규칙이 다름
그림 2. 일본 농업 데이터 생태계 — 다섯 개의 플랫폼이 각자 돌아간다
출처: 농수성·NARO·쿠보타·전농 공개자료 KIFC 정리

WAGRI, KSAS, Z-GIS, 서비스플레이어맨, ukabis. 다섯 플랫폼이 각자 다른 주체에서, 각자 다른 목적으로 돌아갑니다.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표준과 권한 조정의 중요성도 커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각 플랫폼이 그 나름대로 잘 돌아가서 통합이 더 어렵습니다. 이미 10년 가까이 돌아간 시스템에 다른 주체의 데이터 스키마를 끼워 넣는 일은 기술보다 거버넌스 문제에 가깝습니다. 누구의 예산으로, 누구의 권한으로 합치는지가 안 풀린 채 시간이 흘러왔습니다.

6. 한국에 대한 시사점 — 늦게 시작한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는가

한국에도 공공·민간 농업 데이터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WAGRI나 KSAS와 같은 범위·운영모델로 직접 대응시키기는 어렵습니다. 2026년 정부는 국가 농업 AX 플랫폼(705억 원)을 민관 합동 프로젝트로 조성합니다. 일본이 10년에 걸쳐 쌓고 또 쌓다가 결국 파편화에 이른 길을 지금 시작점에서 본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 · 배우지 말아야 할 것

  • ✅ 배워야 할 것 ① 공적 데이터 기반 구축 (WAGRI형) — 기상·토양·생육·병해충 같은 공공재 성격의 데이터는 정부가 표준화·개방한다.
  • ✅ 배워야 할 것 ② 기업 플랫폼과의 연동 (KSAS형) — 농기계·종자·자재 기업의 실제 영농 데이터가 공공 분석에 환류되는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한다.
  • ✅ 배워야 할 것 ③ 경영분석 데이터 표준화 — 품목별·규모별 경영 KPI 정의가 플랫폼보다 먼저다. 데이터 스키마가 합의되어야 통합이 가능하다.
  • ⚠️ 배우지 말아야 할 것 데이터 파편화. 부처별·기관별·기업별로 별도 플랫폼을 동시에 띄우면 일본의 10년 후 모습이 그대로 반복된다. 한국은 처음부터 통합 설계가 가능하다. 늦게 시작한 것이 오히려 기회다.

5편에서는 이 틀을 한국 정책에 대입해 봅니다. 한국이 잘한 것과 빠뜨린 것을 같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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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WAGRI, 「第15回データ利活用制度・システム検討会資料」(농수성·이슈투개회), 2025.12.
  2. WAGRI 공식 사이트, https://wagri.naro.go.jp/
  3. クボタ, KSAS 공식 사이트 / KSAS 10주년 인터뷰 (SMART AGRI, 2024.10).
  4. 農林水産省, 「スマート農業をめぐる情勢について」, 2026.3.
  5. 日経ビジネス, 「農業データ連携基盤=WAGRIとは、何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