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탄소는 재생농업을 통해 늘어날 수 있지만, 효과 추정치는 연구 범위와 측정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탄소 크레딧으로 연결하려면 영속성·포화·측정·누출 문제를 다루는 신뢰할 만한 MRV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재생농업 시리즈의 3편입니다. 1편에서는 재생농업의 정의와 세계 동향을, 2편에서는 ESG·공급망 요구가 한국 농가에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1. 토양에서 탄소가 저장되는 과정
기본 원리
토양 탄소격리(soil carbon sequestration)는 대기 중 CO₂가 식물의 광합성을 거쳐 유기물로 전환되고, 그 일부가 토양에 비교적 오래 저장되는 과정입니다. 핵심 경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식물 잔사·뿌리 유기물(POC, Particulate Organic Carbon). 식물이 죽거나 잎·줄기를 남기면 그 유기물이 토양에 남는다. 분해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수 년~수십 년) 기후·경운에 취약하다.
둘째, 점토 결합 유기물(MAOC, Mineral-Associated Organic Carbon). 미생물이 유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화합물이 점토·철·알루미늄 광물에 결합한다. 광물 표면과 결합해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토양 탄소 저장고로 평가됩니다.
피복작물, 경운 최소화, 퇴비 투입과 토양 피복 같은 재생농업 관행은 POC와 MAOC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축적량은 토양·기후·재배 방식과 측정 깊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2. 효과 추정치가 크게 다른 이유
추정치의 편차
토양 탄소격리 잠재량은 연구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수치가 다른 주된 이유는 측정 방법, 분석 기간, 대상 지역과 기준선 설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는 주요 기관과 연구의 추정 범위를 비교합니다.
| 기관·연구 | 추정치 | 스케일 | 주요 근거 | 한계 |
|---|---|---|---|---|
| IPCC AR6 (2022) | 0.4~3 tCO₂-eq/ha/yr | 글로벌 농경지 | 메타분석·모델 종합 | 범위 넓음, 지역별 편차 큼 |
| Project Drawdown | 누적 15~23 GtCO₂ (2020~2050) | 글로벌 농업 부문 | 최적 관행 확산 시나리오 | 낙관적 채택률 가정 |
| “4 per 1000” 이니셔티브 | 연간 화석연료 배출의 상당 부분 상쇄 | 글로벌 전체 | 0.4%/yr 토양 탄소 증가 시 | 측정·추적 방법론 미비 |
| Smith et al. (2020) | 측정 가능한 증가 불확실 | 농경지 현장 | 현장 시료 메타분석 | 실측값 불확실성 높음 |
| Uludere Aragon et al. (2024) | 통계적으로 작은 효과 | 북미 무경운 농경지 | 무경운 vs 관행 비교 | 경운 교란 효과 과대 측정 |
편차의 원인
추정치 편차는 크게 세 가지 원인에서 온다. ① 측정 깊이 차이: 지표 30cm만 측정하면 더 깊은 곳의 탄소 손실을 놓친다. ② 시간 스케일 혼동: 5년 데이터를 100년 스케일로 외삽하면 오차가 커진다. ③ 기저선 설정 방식: 무경운 효과 연구에서 기존 관행농의 교란된 탄소를 기저선으로 삼으면 효과가 과대 측정된다.
3. 탄소 포화 — 토양 저장량에는 상한이 있다
토양 탄소격리의 근본 한계 중 하나는 포화(saturation)다. 토양에 쌓을 수 있는 탄소량에는 물리·화학적 상한이 있다. 일단 상한에 도달하면 격리율은 0에 수렴한다 — 이후 재생농업을 계속해도 추가 탄소가 저장되지 않는다.
포화 곡선은 토양 탄소가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 새 균형에 가까워지면 추가 격리 속도가 낮아지고, 관리가 중단되거나 토지가 전용되면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방출될 수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에서는 이를 영속성 문제로 다룹니다.
4. 토양 탄소격리의 네 가지 구조적 한계
① 영속성(Permanence): 쌓인 탄소가 방출되면 크레딧이 무효화된다. 가뭄·산불·토지 전용 시 수십 년간 쌓은 탄소가 몇 주 만에 방출될 수 있다. 탄소 크레딧 구매자 입장에서는 “내가 산 크레딧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리스크다.
② 포화(Saturation): 위 곡선에서 본 것처럼, 격리는 영구히 계속되지 않는다. 일단 포화에 도달하면 재생농업을 계속해도 추가 크레딧을 생성할 수 없다. 사업 모델로서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③ MRV(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토양 탄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비싸고 어렵다. 현장 시료 채취는 ha당 수백 달러가 들고 오차 범위가 크다. 모델 기반 접근은 빠르지만 지역·기후·토양 유형에 따라 오차가 ±50%를 넘는다.
④ 누출(Leakage): 한 지역에서 재생농업을 도입하면 다른 지역에서 집약적 농업이 확대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쇄된다. 이를 “시장 누출”이라 한다.
5. 디지털 MRV 기술과 시장
측정 비용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법
MRV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위성 원격탐사, 토양 모델, 현장 시료와 센서를 결합한 디지털 MRV(dMRV)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현장 측정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표본조사와 모델링을 결합해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방법 | 정확도 | 비용 (ha당) | 범위 | 주요 업체 |
|---|---|---|---|---|
| 현장 토양 시료 | 높음 (±10~20%) | $200~$500+ | 좁음 (점단위) | 전통 농업 분석소 |
| 생화학 시뮬레이션 모델 | 중간 (±30~50%) | $5~$20 | 중간 (지역 단위) | Regrow, Boomitra |
| 위성 원격탐사 | 중하 (±40~60%) | $1~$5 | 넓음 (광역) | ESA, Spacenus, Planet |
| dMRV (세 방법 결합) | 중상 (±15~30%) | $10~$50 | 넓음+정밀 | Indigo Ag, Agreena |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
| 기업 | 국가 | MRV 방식 | 시장 포지션 | 특징 |
|---|---|---|---|---|
| Indigo Ag | 미국 | dMRV (모델+현장) | 미국 최대 규모 | Terraton Initiative 운영, 농가 직접 계약 |
| Boomitra | 미국 | 위성+ML 모델 | 개도국 특화 | 인도·아프리카 소농 대상, 저비용 MRV |
| Agreena | 덴마크 | 생화학 모델 (DNDC) | 유럽 최대 | EU 기반, Verra 인증, 30개국 이상 |
| Regrow | 미국 | 생화학 모델 (DNDC) | 기업 공급망 MRV | 식품기업 Scope 3 측정 전문 |
| Nori | 미국 | 현장 시료+모델 | 블록체인 크레딧 | 미국 무경운 농가 중심, 높은 투명성 |
자발적 탄소시장은 2022~2023년 크레딧의 실제 감축 효과와 추가성 논란을 겪었습니다. 이후 측정 방법과 인증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규모 전망은 조사기관과 포함 범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6. 한국에 필요한 토양 탄소 MRV 기반
한국에서는 토양 탄소를 전국 단위로 일관되게 측정·보고·검증하는 공개 MRV 기반이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토양 유형과 재배 이력에 맞춘 기준선 자료, 장기 모니터링 체계와 농가 참여를 지원하는 국내 사업 모델도 더 필요합니다.
이 기반이 부족하면 농가는 탄소시장 참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식품기업은 국내 원료의 감축 성과를 일관된 방식으로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역시 재생농업 정책의 효과를 장기간 비교·검증하기 어려워집니다.
→ 4편: 글로벌 재생농업 정책 비교 — 미국·EU·일본·호주의 5년 실험
더 읽기
- 재생농업이란 무엇인가 — 정의·글로벌 현황·한국 적용 가능성 → 시리즈 1편
- 재생농업과 글로벌 공급망 압력 — ESG·Scope3·규제 → 시리즈 2편
- 재생농업 정책 제안서 → 정책 제안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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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Working Group III Contribution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Project Drawdown (2020). Drawdown: The Most Comprehensive Plan Ever Proposed to Reverse Global Warming. New York: Penguin Books.
- Smith, P. et al. (2020). “Which practices co-deliver food security, climate change mitigation and adaptation, and combat land degradation and desertification?” Global Change Biology, 26(3), 1532–1575.
- Uludere Aragon, N. et al. (2024). “No-till agriculture: A review of soil carbon measurement and sequestration potential across regions.” Frontiers in Sustainable Food Systems, 8.
- Chabbi, A. et al. (2017). “Aligning agriculture and climate policy.” Nature Climate Change, 7(5), 307–309.
- Minasny, B. et al. (2017). “Soil carbon 4 per mille.” Geoderma, 292, 59–86.
- Indigo Ag (2025). Terraton Initiative 2024 Annual Report. Boston, MA: Indigo Ag.
- Agreena (2025). Soil Carbon Methodology v2.0. Copenhagen: Agreena.
- Regrow (2025). Regrow MRV Technical Documentation. San Francisco, CA: Regrow.
- GMI (2025). Global Voluntary Carbon Market Report 2025. Global Market Insights.
- KIFC (2026). 재생농업 시리즈 3편: 토양 탄소격리의 과학과 MRV. 수원: 식량과기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