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메시지
글로벌 식품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중 70~95%는 Scope 3, 그 핵심은 농업 원료다. EU CSRD·CSDDD·SBTi FLAG가 자율 약속에서 법적 의무로 굳어지면서, 압력은 다국적 식품기업 → 한국 식품기업 → 납품 농가로 단계적으로 도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압력이 한국 농가에 불리한 방향으로 도달한다는 점이다. 해외 인증 원료를 구매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 메커니즘을 해부하고 식량안보 함의를 분석한다.
이 글은 재생농업 6주 시리즈의 2편이다. 1편은 재생농업의 정의·글로벌 현황을 다뤘다.
1. 글로벌 ESG 규제 환경 — 자율에서 의무로
왜 지금 압력이 강해졌는가
2015년 파리협약 이후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자발적으로 Net Zero 약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19~2022년에는 Scope 3 배출(공급망 전체) 개념이 확산됐다. 그리고 2022~2026년, 자율적 약속들이 법적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
출처: KIFC 정리(2026)
핵심 규제 3종
EU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종업원 250인 이상 EU 기업(약 5만 개사)과 이들과 거래하는 비EU 기업까지 Scope 3 배출 공개를 요구한다. 한국 식품기업 중 EU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은 납품 구조를 바꿔야 할 수 있다.
EU CSDDD(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는 2026년부터 적용된다.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환경 실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며, 위반 시 연 매출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식품 공급망에서 농업 원료의 탄소 발자국 측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SBTi FLAG(산림·토지·농업 기준)는 2023년 최종화됐다. 식품·음료 기업이 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농업 Scope 3를 필수로 포함하도록 한다. Nestlé, Danone, General Mills 등이 이미 FLAG 기반 목표를 채택했다.
채널별 압력 분류
표 1. EU·글로벌 주요 ESG 규제·표준 및 한국 영향
| 규제·표준 | 채널 | 적용 시기 | 한국 기업 영향 |
|---|---|---|---|
| EU CSRD | 보고 의무 (Scope 3 포함) | 2024~ (단계적) | EU 납품·매출 기업 간접 적용 |
| EU CSDDD | 공급망 실사 (환경·인권) | 2026~ | EU 거래 기업 협력사 요건 강화 |
| SBTi FLAG | 과학기반 농업 Scope 3 목표 | 2023 최종화 | 글로벌 식품기업 공급망 요건으로 전달 |
| EU EUDR | 산림파괴 방지 실사 | 2025~ | 대두·팜유·목재 등 원료 인증 요구 |
| SEC 기후공시 | 상장사 Scope 1·2 공시 | 2026~ | 미국 상장 한국기업 간접 적용 |
| 한국 ESG 공시 | 코스피 상장사 의무화 | 2026~ (대형사) | 국내 식품기업 Scope 3 공시 압박 |
출처: EU 공식 문서·SBTi·금융위원회 종합(2026.05)
2. Scope 3의 70~95% — 농업 원료의 무게
왜 농업이 핵심인가
글로벌 식품기업의 배출 구조는 공통적으로 한 곳에 집중된다. 공장 가동·물류·냉장(Scope 1+2)이 아니라 원료 농산물 생산 단계(Scope 3)에서 배출이 압도적으로 크다. CJ제일제당 2023년 ESG 보고서 기준으로도 Scope 3가 전체의 78.5%를 차지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보다 더 높다.
출처: 각 기업 ESG 보고서(2023~2024)
이 구조 때문에 식품기업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사 공장이 아니라 납품 농가의 농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식품기업들이 공급망에서 재생농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압력 전달 경로
출처: KIFC 정리(2026)
규제 → 글로벌 식품기업 → 한국 식품기업 → (분기) 해외 인증 원료 구매 또는 국내 농가 전환 지원. 한국 식품기업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해외 인증 원료 구매가 더 비용 효율적이다. 이미 재생농업 인증을 받은 미국·EU·남미 원료를 구매하면 Scope 3를 즉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글로벌 식품기업 약속 vs 진척 — 그린워싱의 실태
표 2. 글로벌 5대 식품기업 재생농업 약속 vs 진척도 비교
| 기업 | 약속 (연도) | 목표 면적 | 진척 (최신) | 검증 여부 |
|---|---|---|---|---|
| General Mills | 2030년까지 공급망 100만 에이커 (2019) | 100만 에이커 | ~80만 에이커 (2024 보고) | 제3자 미검증 |
| Cargill | 2030년까지 북미 10M 에이커 (2020) | 1,000만 에이커 | ~540만 에이커 추정 (미공개) | 미공개·미검증 |
| PepsiCo | 2030년까지 700만 에이커 (2021) | 700만 에이커 | 진척 공개 중단 (2023~) | 불명확 |
| Nestlé | 2030년까지 핵심 작목 50% (2021) | 50% 비중 | 진척 데이터 미공개 | NGO 이의 제기 |
| Mars | 2025년까지 공급망 전환 선언 (2020) | 전체 전환 | 목표 하향·2030 연기 (2023) | 미검증 |
출처: 각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Reuters Events·Trellis 종합(2025~2026)
출처: 각 기업 보고서(2025~2026)
데이터를 보면 약속과 진척 사이의 간극이 크다. General Mills가 가장 앞서 있지만 제3자 검증이 없다. Cargill은 대략 54% 수준으로 추정되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PepsiCo는 2023년 이후 진척 공개를 중단했다. Nestlé와 Mars는 목표를 하향하거나 연기했다. 간극이 클수록 ‘약속에 의한 압력’보다 ‘규제에 의한 압력’이 먼저 도착한다 — 한국 농가 입장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짧아진다.
4. 산업군별 참여 현황 — 지역별 격차
표 3. 산업군별 재생농업 참여 주요 기업
| 산업군 | 주요 기업 | 참여 동기 | 한국 연계 |
|---|---|---|---|
| 곡물·가공식품 | General Mills, Cargill, ADM | SBTi FLAG + 브랜드 리스크 | CJ제일제당·대상 원료 공급망 |
| 유제품·음료 | Nestlé, Danone, PepsiCo | EU CSRD + Scope 3 감축 | 한국 음료 수출·매출 일부 연계 |
| 패스트푸드 | McDonald’s, Yum! Brands | 브랜드 약속 + 규제 선제 대응 | 한국 프랜차이즈 원료 협력사 |
| 패션·섬유 | Patagonia, Eileen Fisher | 토양 탄소·면 공급망 | 면화 수입 구조 영향 가능 |
| 리테일 | Walmart, Carrefour | PB 원료 ESG 기준 강화 | 수출 한국산 농산물 기준 강화 |
출처: Reuters Events·Trellis·AgriVentures 종합(2025~2026)
출처: Reuters Events·Trellis·AgriVentures 종합(2025~2026)
지역별 참여 강도의 격차는 크다. 미국·EU가 앞서 있고, 일본은 みどり 전략을 통해 중간 수준이며,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이 격차를 방치하면 한국 농산물은 글로벌 식품기업 공급망에서 조용히 밀려난다.
5. 한국에의 함의 — 압력의 비대칭
비대칭 구조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한국에 도달하는 방식은 비대칭적이다. 압력은 분명히 오지만, 그 압력이 한국 농가에게는 불리하게 작동한다.
출처: KIFC 정리(2026)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 인증 원료를 선택하면 단기적으로 Scope 3 감축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 이미 재생농업 인증을 받은 미국산 대두나 EU산 밀을 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농가를 재생농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3~5년의 시간과 상당한 기술·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이 비대칭은 정책 부재 시 한국 농가에 불리한 방향으로 귀결된다. ESG 압력이 세질수록 국내 농산물 수요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식량안보 함의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4년 기준 19.5%로 이미 매우 낮다. 국내 농가의 재생농업 전환 지원 없이 해외 인증 원료 의존이 심화되면 자급률이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정책이 선제적으로 국내 농가 전환을 지원하면 자급률 반등도 가능하다.
출처: KIFC 추정(2026), 현재치 농식품부(2024). 시나리오는 KIFC 추정값으로 공식 전망이 아님.
이 시나리오에서 볼 것은 수치가 아니라 방향이다. 정책이 있으면 자급률이 오르고, 없으면 내려간다 — 그 차이가 2030년 기준 3.5%p다. (KIFC 추정, 공식 전망 아님)
6. 결론 —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글로벌 ESG 규제와 공급망 압력은 이미 한국 식품기업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 압력이 자동으로 한국 농가의 재생농업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방치하면 국내 농가가 불리해지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한국형 재생농업 기준 수립
글로벌 기준(SBTi FLAG·RoC 등)을 참고하되 한국 소농 구조와 논농업 중심 특성에 맞는 독자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없으면 한국 농가는 글로벌 공급망 인증 체계에서 배제된다.
전환 지원 패키지 설계
전환 초기 3~5년간의 수익 감소를 보전하는 직접 지불금과 기술 지원이 패키지로 제공돼야 한다. EU eco-scheme과 미국 NRCS 파일럿 모두 이 원칙을 따른다.
한국 식품기업 공급망 인센티브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 인증 원료 대신 국내 재생농업 원료를 조달할 때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세제 혜택, 공공조달 우대, ESG 등급 가점 등의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
→ 3편: 토양 탄소격리의 과학과 MRV — 효과·한계·시장
참고문헌
- European Commission (2022).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Brussels: EU.
- European Commission (2024).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Brussels: EU.
-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2023). FLAG Science-Based Target-Setting Guidance. SBTi.
- CJ제일제당 (2023). 2023 CJ제일제당 ESG 보고서. 서울: CJ제일제당.
- General Mills (2024). 2024 Global Responsibility Report. Golden Valley, MN: General Mills.
- Nestlé (2024). Nestlé in Society: Creating Shared Value and Meeting Our Commitments. Vevey: Nestlé S.A.
- Reuters Events (2025). State of Regenerative Agriculture in Global Food Supply Chains. London: Reuters Events.
- Trellis (2025). Corporate Commitments to Regenerative Agriculture: Progress Tracker. Oakland, CA: Trellis.
- 농림축산식품부 (2024). 2024년 식량자급률 통계.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 KIFC (2026). 재생농업 글로벌 공급망 압력 분석 보고서. 수원: 식량과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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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농업이란 무엇인가 — 정의·글로벌 현황·한국 적용 가능성 → 시리즈 1편
- 친환경농업 30년, 무엇을 배웠나 — 식량과기후 데이터 인사이트 (예정)
- 재생농업 정책 제안서 → 정책 제안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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