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메시지
글로벌 식품기업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은 Scope 3에서 발생하며, 그 중심에는 농업 원료가 있다. EU의 지속가능성 공시·공급망 실사 제도와 SBTi FLAG 기준이 강화되면서 그 요구는 다국적 식품기업에서 한국 식품기업과 원료 공급 농가로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환 기반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업은 단기 비용과 검증 편의성을 이유로 해외 인증 원료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압력의 전달 경로와 한국 농업·식량안보에 미칠 영향을 살핀다.
이 글은 재생농업 6주 시리즈의 2편이다. 1편은 재생농업의 정의·글로벌 현황을 다뤘다.
1. 글로벌 ESG 규제 환경 — 자율에서 의무로
왜 지금 압력이 강해졌는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잇달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2019~2022년에는 공급망 전반의 배출을 뜻하는 Scope 3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2022년 이후에는 기업의 자율적 선언을 넘어 공시와 공급망 실사를 제도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핵심 규제 3종
EU CSRD(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종업원 250인 이상 EU 기업(약 5만 개사)과 이들과 거래하는 비EU 기업까지 Scope 3 배출 공개를 요구한다. 한국 식품기업 중 EU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은 납품 구조를 바꿔야 할 수 있다.
EU CSDDD(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는 2026년부터 적용된다.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환경 실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며, 위반 시 연 매출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식품 공급망에서 농업 원료의 탄소 발자국 측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SBTi FLAG(산림·토지·농업 기준)는 2023년 최종화됐다. 식품·음료 기업이 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농업 Scope 3를 필수로 포함하도록 한다. Nestlé, Danone, General Mills 등이 이미 FLAG 기반 목표를 채택했다.
채널별 압력 분류
| 규제·표준 | 채널 | 적용 시기 | 한국 기업 영향 |
|---|---|---|---|
| EU CSRD | 보고 의무 (Scope 3 포함) | 2024~ (단계적) | EU 납품·매출 기업 간접 적용 |
| EU CSDDD | 공급망 실사 (환경·인권) | 2026~ | EU 거래 기업 협력사 요건 강화 |
| SBTi FLAG | 과학기반 농업 Scope 3 목표 | 2023 최종화 | 글로벌 식품기업 공급망 요건으로 전달 |
| EU EUDR | 산림파괴 방지 실사 | 2025~ | 대두·팜유·목재 등 원료 인증 요구 |
| SEC 기후공시 | 상장사 Scope 1·2 공시 | 2026~ | 미국 상장 한국기업 간접 적용 |
| 한국 ESG 공시 | 코스피 상장사 의무화 | 2026~ (대형사) | 국내 식품기업 Scope 3 공시 압박 |
2. Scope 3의 70~95% — 농업 원료의 무게
왜 농업이 핵심인가
식품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자사 공장과 사업장의 직접 배출보다 원료 생산·조달을 포함한 공급망에서 더 크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CJ제일제당의 2023년 ESG 보고서에서도 Scope 3가 전체 배출의 78.5%를 차지하며, 일부 글로벌 식품기업은 그 비중이 90% 안팎에 이른다.
따라서 식품기업이 탄소중립 목표에 다가가려면 공장 효율 개선뿐 아니라 원료 생산 단계의 배출도 줄여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농가에 재생농업 도입을 요구하거나 전환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유다.
압력 전달 경로
규제와 민간 표준의 요구는 글로벌 식품기업을 거쳐 한국 식품기업에 전달된다. 이때 기업은 해외 인증 원료를 구매하거나 국내 농가의 전환을 지원하는 선택지를 검토하게 된다. 전자는 검증 자료를 곧바로 확보하기 쉽지만, 후자는 농가 조직화와 기술 지원, 성과 측정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 별도의 정책 유인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해외 조달이 더 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3. 글로벌 식품기업의 약속과 이행 사이
| 기업 | 약속 (연도) | 목표 면적 | 진척 (최신) | 검증 여부 |
|---|---|---|---|---|
| General Mills | 2030년까지 공급망 100만 에이커 (2019) | 100만 에이커 | ~80만 에이커 (2024 보고) | 제3자 미검증 |
| Cargill | 2030년까지 북미 10M 에이커 (2020) | 1,000만 에이커 | ~540만 에이커 추정 (미공개) | 미공개·미검증 |
| PepsiCo | 2030년까지 700만 에이커 (2021) | 700만 에이커 | 진척 공개 중단 (2023~) | 불명확 |
| Nestlé | 2030년까지 핵심 작목 50% (2021) | 50% 비중 | 진척 데이터 미공개 | NGO 이의 제기 |
| Mars | 2025년까지 공급망 전환 선언 (2020) | 전체 전환 | 목표 하향·2030 연기 (2023) | 미검증 |
기업별 약속과 공개 수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부 기업은 전환 면적을 발표하지만 제3자 검증 여부나 산정 기준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기업은 진척 자료를 중단하거나 목표 시점을 늦췄다. 자율 목표의 이행이 불확실할수록 공시와 공급망 실사 같은 제도적 요구의 영향은 커진다. 한국 기업과 농가도 고객사의 개별 선언보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 요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4. 산업군별 참여 현황 — 지역별 격차
| 산업군 | 주요 기업 | 참여 동기 | 한국 연계 |
|---|---|---|---|
| 곡물·가공식품 | General Mills, Cargill, ADM | SBTi FLAG + 브랜드 리스크 | CJ제일제당·대상 원료 공급망 |
| 유제품·음료 | Nestlé, Danone, PepsiCo | EU CSRD + Scope 3 감축 | 한국 음료 수출·매출 일부 연계 |
| 패스트푸드 | McDonald’s, Yum! Brands | 브랜드 약속 + 규제 선제 대응 | 한국 프랜차이즈 원료 협력사 |
| 패션·섬유 | Patagonia, Eileen Fisher | 토양 탄소·면 공급망 | 면화 수입 구조 영향 가능 |
| 리테일 | Walmart, Carrefour | PB 원료 ESG 기준 강화 | 수출 한국산 농산물 기준 강화 |
공개된 기업 사업과 정책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EU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일본도 ‘미도리 식량시스템 전략’을 통해 전환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러한 격차가 이어지면 국내 농산물은 탄소 성과와 이력 정보를 요구하는 조달 시장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5. 한국에 주는 시사점 — 압력의 비대칭
비대칭 구조
글로벌 공급망의 감축 요구가 국내 농가의 전환 기회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는 검증된 저탄소 원료가 필요하지만, 국내 농가는 전환 비용과 측정·인증 부담을 감당할 기반이 부족하다. 이 간극을 방치하면 조달 수요가 해외 인증 원료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 인증 원료를 선택하면 단기적으로 Scope 3 감축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 이미 재생농업 인증을 받은 미국산 대두나 EU산 밀을 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농가를 재생농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3~5년의 시간과 상당한 기술·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책이 없을 때 ESG 요구 강화가 곧 국내 농업의 저탄소 전환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원료가 요구되는 데이터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면 일부 품목에서는 수입 인증 원료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식량안보 함의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4년 기준 19.5%로 이미 낮은 편이다. 국내 농가의 재생농업 전환 지원 없이 해외 인증 원료 의존이 깊어지면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정책이 미리 국내 농가 전환을 지원하면 자급률을 다시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그림의 수치는 예측치가 아니라 정책 선택에 따른 방향성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다. 국내 농가의 전환 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인 구매처를 연결하면 자급 기반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의 저탄소 원료 수요가 해외 조달로만 충족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질 위험이 있다.
6. 결론 —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글로벌 ESG 규제와 공급망의 감축 요구는 이미 한국 식품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국내 농가의 재생농업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기준, 측정 체계, 기술 지원과 안정적인 구매 계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한국형 재생농업 기준 수립
글로벌 기준(SBTi FLAG·RoC 등)을 참고하되 한국 소농 구조와 논농업 중심 특성에 맞는 독자 기준을 개발해야 한다. 이 기준이 없으면 한국 농가는 글로벌 공급망 인증 체계에서 배제된다.
전환 지원 패키지 설계
전환 초기의 수익 변동과 추가 비용을 보완하는 직접지불금, 기술 지원, 성과 측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 EU의 에코스킴과 미국 NRCS의 시범사업도 농가의 전환 비용을 공공 지원과 연계한다.
한국 식품기업 공급망 인센티브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 인증 원료 대신 국내 재생농업 원료를 조달할 때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세제 혜택, 공공조달 우대, ESG 등급 가점을 함께 묶어 도입할 필요가 있다.
→ 3편: 토양 탄소격리의 과학과 MRV — 효과·한계·시장
참고문헌
- European Commission (2022).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Brussels: EU.
- European Commission (2024).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Brussels: EU.
-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2023). FLAG Science-Based Target-Setting Guidance. SBTi.
- CJ제일제당 (2023). 2023 CJ제일제당 ESG 보고서. 서울: CJ제일제당.
- General Mills (2024). 2024 Global Responsibility Report. Golden Valley, MN: General Mills.
- Nestlé (2024). Nestlé in Society: Creating Shared Value and Meeting Our Commitments. Vevey: Nestlé S.A.
- Reuters Events (2025). State of Regenerative Agriculture in Global Food Supply Chains. London: Reuters Events.
- Trellis (2025). Corporate Commitments to Regenerative Agriculture: Progress Tracker. Oakland, CA: Trellis.
- 농림축산식품부 (2024). 2024년 식량자급률 통계.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 KIFC (2026). 재생농업 글로벌 공급망 압력 분석 보고서. 수원: 식량과기후.
더 읽기
- 재생농업이란 무엇인가 — 정의·글로벌 현황·한국 적용 가능성 → 시리즈 1편
- 친환경농업 30년, 무엇을 배웠나 — 식량과기후 데이터 인사이트 (예정)
- 재생농업 정책 제안서 → 정책 제안 페이지
함께 읽기
이 글과 함께 읽으면 맥락이 깊어지는 KIFC 분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