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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잎채소 밭과 뒤편 비닐하우스 (산촌)
KIFC 리포트

작은 나라, 큰 씨앗 — 일본 종자산업의 구조와 종묘법 2026년 개정

저자사단법인 식량과기후
발행일

(v3.1)


한 장면: 씨앗 한 알이 국경을 넘을 때

한 알의 씨앗이 원산지 계약 없이 다른 나라 농장에 뿌려지면, 그 나라가 수십 년간 쌓은 육종 연구와 투자가 무상으로 복제된다. 일본에서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정부는 2020년과 2026년 두 차례에 걸쳐 종묘법을 고쳤다. 그 배경에는 판매시장 규모 2,568억 엔, 세계 채소·화훼종자 매출의 18.3%를 두 기업(사카타·타키이)이 차지하는 산업이 있다.

일본 종자산업 판매시장 규모
2,568억엔
2020년도 조사
일본의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
3.0%
2012년, 세계 7위
사카타+타키이 세계 채소·화훼종자 매출 점유율
18.3%
2017년
육성자권 보호기간(초본식물)
35
2026년 개정, 25년→35년

숫자로 보는 일본 종자산업 — 채소가 압도적이다

일본 종자산업의 판매시장 규모는 2,568억 엔(2020년도 조사)이며, 품목별로는 채소가 1,689.8억 엔(65.8%)으로 압도적이다. 과수(266.5억 엔)와 화훼(300.3억 엔), 곡물(311.8억 엔)이 나머지를 나눠 갖는다.

표 1. 일본 종자산업 판매시장 규모 (품목별, 2020년도)
품목판매액(억엔)
곡물311.8
과수266.5
채소1,689.8
화훼300.3
합계2,568.4

표 1에서 채소가 65.8%로 압도적인 이유는 채소가 원래 더 큰 산업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라, 이 통계 자체가 애초에 잡아내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벼·보리·콩·감자 등 주요 농작물의 종자는 농림수산성 산하 농연기구와 도도부현(일본의 광역자치단체)의 시험장이 개발한 원원종(품종의 기초가 되는 최초 종자)을 기반으로, 도도부현이 지정한 공공 채종생산자(씨앗을 채취·생산하는 지정 농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증식·보급되는 공공 주도 체계다. 이 흐름은 상업적 매매보다 행정적 보급의 성격이 강해, 실제 재배면적이나 보급량에 비해 상업 시장 통계(2,568억 엔)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채소·화훼종자는 처음부터 민간 종자회사가 품종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생산·유통까지 전담하는 순수 상업시장이어서, 시장 통계가 규모를 비교적 그대로 드러낸다. 곡물 종자산업이 실제로 작다는 뜻이 아니라, 시장 통계로 잡히는 영역이 태생적으로 채소·화훼 쪽에 기울어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곡물·과수는 거의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지만, 채소는 다품종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업적 특성 때문에 다른 전략을 쓴다. 일본 종자회사들은 원산지와 비슷한 기후에서 재배해야 양질의 종자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국내 유통량의 약 9할을 여러 국가에 분산해 해외에서 생산·수입한다. 동시에 약 1년분의 종자를 국내에 비축해 공급 충격에 대비한다. 뒤에서 다룰 수입 통계는 이 해외위탁생산 구조를 반영한 것이며, 해외 경쟁 종자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결과가 아니다.

일본 종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은 Sakata(사카타)Takii(타키이)다. Sakata는 1913년 창업자 사카타 다케오가 요코하마에서 개인 농원으로 시작해 1942년 법인화됐다. Takii는 살충제 사용을 약 30% 줄일 수 있는 저항성(친환경) 품종 개발에 힘을 쏟는다. 이 밖에 Kaneko Seeds, Snow Brand Seed, Sanatech Seed 등이 시장을 함께 구성하지만, 개별 재무 데이터는 아직 1차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표 2. 일본 주요 종자기업 개관
기업설립연도본사매출총자산순이익기준연도직원수특징
Sakata Seed Corporation1942요코하마929.2억 엔(연결)1,909.9억 엔(연결)97.1억 엔(연결·지배주주)2025회계연도3,040명(연결)일본 최초로 종자를 해외 수출·22개국 29개 거점·130개국 이상 공급·해외매출비중 77.5%
Takii & Co.1920교토548.92억 엔(비공식)1,747.5억 엔40.2억 엔2026년 4월 결산850명(비공식)비상장·살충제 사용 약 30% 절감 저항성(친환경) 품종 개발 중심 R&D 전략

Sakata의 유가증권보고서(2025년 8월 25일 제출)로 보면 이 회사의 세계화 정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2025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매출 929억 2,000만 엔 중 일본 국내는 209억 4,200만 엔(22.5%)에 그치고, 나머지 77.5%는 해외에서 나온다. 해외 매출은 유럽·중근동이 213억 4,900만 엔으로 가장 크고, 아시아 159억 1,300만 엔, 미국 148억 9,100만 엔, 남미 80억 4,600만 엔 순이다. 연구개발비는 연 106억 2,500만 엔, 연구개발 인력은 약 536명이며 국내 5곳·해외 16곳에 연구·생산 거점을 둔다. 2025년 7월 1일에는 브라질의 양파종자 기업 Agritu Sementes Ltda.의 전체 지분을 16억 6,600만 엔에 인수했다 — 브라질 채소종자 시장에서 토마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품목인 양파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Takii는 비상장 기업이라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지만, 회사법상 결산공고 의무에 따라 공시된 재무 데이터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2026년 4월 결산 기준 총자산은 1,747억 4,700만 엔, 순이익은 40억 1,900만 엔(전년 대비 +117.7%)이다. 총자산만 보면 Sakata의 연결 총자산(1,910억 엔)에 크게 못 미치지 않는 규모로, 두 회사가 세계 채소·화훼종자 매출 점유율에서 각각 9.3%·9.0%로 나란히 서는 배경을 재무 규모에서도 짚어볼 수 있다. 매출액과 직원수는 공식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업계에서 비공식으로 거론되는 수치는 매출 548억 9,200만 엔, 직원수 850명이다 — 공인된 1차 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참고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왜 법까지 바뀌었나 — 종묘법 두 번의 개정

종묘법은 새 품종을 개발한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 권리, 즉 육성자권을 주는 법이다. 소설가에게 저작권이 있듯 품종을 개발한 사람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2020년 1차 개정은 등록품종을 육성자권자가 허락한 나라로만 반출하도록 제한하고,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하도록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로 유출됨을 알면서도 종묘를 넘긴 사람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 육성자권 침해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엔 이하 벌금이며, 표시 의무를 어기면 10만 엔 이하 과태료가 붙는다. 2022년부터는 등록품종을 농가가 스스로 씨앗을 받아 다시 심는 “자가증식”에도 원칙적으로 육성자권자의 허락이 필요해졌다(일반 품종은 여전히 자유롭게 자가증식할 수 있다).

2020년 개정은 유출 방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당시 법원 판결에서는 육성자권 침해를 입증하려면 품종등록 시의 종묘와 피의침해품종을 직접 비교재배해야 한다는 부담이 드러나 있었다. 이를 풀기 위해 품종등록부의 특성표와 피의침해품종의 특성을 비교해 동일성을 추정하는 제도, 그리고 육성자권이 실제로 미치는 품종인지를 농림수산대신이 판정하는 제도가 함께 도입됐다(2022년 4월 시행). 해외유출 방지와 별개로, 있으나 쓰기 어려웠던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개정이었다.

표 3. 일본 종묘법 개정 연표
시점내용
2020-121차 개정 성립 — 해외반출제한·재배지역지정제도 도입
2021-04해외반출제한·재배지역지정 시행
2022-04등록품종 자가증식 원칙 허락제 시행 (일반 품종은 자유 자가증식 유지)
2026-04-032차 개정안 각의결정
2026-07-172차 개정 성립 — 육성자권 보호기간 연장(초본 25→35년/영년성 30→40년) 등
2026-12-012차 개정 중 일부 규정 시행 (세부 조항별 시행일 상이)

2026년 4월 3일 각의결정(일본 내각회의 의결)을 거친 2차 개정안은 같은 해 7월 17일 성립했다. 핵심은 육성자권 보호기간 연장이다 — 초본식물은 25년에서 35년으로, 나무처럼 오래 자라는 영년성 식물은 30년에서 40년으로 늘어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 조약의 최저 기준인 20년을 크게 웃돈다. 또한 품종이 정식 등록되기 전, 즉 심사 중에도 해외로 몰래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금지청구권, 수출 목적의 무단 보관을 침해로 보는 규정, 해외로 넘어간 뒤에도 권리가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역수입 제한 규정이 새로 생겼다. 등록품종명을 부정하게 사용했을 때의 벌금도 10만 엔에서 20만 엔으로 올랐다.

이와는 별개로, 중요 품종의 육성 사업을 국가가 더 주도적으로 관리하려는 “신육묘법안” 논의도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던 공공 종자사업이 민간기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법안이 실제로 폐기됐는지 국회에서 계속 심의되는지는 보도마다 엇갈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종묘법 개정과는 별개 사안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제 비교 — 세계 종자시장에서 일본의 자리

세계 종자 무역액(국경을 넘는 수출입 거래 총액)은 1980년대 후반 이후 급격히 늘어 2019년 약 144억 달러(약 1조 7,900억 엔)에 이르렀다. 이와 별개로 국내 생산·판매까지 포함한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약 450억 달러(44,925백만 달러)로 추정되며, 미국(1위, 120억 달러)과 중국(2위, 99.5억 달러)이 상위를 차지한다.

일본이 국가 단위로는 세계 종자시장의 3.0%(세계 7위)에 그치지만, “일본이 세계 채소종자 시장의 17%를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 수치가 정확히 어떤 조사에서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매출로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 세계 주요 종자기업의 채소·화훼종자 매출 점유율을 집계하면 타키이(9.3%)와 사카타(9.0%)를 더해 18.3%에 이른다. “17%”라는 속설은 국가 점유율(3.0%)과 두 기업의 매출 점유율(18.3%)이 뒤섞여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국가·기업 단위를 구분하지 않은 “17%”를 그대로 정책·비교 분석의 근거로 쓰기는 어렵다.

표 4. 세계 주요 종자기업 채소·화훼종자 매출 점유율 (2017년)
기업채소·화훼종자 판매실적(억엔)점유율(%)
바이엘(구 몬산토)92217.0
비르모랑88616.3
신젠타66112.2
BASF5229.6
타키이종묘5039.3
사카타종자4919.0
DLF110.2
기타1,78432.8

두 회사는 품목별로 더 구체적인 세계 점유율을 갖고 있다. Sakata는 브로콜리 세계 시장의 약 65%, 터키기쿄(용담과 화훼)의 약 75%, 팬지의 약 30%를 차지한다. Takii는 인도네시아 캬베츠 시장의 약 70%, 태국 캬베츠 시장의 약 50~60%를 점유하며, 관상용 해바라기·하보탄(관상용 양배추)에서는 세계 점유율이 약 70~80%에 이른다.

무역수지로 보면 일본은 종자를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2021년 채소종자 수출액은 66.58억 엔(478톤)이었지만, 수입액은 169.31억 엔(4,033톤)으로 수출의 2.5배가 넘는다. 다만 이 수입 대부분은 앞서 설명한 해외위탁생산 종자의 역수입이며, 해외 경쟁사에 시장을 내준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짚어야 한다.

표 5. 일본 채소종자 수출대상국 (2021년)
국가수출액(백만엔)수량(톤)
중국1,937144
한국83831
미국45934
홍콩38620
인도네시아36119
베트남31628
브라질27317
필리핀24729
네덜란드2169
태국17413
기타1,451134
합계6,658478
표 6. 일본 채소종자 수입원국 (2021년)
국가수입액(백만엔)수량(톤)
칠레5,294511
미국2,0121,195
남아프리카공화국1,940221
이탈리아1,490538
중국1,448335
태국61951
덴마크545477
호주531146
한국51949
인도46364
기타2,070447
합계16,9314,033

한국은 이 교역에서 이미 양방향 당사자다. 2021년 일본 채소종자 수출액 중 한국은 8억 3,800만 엔(31톤)으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반대로 일본이 채소종자를 사들이는 나라 중에서도 한국은 5억 1,900만 엔(49톤)으로 9위였다. 한일 종자 교역은 앞으로 다룰 비교 분석의 전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현실이다.

식량안보 속의 종자산업, 남은 과제

일본은 2024년, 25년 만에 농업의 근간이 되는 법(食料・農業・農村基本法, 농업기본법)을 고쳐 “식량안보”를 핵심 이념으로 새로 추가했다. 개정된 법은 국내 생산 확대, 수입 상대국 다변화, 비축 확대라는 세 방향으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다. 종자산업은 이 안에서 “국내에서 좋은 품종을 계속 개발할 수 있는 힘을 지키는 것”과 “그 힘이 해외로 그냥 빠져나가지 않게 지키는 것”이라는 두 역할을 맡는다.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의 고령화, 후계자 부족, 경작면적 감소라는 일본 농업 전반의 문제는 종자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씨앗을 사는 농가 자체가 줄면 국내 종자시장도 함께 정체되거나 완만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다만 이 역시 아직 정성적 서술 수준이며, 경영체 수·고령화 정량 데이터와 연결한 검증이 남아 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일본은 좁은 국토에도 세계적 위상을 지닌 채소 종자 산업을 갖고 있다. 국가 단위 세계 점유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사카타·타키이 두 기업은 특정 품목에서 세계 시장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다. 일본 정부는 그 위상을 지키기 위해 법을 두 차례 고쳤고, 식량안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종자산업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종자산업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이미 확인했듯 한국은 일본 채소종자 수출의 2위 대상국이자 수입원국 9위로 교역이 존재한다. 이를 국립종자원 통계로 확장한 본격적인 한일 비교는 별도의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해석상의 주의

  • 시장 규모(2,568억 엔), 세계시장 점유율(3.0%·18.3%), 무역액(수출 66.58억 엔·수입 169.31억 엔)은 기준연도가 2012~2021년으로 서로 다르므로, 연도를 맞추지 않은 직접 비교(예: 3.0%와 18.3%를 단순 합산)는 하지 않는다.
  •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3.0%)은 ISF 자료(2012년)의 두 수치(일본 1,350백만 달러 ÷ 세계 44,925백만 달러)를 나눠 계산한 값이며, 원자료에 퍼센트로 직접 제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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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종자산업과 종묘법 개정은 한국의 품종보호·종자산업 정책 논의에 참고가 됩니다. 식량과기후의 농업정책 분석을 받아보고, 의견과 후원을 보태주세요.

참고문헌

  1. 農林水産省知的財産課. (2023). 種苗をめぐる情勢(令和5年3月). hinshu2.maff.go.jp
  2. 農林水産省. 종묘법 개정 개요. maff.go.jp
  3. 農林水産省. 종묘법 일부개정 법률안 개요. maff.go.jp
  4. 農林水産省. 品種登録の動向(품종등록 동향). maff.go.jp
  5. Sakata Seed Corporation. 기업 소개. sakata.com
  6. Takii & Co. 회사 개요. takii.co.jp
  7. 株式会社サカタのタネ. (2025). 有価証券報告書(第84期, 2025年8月25日提出). corporate.sakataseed.co.jp
  8. タキイ種苗株式会社. 기업 결산정보. cat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