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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

독일은 표준을 먼저 박았다 — 수치로 읽는 영농형 태양광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일본이 농지전용 허가로 길을 열었다면, 독일은 정의부터 고정했다. 영농형 태양광을 발전설비가 아니라 ‘농사가 먼저인 토지 이중이용’으로 보고, 그 원칙을 세계 첫 표준인 DIN SPEC 91434에 담았다. 이후 발전제도와 토지제도는 이 정의를 따라 움직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독일에서 영농형 태양광(한 농지에서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 Agri-PV)은 주변부 기술이 아니다. 프라운호퍼 ISE는 적합지 잠재량을 약 500GW로 추산한다(Fraunhofer ISE, 2025)1. 2025년 말 독일 전체 태양광 설비가 116.8GW였다는 점을 감안하면2, 잠재량은 현 설비의 4배를 넘고 2040년 태양광 보급 목표(약 400GW)도 웃돈다.

영농형 적합지 잠재량
500GW

2025

독일 총 태양광 설비
116.8GW

2025년 말

영농형 발전단가(LCOE)
9.3ct

kWh·2021

문제는 잠재량이 아니라 실현 속도다. 2023년 말 기준 영농형 설비는 약 30개소·65MW에 머물렀다3. 2025년 9월 가동한 튀츠파츠(Tützpatz) 단지는 76MW로, 단일 영농형 설비로는 독일 최대다4. 잠재량과 보급 사이의 병목으로는 계통연계 지점 부족이 먼저 거론된다(Fraunhofer ISE, 2025).

500GW는 환경·법적 제약을 제외한 적합지 기준 추정이다. 하드 제약만 제외한 기술적 최대치는 시나리오에 따라 5,600~7,900GW까지 올라간다(Fraunhofer ISE, 2025). 독일 논의는 그래서 “땅이 있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열 것인가”에 가깝다.

표준에서 시작한 제도

독일 제도는 보조금보다 표준에서 먼저 출발했다. 2021년 제정된 DIN SPEC 91434는 영농형 태양광을 ‘영농이 주(主), 발전이 종(從)’인 설비로 정의했다. 농지는 본래 용도로 계속 쓰이고, 발전설비는 그 조건 안에서 배치되어야 한다. 2024년에는 가축 결합형을 다루는 DIN SPEC 91492가 추가됐다9. 이후 발전제도와 토지제도는 이 표준 정의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경제성은 이미 일정 수준에 와 있다. 균등화발전원가(LCOE, 설비를 20년 사용할 때 1kWh를 생산하는 평균 비용)는 kWh당 7~12센트, 평균 약 9.3센트다(Fraunhofer ISE, 2021)5. 같은 기간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이 kWh당 약 39.4센트였으니, 생산 원가는 그 4분의 1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법(EEG)은 영농형 태양광을 부유식·주차장 태양광 등과 함께 ‘특수 태양광설비’ 입찰 구간에 넣었다. 상한가는 kWh당 9.5센트다. 수직형·고가(高架)형 설비에는 기술보너스 0.5센트가 붙는다. 반면 기존 영농 보너스는 유인 효과가 낮다는 평가로 폐지됐고, 일부 조항은 EU 국가보조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6.

토지제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3년 7월 건축법 개정 이후 농촌 외부구역의 2.5ha 이하 영농형 태양광에는 건축 특례가 부여된다. 표준, 발전제도, 토지제도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정의 위에 올라탄 셈이다.

농가소득과 기후적응 — 한 설비의 두 얼굴

독일 실증의 장점은 발전량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같은 설비를 농가소득의 장치이자 폭염·우박·가뭄을 줄이는 기후적응 장치로 함께 측정한다.

보덴호 인근 헤겔바흐(Heggelbach) 실증(194.4kW)에서 토지이용효율(같은 땅에서 식량과 전기를 함께 얻은 정도, 100%면 한 용도로만 쓴 것과 같음)은 2017년 160%, 폭염이 심했던 2018년 186%였다. 작물과 발전을 따로 했을 때와 비교한 토지등가비율(LER)은 최대 1.39까지 올랐다(Fraunhofer ISE, 2019)7.

사과 과수원 실증(겔스도르프, 257.3kWp)에서는 기후적응 효과가 더 뚜렷했다. 패널이 햇빛의 50~55%를 가린 조건에서 기온은 3.8도 낮아지고 습도는 14% 높아졌으며, 관개요구량은 6~31% 감소했다(Fraunhofer ISE, 2023)8. 같은 구조물이 우박방지망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면서 농가 투자비는 약 26%, 사과 생산비는 약 5% 줄었다.

기온과 관개는 기후적응의 지표이고, 투자비와 생산비는 농가소득의 지표다. 우박방지망을 겸한 패널 한 장이 발전량·작물 보호·투자비 절감을 동시에 끌어낸 셈이다.

누가 끌고 가나

독일 모델은 연구기관, 산업, 농가의 역할이 비교적 분명하다. 프라운호퍼 ISE와 호엔하임대학은 표준과 실증, 잠재량 분석을 맡는다. BayWa r.e.·Next2Sun 같은 기업은 대형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협동조합과 농가는 부지와 영농의 책임을 진다.

수직 양면형 기업 Next2Sun은 프랑크푸르트공항 부지에 17.4MWp(30.8ha) 규모를 시공하는 등 농지와 결합한 프로젝트를 넓혀 가고 있다(Next2Sun, 2024).

한국과의 차이, 그리고 시사점

표 1.일본·독일·한국의 영농형 태양광 제도 비교
구분 일본 독일 한국(2026법)
먼저 고정한 것 농지전용 허가 기술표준(DIN SPEC) 사업주체·토지 규율
영농 보증 방식 사후 보고·단속 표준 정의 + 발전제도 자경요건·영농의무·과징금
발전 인센티브 FIT(축소) EEG 특수태양광 9.5ct 하위법령 과제(미확정)

한국은 2026년 5월 「영농형태양광법」을 통과시켰고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 설계는 사업주체와 농지 규율을 먼저 묶는 방어적 접근에 가깝다. 독일과의 차이는 여기서 생긴다. 독일은 ‘영농 우선’을 기술표준으로 먼저 정의한 뒤, 발전제도와 토지제도가 그 정의를 따라가게 했다. 한국에는 아직 영농 실효성을 판정할 기술표준이 없고, 발전단가 인센티브도 하위법령 과제로 남아 있다. 독일의 과수 사례처럼 영농형 설비가 농업 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한국의 논의도 단순한 발전수익 배분을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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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Fraunhofer ISE. (2025). Agrivoltaics potential in Germany (약 500GW 추정). pv magazine 보도(2025.7.8). https://www.pv-magazine.com/2025/07/08/fraunhofer-ise-estimates-germanys-agrivoltaic-potential-at-500-gw/ 

  2. PV Tech. (2026). Germany installed 16.2GW solar PV in 2025 (총 설비 116.8GW). https://www.pv-tech.org/germany-installed-16-2gw-solar-pv-in-2025/ 

  3. agrarheute. (2024). Agri-PV in Deutschland: rund 30 Betriebe, 65 MW (Ende 2023). https://www.agrarheute.com/energie/strom/so-deutschland-pv-ausbauziele-ohne-flaechenverlust-schaffen-637153 

  4. Vattenfall. (2025). Vattenfall nimmt Deutschlands größten Agri-PV Park (Tützpatz, 76 MW) in Betrieb. https://group.vattenfall.com/de/newsroom/pressemitteilungen/2025/vattenfall-nimmt-deutschlands-grobten-agri-pv-park-in-betrieb 

  5. Fraunhofer ISE. (2021). Agrivoltaics LCOE 7–12 ct/kWh (Ø 9.3). Agrivoltaics guideline. 

  6. top agrar. (2025). EEG 특수태양광 입찰 상한 9.5 ct/kWh, 수직·고가형 기술보너스 0.5 ct, 영농 보너스 폐지·EU 국가보조 승인 진행. https://www.topagrar.com/energie/news/verzogerung-beim-solarpaket-welche-vergutung-gilt-heute-fur-agri-pv-20014766.html 

  7. Fraunhofer ISE. (2019). APV-RESOLA Heggelbach: 토지이용효율 160–186%, LER 1.39

  8. Fraunhofer ISE. (2023). APV-Obstbau Gelsdorf: 기온 −3.8℃, 관개 −6~31%, 투자비 −26%, 생산비 −5%

  9. DIN. DIN SPEC 91434 (2021, 농업용)·DIN SPEC 91492 (2024, 가축결합)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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