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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121.9GW의 산수 — 한국 전력계획이 농지에 묻고 있는 질문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1. 11차 전기본의 산수 — 재생에너지 4배 확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의 전력 수급 청사진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데이터센터·반도체·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2024년 557TWh였던 전력소비량은 2038년 735TWh로 32% 증가합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둘째, 늘어난 수요를 무탄소 전원으로 충당하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38년 발전량 기준 원자력 비중은 35.2%, 재생에너지는 29.2%로 계획됐습니다. 이 글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신규 부지 확보가 특히 중요한 태양광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 경로(2023~2038)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023년 약 30GW에서 2030년 78GW, 2038년 121.9GW로 늘어나는 계획을 태양광·풍력·기타로 나눈 누적 막대그래프입니다. 0 25 50 75 100 125 GW 30GW 2023 78GW 2030 121.9GW 2038 태양광 풍력 기타
그림 1.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 경로(2023~2038)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

2023년 약 30GW였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38년 121.9GW까지 늘어납니다. 약 4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2023년 8.4%에서 2038년 29.2%로 높아집니다.

이 계획에서는 태양광의 확대 폭이 특히 큽니다. 11차 전기본의 2030년 풍력 목표는 18.3GW로, 10차 전기본보다 1GW 줄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해상풍력의 인허가 지연과 계통 연계 문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태양광이 맡는 비중도 커집니다. 태양광 설비는 2030년 55.7GW, 2038년에는 77.2GW로 늘어납니다. 실무안에서 최종안으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추가된 2.4GW도 태양광에 배분됐습니다(법무법인 세종, 2025).

2. 2035 NDC가 높인 재생에너지 기준

11차 전기본 확정 이후인 2025년 11월, 정부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으로 최종 확정했습니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NDC는 설비용량 자체를 정하는 계획은 아니지만, 전력 부문의 핵심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시했습니다.

2035 NDC 공개논의 시나리오별 재생에너지 설비 추정치 분석기관이 추정한 2035년 재생에너지 필요 설비는 감축률 48%에서 130GW, 53%에서 150GW, 61%에서 160GW, 65%에서 165GW 이상이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목표 121.9GW보다 높습니다. 0 50 100 150 GW ~85 현재 추세 (2035 도달) 130 NDC 48% 감축 150 NDC 53% 감축 160 NDC 61% 감축 165+ NDC 65% 감축 11차 전기본 121.9GW
그림 2. 2035 NDC 공개논의 시나리오별 재생에너지 설비 추정치주: 130~165GW는 분석기관의 추정치이며 정부의 공식 설비 목표가 아님.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2025), 에너지경제일보·기후솔루션(2025)

NDC 공개논의 과정에서 분석기관들은 감축률 53% 시 재생에너지 약 150GW, 61% 시 약 160GW가 필요하다고 추정했습니다(에너지경제일보, 2025; 기후솔루션, 2025). 이는 정부가 확정한 설비 목표가 아니라 NDC 이행에 필요한 규모를 가늠한 분석치입니다.

현재 보급 속도와 분석기관의 추정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누적 용량은 약 34GW, 연평균 증가량은 4~5GW 수준입니다(에너지경제일보, 2025). 이 속도가 이어지면 2035년 설비용량은 약 80~90GW에 머물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제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에도 착수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9). 정책 방향에는 산업단지·영농형·수상·주차장·지방자치단체 공공부지 등 태양광 입지를 다각화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따라서 11차 전기본의 목표는 후속 계획에서 2035 NDC와 다시 연결돼야 합니다. 필요한 설비 규모와 보급 시기, 전력망 확충 방안, 입지별 역할을 함께 구체화하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3. 한국 국토는 그 태양광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실제 설비로 바꾸려면 필요한 토지 규모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태양광 1GW를 지상에 설치하려면 약 1,200~1,500ha가 필요합니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100GW 신규 설치라면 12만~15만 ha가 필요합니다. 서울시 면적(605㎢)의 2~2.5배입니다.

한국 국토는 산지가 약 63%, 농지가 약 15%, 시가화 지역이 약 17%를 차지합니다. 이 중 신규 태양광이 들어갈 수 있는 후보지를 하나씩 점검해 봅니다.

입지 유형별 태양광 가용 잠재량과 제약 산지, 염해간척지, 수상, 주차장·도로, 옥상·산업단지, 영농형 농지의 태양광 잠재량을 비교하며 영농형 농지가 60GW 이상으로 가장 크게 제시됩니다. 0 10 20 30 GW 산지(임야) 규제 강화 — 신규 개발 제약 염해간척지 ~3GW 수상태양광 ~5GW 주차장·도로 ~10GW 옥상·산단 ~30GW (분산·속도 한계) 농지(영농형) 60GW+ * 입지별 잠재량은 자료와 개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그림 3. 입지 유형별 태양광 가용 잠재량과 제약출처: 한국에너지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농림축산식품부 자료 종합(2024)

산지(임야)는 환경 훼손 우려와 규제 강화로 신규 개발이 크게 제약됩니다. 정부는 임야 태양광의 REC 가중치를 0.7로 낮추고 산지 일시사용허가제와 원상복구 의무를 도입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19).

건물 옥상·산업단지·주차장은 이론적 잠재량이 수십 GW에 이르지만, 설비가 분산돼 사업비와 보급 속도에 제약이 있습니다. 수상태양광은 댐과 저수지를 활용할 수 있으나 가용 면적이 제한적입니다. 염해간척지도 일시사용 기간이 연장됐지만 전체 잠재량은 수 GW 수준으로 평가됩니다(농림축산식품부, 2023).

이런 제약을 고려하면 농지도 중요한 후보지가 됩니다. 다만 농지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농업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농지 1ha를 쓰는 세 가지 방식 비교 농지 전용 태양광과 산지 태양광은 농업 생산을 유지하지 못하는 반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패널을 설치해 농업 생산을 병행하는 방식을 비교합니다. 농지 전용 태양광 0% 농업 생산 유지율 농지를 영구히 잃음 경자유전 원칙 위반 식량안보 직접 위협 산지 태양광 0% 농업 생산 유지율 산림 훼손 환경·입지 규제 강화 REC 가중치 0.7 하향 영농형 태양광 70~80% 농업 생산 유지율 농지법상 농지 유지 발전 수익 농가 귀속 ✓ 유력한 대안 패널 높이 3~4m 설치 → 하부 농사 계속
그림 4. 같은 농지를 활용하는 세 가지 태양광 방식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영농형 태양광 실증 자료(2024)

농지 전용 태양광은 농업 생산을 중단하고 발전 용도로 토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농지 보전과 식량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큽니다. 반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병행합니다(농민신문, 2025). 작물과 설비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존 실증 연구에서는 농업 생산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발전 수익을 농가 소득에 더할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산지 개발이 제한되고 옥상·수상·주차장·간척지의 보급 속도와 규모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농지는 태양광 입지 논의에서 제외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농업 생산을 유지한다는 전제를 지킨다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보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4. 농지에 들어와야 할 태양광은 얼마나 되는가

그렇다면 한국 농지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질까요?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지면적은 1,504,615ha(약 150.5만 ha)입니다(국가데이터처, 2024). 20년 전인 2003년의 184.6만 ha에서 34만 ha 줄어든 수치이고, 매년 약 1만 ha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표 1. 농지 활용 시나리오별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
시나리오활용 농지 면적활용 비율발전 설비 잠재량비고
정부 농촌태양광 보급1.3만 ha약 0.9%10GW농지전용 포함 — 농지 영구 손실
시민사회 권장(넥스트·녹색전환연구소)11.8만 ha6.2%60GW영농형 위주 — 농지 보전
영농형 이론 잠재량(KEEI)약 157만 ha100%682GW발전효율 17.5% 가정 — 이론치

자료마다 전제는 다르지만, 농지의 일부를 영농형 태양광에 활용해도 수십 GW 규모의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넥스트·녹색전환연구소는 농지 11.8만 ha를 활용하는 시나리오에서 60GW를 추정했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기술적 이론 잠재량을 더 크게 평가했습니다. 실제 보급 가능량은 작목·계통·주민 수용성·영농 유지 기준을 함께 고려해 산정해야 합니다.

농지 활용률별 영농형 태양광 잠재 발전량과 정책 목표 농지 활용률 2%, 6%, 10% 시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을 각각 19GW, 60GW, 100GW로 제시하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태양광 목표 77.2GW와 분석기관의 NDC 61% 시나리오 추정치 160GW를 비교합니다. 0 50 100 150 GW 19GW 농지 2% 활용 60GW 농지 6% 활용 100GW 농지 10% 활용 11차 전기본 태양광 77.2GW NDC 61% 재생에너지 160GW
그림 5. 농지 활용률별 영농형 태양광 잠재 발전량주: 160GW는 분석기관의 NDC 61% 시나리오 추정치임. 출처: 넥스트·녹색전환연구소(2024), 산업통상자원부(2025)

농지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핵심은 발전량뿐 아니라 농업 생산과 농가 소득, 지역 수용성을 함께 지키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5. 영농형 태양광에 모이는 세 가지 정책 목표

영농형 태양광은 하나의 이유만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식량안보, 농촌 사회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가 이 방식에서 만납니다.

영농형 태양광에 모이는 세 가지 정책 목표 재생에너지 확충, 식량안보, 농촌 사회 유지라는 세 정책 목표가 영농형 태양광을 교차점으로 연결하는 관계도입니다. 재생에너지 확충 농지 외 100GW급 부지 없음 식량안보 농지 보전 + 농사 생산 70~80% 유지 농촌 사회 유지 농가 소득 + 마을 단위 사업 영농형 태양광 세 목표의 교차점
그림 6. 영농형 태양광에 모이는 세 가지 정책 목표출처: 식량과기후 분석(2026)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입니다. 옥상·산업단지·수상·주차장 등 다양한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대규모 추가 보급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농지를 활용해야 한다면 농업 생산을 중단하는 전용 방식보다 영농형 방식의 사회적 비용이 낮을 수 있습니다.

둘째, 식량안보입니다. 농지 전용은 농업 생산을 중단하지만, 영농형은 농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영농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수확량은 작목과 설비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차광률과 영농 이행 기준을 작목별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셋째, 농촌 사회 유지입니다. 2024년 농가 평균소득은 5,060만 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고,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55.8%에 이르렀습니다(국가데이터처, 2025). 영농형 태양광은 사업 수익이 농업인과 지역에 돌아가도록 설계될 때 농가의 추가 소득원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전제는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농업인과 농촌 주민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외부 자본이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면 발전 수익의 지역 환원과 영농 지속이라는 제도의 목적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정책도 이 방향으로 진전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에서 농업인 중심의 사업 구조, 비우량농지 중심의 집적화, 부실 영농을 막는 관리체계를 주요 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실경작 농업인과 주민참여협동조합의 사업 참여를 허용하고 영농 이행 의무와 제재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농업법인은 재생에너지지구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농업진흥지역도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경우에만 사업이 가능합니다(농림축산식품부, 2026).

시사점

재생에너지 확대가 농지에 던지는 질문은 이미 구체적인 정책 과제가 됐습니다.

121.9GW라는 목표는 데이터센터·반도체·전기차 등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 목표를 함께 고려한 결과입니다. 이를 실제 설비로 전환하려면 도시와 산업단지뿐 아니라 농촌의 공간도 논의 대상이 됩니다.

이 논의에서 농업계의 참여가 늦어지면 농지 이용 방식과 수익 배분 구조가 농업인의 관점 없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농지를 누가,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농업인과 지역사회가 초기부터 참여해야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유지하면서 농업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다만 발전 수익이 농가와 지역사회에 돌아가고 영농이 실질적으로 지속될 때에만 제도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영농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아니라, 누가 사업 주체가 될 것인지, 농지의 어디에 어떤 작물과 함께 들어갈 것인지, 부실영농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농민과 농업계가 선제적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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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산업통상자원부 (2019). 임야 태양광 REC 가중치 조정 및 산지 일시사용허가 제도 개선.
  • 산업통상자원부 (2025).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 산업통상자원부 (2025.9). 제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추진 보도자료.
  •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11.11).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제4기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확정.
  • 농림축산식품부 (2024).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
  • 국가데이터처 (2025). 2024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2024년 농가경제조사 결과; 2024년 농림어업조사.
  •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영농형 태양광 주요 논의 동향과 시사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24-14호.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 영농형 태양광 추진을 위한 정책방안 마련 연구.
  • 사단법인 넥스트·녹색전환연구소 (2024). 영농형 태양광 보급 잠재량 분석.
  • 기후솔루션 (2025). 한국 2035년 NDC 61% 가능 — 실현가능한 감축 경로.
  • 법무법인 세종 (2025).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뉴스레터.
  • 전기신문 (2025.10.17).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
  • 농민신문 (2025.10.24). 정부, 영농형 태양광 본격 추진.
  • 국회 (2026.05.07).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가결.
  • 농림축산식품부 (2026.05.07).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회 통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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