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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

태양광 87GW의 역설 — 농지는 에너지가 될 것인가, 식량이 될 것인가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재생에너지 100GW와 태양광 87GW의 무게

정부의 100GW 목표는 기존 전력계획보다 보급 속도를 크게 높이는 구상입니다. 87GW라는 태양광 시나리오는 그 부담이 어느 전원과 공간에 집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 현황과 목표 (GW)2020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실적과 목표를 막대로 비교한다. 0 25 50 75 100 20 2020 26 2023 34 2025 78 2030 (11차) 100 2030 (상향안) +66GW (5년 내)
그림 1. 한국 재생에너지 설비 현황과 목표 (GW)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78GW를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이후 목표를 100GW로 높였고, 2026년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표 1.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100GW 상향 목표 비교
구분11차 전기본 (2025.2 확정)100GW 확대 시나리오
2030 재생에너지 총 목표78GW100GW
태양광55.7GW87GW (+31.3)
풍력 (육상+해상)18.3GW9GW
재생에너지 발전비중21.7%30%+
석탄발전 (2038~2040)10.1%중단 (2040 목표)

87GW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제11차 계획보다 태양광이 31.3GW 늘어납니다. 단기간 보급 여건을 고려하면 확대분의 상당 부분이 태양광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어디까지 왔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요국보다 낮습니다. 목표를 따라잡으려면 설비 확대와 함께 전력망·저장장치·수요관리 투자가 병행돼야 합니다.

주요국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비교 (%, 2023~2024)한국, 일본, 세계, OECD,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가로 막대로 비교한다. 0% 10% 20% 30% 40% 50%+ 한국 9.6% 일본 22% 글로벌 평균 30.3% OECD 평균 33.5% 독일 52%
그림 2. 주요국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비교 (%, 2023~2024)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이후 연평균 설비 용량이 30% 안팎씩 고성장했지만, 87GW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5년간 태양광만 53GW를 추가해야 합니다. 연간 10GW 이상 — 지금까지의 연간 실적(3~4GW)의 2.5~3배입니다.

여기서 핵심 병목이 드러납니다.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좁은 국토, 높은 토지 비용, 주민 수용성 갈등 —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간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바로 그 공간 문제의 한가운데에 농지가 있습니다.

줄어드는 농지, 낮은 곡물자급률

태양광 입지를 넓히는 동안 농업 생산 기반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두 추세를 따로 보면 입지 갈등의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에너지-식량 샌드위치: 태양광 ↑ vs 경지면적·자급률 ↓태양광 설비는 늘고 경지면적과 곡물자급률은 낮아지는 흐름을 함께 보여준다. 2015 2020 2024 2025 2030(목표) 0 50 100 태양광(GW) 140 160 180 경지(만ha) 5 15 34 87 168 156 150.5 태양광 설비(GW) ↑ 경지면적(만ha) ↓
그림 3. 에너지-식량 샌드위치: 태양광 ↑ vs 경지면적·자급률 ↓

곡물자급률로 본 농지의 의미

곡물자급률을 국제 비교하면 한국 농지의 생산 기능을 왜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선명해집니다.

표 2. 주요국 곡물자급률 비교
지표한국일본영국미국세계 평균
곡물자급률19.5%27.6%~70%122.4%100.7%
식량자급률 (2024)47.9%~38%~60%~130%
경지면적150.5만ha~432만ha~600만ha~1.6억ha
쌀 자급률 (2024)96.0%

한국의 곡물자급률 19.5%는 식량의 80%를 해외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처지인 일본(27.6%)보다 8.1%p 낮고,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사실상 최하위입니다.

영농형 태양광, 실증에서 제도화로

영농형 태양광은 같은 토지에서 농업과 발전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작물 생산이 실제로 유지되는지가 제도의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Agrivoltaics)은 농지 위 3~4m 높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농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012년 5MW에서 2021년 14GW로 급성장했습니다.

일본이 먼저 드러낸 제도적 위험

일본의 경험은 빠른 보급만으로 영농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표 3. 한국과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 제도·보급 현황
구분일본한국
제도 도입2013년 (농림수산성 통지)2016년 실증, 2026년 특별법 추진
누적 허가 건수5,351건 / 1,209ha (2022년도 말)90개소 (2025, 대부분 실증)
설치자 유형발전사업자 73%, 농업인 27%실증 단계 (통계 미비)
하부 재배 작물관상용 식물 36%, 채소 28%, 과수 13%실증 작물 위주
영농 지장 비율24% (그 중 71%가 재배관리 부적절)통계 미집계
허가 기간원칙 3년, 지자체(농업위원회) 재량 최대 10년현행 8년 → 특별법 23~30년
부적절 사업 대응FIT 교부금 정지 (342건/20사업자)과징금 3~5배, REC 회수, 철거 (예정)

작물에 따라 달라지는 생산성

차광에 대한 반응이 작물마다 다르므로 하나의 수확량 기준을 모든 품목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 작물별 생산성 (노지 대비 %)벼, 감자, 콩, 마늘, 양파의 영농형 태양광 하부 생산성을 노지 대비 비율로 비교한다. 100% 0% 50% 100% 111% 녹차 102% 포도 95% 감자 88% 75% 마늘 70% 양파
그림 4. 영농형 태양광 하부 작물별 생산성 (노지 대비 %)
표 4. 작물별 생산성과 경제가치
작물노지 대비 생산성경제가치영역 분류
녹차111%고가치✅ 최적화
포도102%고가치✅ 최적화
감자95%중가치🔵 적용 가능
83~92%중가치 (전략작물)🔶 기술 보완
마늘약 75%고가치🔶 기술 보완
양파약 70%중가치🔶 기술 보완

법률 통과 뒤 남은 설계 과제

4월 원고 작성 당시 논의 중이던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은 식량안보, 난개발 방지, 발전수익의 지역 환원을 세 가지 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표 5. 영농형 태양광법의 핵심 내용
구분법률이 정한 내용
사업 주체사업 지역 또는 인접 읍·면·동에서 실제 영농하는 농업인과 주민참여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허용
허용 지역농업진흥지역 밖 농지가 원칙이며,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된 경우 농업진흥지역에서도 허용
임차농 보호사업기간 중 임대차 갱신과 임대료 상한, 표준계약서 근거 마련
영농 이행영농 미이행 시 시정명령·과징금·사업정지·취소 등 단계적 제재
시행 준비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6개월 뒤 시행 예정. 세부 기준은 하위법령에서 확정

법률 통과가 입지 갈등을 자동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물별 영농 기준, 수확량 확인 방식, 임차농의 실질적 협상력, 계통 접속 비용과 수익 배분은 시행령과 현장 계약에서 구체화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지구가 입지 질서를 좌우한다

재생에너지지구는 개별 사업자의 입지 선택을 지역 단위 계획으로 전환하는 장치입니다. 농지 보전과 계통 여유, 주민 참여를 함께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입지 관리에서 핵심 개념은 ‘재생에너지지구’입니다. 농촌공간계획의 특화지구 유형 중 하나로, 영농형 태양광을 지정된 구역 내에서 집적·관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표 6. 재생에너지지구의 주요 설계 요소
설계 요소내용
도입 원칙①난개발 방지, ②식량안보, ③주민·농업인 수익 환원
농업진흥지역재생에너지지구 지정 시 허용
참여 주체 확대개인 농업인 + 영농조합법인 + 마을협동조합법인
사업 기간타용도 일시사용 허가 8년 → 23년 확대
난개발 방지지구 외 농지 전용 목적 태양광 설치 금지

일본은 촉진구역(促進区域) 제도를 통해 2025년 3월 기준 55개 자치단체가 구역을 지정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지구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농촌공간계획 수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햇빛소득마을, 발전수익을 지역에 남기는 실험

햇빛소득마을은 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모델입니다. 선정 개수보다 소유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이 성과를 좌우합니다.

햇빛소득마을 조성 로드맵2025년 시범사업에서 2030년 누적 목표까지 햇빛소득마을 확대 일정을 보여준다. 1 2025 시범 2곳 (화성·안성) 500+ 2026 전국 공모 시작 국비 5,500억 원 2,500 2030 누적 목표
그림 5. 햇빛소득마을 조성 로드맵
표 7. 햇빛소득마을 지원 기준
항목내용
공모 일정1차 ~5.31 / 2차 ~7.31 (2026년)
발전소 용량300kW ~ 1,000kW
모듈 기준저탄소 인증, KS 인증, 국내 생산 의무
REC 가중치500kW↑ + 이격거리 충족 시 최대 +0.2
융자 조건설치비 최대 85%, 5년 거치 10년 상환, 금리 1.75%
금융지원 예산6,480억 원 (전년 대비 50%↑)

전국 1호 사례: 여주 구양리. 주민 주도로 1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여 연간 약 1억 2천만 원의 수익을 창출해, 공용식당 무료 점심, 공용차량 ‘행복버스’ 운영, 문화활동 지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속도만큼 중요한 다섯 가지 조건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과 에너지의 공존 모델이 되려면 최소한 다섯 가지 조건을 함께 충족해야 합니다.

농지 보전과 식량안보

경지면적 150만 ha 붕괴 직전, 태양광이 농지 전용을 위한 우회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에서도 하부 작물의 36%가 관상용 식물인 점은 형식적 영농의 위험을 보여줍니다.

임차농 보호와 수익 배분

한국 농지의 50% 이상이 임대차로 운용됩니다. 일본에서도 설치자와 영농자가 다른 경우가 65%에 달합니다. 구체적 해법이 필요합니다:

  • 패널 구조물로 인한 추가 부담만큼 임대료 조정 의무화
  • 발전수익의 일정 비율을 ‘영농보전금’으로 적립하는 발전수익 공유형 표준계약서 도입
  • 마을협동조합에 임차농 조합원 참여권 보장

장기 수익성 위험

SMP(계통한계가격) 하락, REC 제도 변경, 계통 통합 비용 증가가 20년 장기 운영의 위험 변수입니다. 농식품부가 기후에너지부에 요청한 장기고정가격 계약(20년간 구매액 고정) 실현이 관건입니다.

계통 포화와 출력 제어

2026년 봄철 경부하기 대책기간이 역대 최장인 107일에 달했습니다. 배전망 ESS 구축에 1,171억 원 투입 예정이나, 100GW 시대의 계통 수용력은 여전히 도전적 과제입니다.

태양광 공급망의 중국 의존

보급 확대가 국내 산업 기반 강화로 이어지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셀·모듈·인버터의 공급망 구조는 사업비와 에너지 안보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표 8. 태양광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품목국산 점유율중국 의존비고
태양광 셀약 5%약 95%국내 생산능력 6GW, 실가동률 절반 미만
태양광 모듈약 40%수입 19만t (전년比 +26%)현장 체감 점유율은 더 낮음
인버터약 10%약 90%

양적 확대가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해외 의존도 심화로 귀결되는 역설적 상황입니다.

농업계가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한다

농지는 발전사업의 빈 공간이 아니라 식량 생산과 농촌 공동체의 기반입니다. 따라서 농업계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주체여야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과 농지 태양광 논의는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87GW의 태양광을 5년 안에 설치해야 하는 현실에서, 농지는 가장 큰 잠재 입지입니다. 이 논의가 에너지 부처와 산업계 주도로만 진행된다면, 농업의 관점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첫째, 영농의 실질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배 작물과 수확량, 휴경 여부를 공개하고 형식적 영농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수익이 지역에 남아야 합니다. 농업인과 임차농, 마을공동체가 사업 의사결정과 수익 배분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셋째, 작물별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야 합니다. 지역·품목·패널 구조에 따른 수확량과 농작업 비용을 공개하고, 그 결과를 허가와 지원 기준에 반영해야 합니다.

결론: 농업을 지키는 에너지 전환

2026년은 영농형 태양광의 제도화 원년입니다. 특별법 제정, 햇빛소득마을 전국 공모, 재생에너지지구 도입 — 정책·입법·현장 실증이 동시에 움직이는 전환기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속도만큼 설계의 정교함이 중요합니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 위에 에너지를 얹는 구조인지, 아니면 에너지 밑에 농업을 깔아놓은 구조인지 — 그 차이가 향후 20년간 한국 농지와 농촌의 운명을 가릅니다.

사단법인 식량과기후(KIFC)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의 정책 대안 제시에 집중할 것입니다. 식량안보와 에너지 전환이 충돌이 아니라 공존이 될 수 있도록, 농업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식량안보와 에너지 전환을 함께 달성하려면 농업인, 주민, 정책 담당자, 전력 전문가가 같은 기준으로 성과와 비용을 검증해야 합니다.

함께해주세요

농업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설계하는 데 의견이 있다면 식량과기후와 나눠주세요.

참고문헌

  1. 기후에너지환경부. 「2030년 100GW 보급 조기 달성을 위한 세부전략 발표」. 2026.5.19.
  2. 농림축산식품부.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회 통과」. 2026.5.7.
  3. 통계청. 「2025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2026.2.27.
  4. 행정안전부. 「2026년 햇빛소득마을 선정 공모」. 2026.
  5. 일본 농림수산성. 영농형 태양광 관련 통계 및 제도 자료. 2024.
  6.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협미래전략연구소. 곡물자급률 및 영농형 태양광 실증 자료. 2024~2026.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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