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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에서 작물을 심는 농부 — 미래 농업의 시작
KIFC 리포트 /

농가가 아니라 조직이 판다 — ‘중간유통법인’ 제도 제안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1. 현황: 산지 조직도 도매시장에 종속돼 있다

농가가 농산물을 시장에 내보내는 경로는 개별 출하와 도매시장 경매에 크게 의존한다. 국내산 농산물의 도매시장 경유율은 2024년 54.9%이며, 유통비용률(소비자가격 중 유통 단계 비용 비율)은 1998년 39.8%에서 2023년 49.2%로 증가했다(KREI, 2026; aT, 2024).

산지유통조직 = 농가의 농산물을 모아 규격화·판매하는 조직(농협·농업법인 등). 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 = 2개 이상 농·축협이 출자해 만든 판매·유통 법인.

규모화·교섭력 확보를 위해 만든 조합공동사업법인은 121개로 늘었다(농협경제지주, 2025). 그러나 50개 조공법인 실태조사에서 원물 조달과 판로는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표 1. 조공법인 원물 조달·판로 구조 (50개 실태조사)
항목비중내용
수탁(위탁판매)86.9%공동계산 45.8% + 일반수탁 41.4%
매취(사서 되팖)12.8%이 중 계약재배 5.4%
도매시장 판로 비중50.0%매출의 절반이 도매시장 경유
조공법인 취급률42.0%관내 조합 출하액 중 조공법인이 취급한 비율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만든 조직조차 계약재배 비중은 5.4%에 그치고, 매출의 절반이 도매시장을 거친다.

2. 문제: 개별 출하 구조가 저수익의 출발점

개별 농가 단위에서는 대형 구매자가 요구하는 규모·규격·교섭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 공백을 도매시장 경매가 메우면서 다음과 같은 연쇄가 관측된다.

구조적으로 세 가지가 비어 있다. 첫째, 계약재배·품질·브랜드·판매를 전담할 법인격이 없다(현행 농업법인은 ‘생산’을 전제로 설계됨). 둘째, 좋은 품종을 산지 프리미엄으로 지키는 품종 지식재산(IP) 장치가 약하다. 셋째, 가격·물량 위험을 완충하는 정산 장치가 없다(수탁 위주).

3. 해외: ‘조직이 파는’ 나라들

같은 소농 구조에서도 농가가 소유·통제하는 조직이 품종·계약·브랜드·수요개발을 통합해 프리미엄을 확보한 사례가 있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조직의 형태(협동조합/기업)가 아니라 다음 세 요소다.

표 2. 중간유통 제도 4개국 비교
항목한국(현행)일본뉴질랜드 (Zespri)스페인 (Anecoop)
중간유통 법인격불명확미정의생산자소유 회사2단계 협동조합
품종IP 통제약함강화(2020)강함자체품종
정산 방식수탁 위주매취 전환 중전량매입+품질보너스공동판매+효율화
이익 귀속분산·약함협동조합농가이용비례 배당

뉴질랜드 Zespri는 키위 농가가 소유한 회사다. 품질 기준을 넘긴 물량을 전량 매입하고, 당도를 재서 등급이 높을수록 더 준다(품질 보너스는 정산액의 23~34%). 브랜드 과일은 경쟁 품종 대비 10~20% 높은 값을 받는다. 스페인 Anecoop은 61개 조합·약 2만 농가의 협동조합으로, 의결권을 ‘거래 물량에 비례하되 한 조합이 전체의 15%를 넘지 못하게’ 설계해 대형·소규모 농가를 함께 묶었다.

일본은 제도가 한국과 가장 유사하다. 농협(全農)이 위탁판매에서 매취(사서 되팖)로 전환 중이고, 2020년 종묘법으로 품종 권리를 강화했다. 다만 두 가지가 참고된다. 첫째, 일본조차 ‘중간유통 전담 법인격’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다. 둘째, 6차산업 지원 관민펀드(A-FIVE)는 누적손실 151억 엔(2023)으로 신규 출자를 중단했다(MAFF, 2020~2023).

4. 제안: ‘중간유통법인’을 신설한다

핵심은 「중간유통법인」이라는 법인격을 신설해, 농지 소유·경작 요건과 분리하고, 계약재배·품질관리·품종·브랜드·수요개발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이 정의하지 않은 이 법인격을 한국이 앞서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1. 법인격 신설 — 농지 요건과 분리. 농가·생산자단체가 의결권 과반을 소유하고, 직접 경작 의무 없이 계약·품질·브랜드·판매를 전담하는 법인을 정의한다(농어업경영체법 개정). 협동조합형·회사형 병행 허용.
  2. 품종 지식재산으로 산지 프리미엄. 등록품종 자가채종을 품목별 차등 허락제로 전환하고, 수출 유망 품종의 해외 사전등록을 지원한다(식물신품종보호법 개정, 일본 2020 종묘법 참조).
  3. 계약·정산 표준. 품질 기준 충족분을 전량·확정된 높은 값에 매입하고, 성분·등급에 따라 더 주며, 선급→진도금→최종정산으로 나눠 지급하는 표준 계약을 마련한다.
  4. 원료 기반·농지 연계. 농지은행 임대를 필지별 계획에 따라 배분하고, 계약생산용 장기임차 특례와 들녘경영체 법인화 인센티브를 둔다.
  5. 재정 — 일본 A-FIVE 실패 회피. 직접 출자 펀드 대신 정책 성과지표(산지수취가·유통비·가동률) 기반 지원, 다층 승인 최소화, 지표 미달 시 회수하는 출구 규정을 미리 둔다. 수출·B2B 판로 지원으로 ‘전량 고가매입’의 재원을 만든다.

5. 기대 효과와 한계

시범 기준 목표는 참여농가 산지수취가 15% 이상 제고, 계약재배(등급 조건부 전량매입) 비중 50% 이상이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가공·물류·마케팅 기능이 산지에 자리 잡아, 농촌의 농업 외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함께 늘어나는 경로가 열린다.

한계. 본 브리프는 이론·국제 비교를 근거로 한 v1이다. 국내 일부 현황(들녘경영체 통계, 백세콩 운영 실태, 식물신품종보호법 하위 조문)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며, 시범 선정·법제 정비 단계에서 보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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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매시장 자료(2024~2025); 농림축산식품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2025);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운영 현황」(202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6」(유통비용); 농협경제지주 조공법인 경영평가(2025).

국제 사례: 식량과기후 「일본 농업 중간유통 제도 심층보고서」(8축, 2026, MAFF·회계검사원·PRIMAFF 등); 뉴질랜드 Zespri·스페인 Anecoop 심층분석; 국제 6개국 유형 비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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