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메시지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은 단일한 정의가 없는 우산 개념(umbrella concept)이다. 토양 건강을 중심에 두고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는 농업 방식의 묶음을 가리킨다. 2020년대 들어 미국·EU·일본 정부와 글로벌 식품기업이 대규모로 채택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재생농업이라 부르는지,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한국 농업 구조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글은 6주 시리즈의 1편이다. 정의에서 출발해 글로벌 현황·중요성·인접 개념과의 차이·한계와 쟁점·미래 전망까지 짚는다.
1. 재생농업이란 무엇인가 — 정의의 분기
등장 배경
“재생적(regenerative)”이라는 단어가 농업에 본격적으로 쓰인 시점은 1980년대 미국 Rodale Institute다. 유기농업(organic farming) 운동의 한 흐름으로, “환경 손상을 줄인다”를 넘어 “토양과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개념이 제기됐다.
이후 40여 년간 재생농업은 농생태학(agroecology), 보전농업(conservation agriculture), 자연농업, 토지복원 운동 등 여러 흐름이 합류하며 외연을 넓혔다. 2010년대 후반 글로벌 식품기업과 각국 정부가 이 용어를 정책·공급망 전략에 도입하면서 주류화 단계로 들어섰다.
두 갈래 정의: practice-based vs outcome-based
“재생농업”은 합의된 단일 정의를 가진 적이 없다. 통용되는 정의는 크게 두 갈래다.
관행 기반(practice-based) 정의는 특정 영농 관행의 묶음을 재생농업으로 본다. 미국 USDA 산하 NRCS(자연자원보전청)가 정리한 토양건강 5원칙이 가장 널리 인용된다.
- 토양 교란 최소화 (무경운 또는 최소경운)
- 토양 피복 유지 (cover crop, 잔사 관리)
- 작목 다양성 확보 (윤작, 혼작)
- 살아있는 뿌리 유지 (다년생 작물, cover crop)
- 가축 통합 (방목과 작목의 결합)
성과 기반(outcome-based) 정의는 관행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결과로 재생농업을 규정한다. 토양 유기탄소 증가, 생물다양성 회복, 물순환 개선, 수질 향상 같은 지표를 일정 기간에 달성했는지를 본다. 글로벌 이니셔티브 Regen10과 일부 식품기업, 그리고 2025년 12월 출범한 미국 USDA NRCS의 ‘재생농업 파일럿 프로그램’이 이 방향에 서 있다.
두 접근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놓인다. 다만 정책 설계와 인증 체계에서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누가 무엇을 재생농업이라 부르는가
표 1. 주요 기관·기업별 재생농업 정의 비교 (2026.05 기준)
| 주체 | 정의 성격 | 핵심 기준 | 비고 |
|---|---|---|---|
| USDA NRCS | Practice-based | 토양건강 5원칙 | 가장 광범위하게 인용 |
| FAO | Practice-based | 농생태학 원칙과 중첩 | 공식 정의 없음, 개념 포함 |
| Rodale Institute (RoC) | Practice + Outcome | 유기인증 + 토양 탄소·생물다양성 | 가장 엄격한 민간 기준 |
| Regen10 | Outcome-based | 토양 유기탄소·생물다양성·농가 소득 | 글로벌 기업·NGO 연합체 |
| 글로벌 식품기업 | 자체 정의 | 공급망별 상이 | 그린워싱 논란 있음 |
| USDA NRCS 파일럿 (2025~) | Outcome-based | 측정된 토양·수질 개선 | 7억 달러 규모, FY2026 |
출처: 각 기관 공식 문서 종합(2026.05 기준)
같은 단어를 쓰지만 평가 기준은 모두 다르다. 한 농가가 USDA 기준으로는 재생농업 농가이지만 RoC 기준으로는 아닐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2.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글로벌 현황
면적: 출처별 큰 편차
- 광범위 포함 시: 글로벌 농경지의 15%대 추정
- 인증/기업 프로그램 등록 농지: 1% 미만
- 탄소농업 시장: 2024년 약 5억 3천만 달러 → 2034년 23억 달러 전망(연평균 16%, Spacenus 2025)
정부 정책: 미국·EU·일본의 경로
출처: NRCS·EU Commission·農水省·농식품부
미국: USDA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기후스마트 농업에 31억 달러를 배정했다. 2025년 12월 NRCS는 별도로 7억 달러 규모의 재생농업 파일럿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성과 기반 지불 방식을 채택해, 토양 유기탄소·수질 개선 지표를 충족한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EU: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에서 eco-scheme(생태 계획)이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2023~2027년 기간 EU 회원국은 CAP 직불금의 최소 25%를 eco-scheme에 배정해야 하며, 이 재원의 상당 부분이 재생농업 관행(무경운, cover crop, 윤작 확대)을 지원한다. 규모는 연간 약 100억 유로로 추정된다.
일본: 2021년 발표한 ‘みどりの食料システム戦略'(녹색 식료시스템 전략)은 2050년까지 유기농 비율을 현재 0.5%에서 25%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연간 약 50억 엔 규모의 전환 지원을 포함한다. 한국의 친환경농업 정책과 구조적으로 가장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민간: 글로벌 식품기업의 공급망 약속
제너럴밀스, 펩시코, 네슬레, 카길, 다농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2020년대 초반 공급망 내 재생농업 전환 약속을 발표했다. 규모 기준으로는 제너럴밀스가 가장 앞서 있으며, 2030년까지 공급망 내 100만 에이커(약 40만 ha)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개 진척 데이터가 부족하고 제3자 검증이 미비해 그린워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표 2. 글로벌 식품기업 재생농업 공급망 약속 현황 (2026.05 기준)
| 기업 | 약속 (연도) | 현재 진척 |
|---|---|---|
| General Mills | 2030년까지 공급망 내 100만 에이커 전환 (2019) | ~45만 에이커 전환 완료 (2024 보고, 미검증) |
| PepsiCo | 2030년까지 700만 에이커 (2021) | 2023년 기준 약 140만 에이커 (진척 공개 중단) |
| Nestlé | 2030년까지 핵심 작목 50% 재생농업 조달 (2021) | 제3자 검증 체계 미비 지적 (2024 NGO 보고서) |
| Cargill | 2030년까지 북미 옥수수·대두 10M 에이커 (2020) | 파일럿 단계, 진척 데이터 미공개 |
| Danone | 2025년까지 공급망 전체 재생농업 전환 선언 (2020) | 목표 하향 조정, 2030년으로 연기 (2023) |
출처: 각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언론 종합(2026.05)
한국: 명칭 자체는 미공식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 실태조사」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재생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근접한 제도는 친환경농업 직불제(유기·무농약 인증 농가 지원)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인증 면적은 2012년 12만 ha 정점 이후 지속 감소해 2024년 6.82만 ha까지 줄었다. 제도 인증 부담, 프리미엄 시장 정체, 고령화가 복합 원인으로 꼽힌다.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 방안’에 재생농업 관련 내용이 포함됐으나, 별도 정책 틀이나 재원 배정은 아직 없다. 학계와 NGO 일부에서 재생농업을 별도 정책 범주로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3. 왜 지금 중요한가 — 기후·식량·공급망의 교차점
재생농업이 2020년대 전반에 이토록 빠르게 확산된 데는 세 가지 압력의 동시 작동이 있다.
첫째, 기후 감축 의무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2022)는 농업·토지이용이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약 2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경로에서 농업 부문은 배출 감축과 탄소 격리(sequestration)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재생농업의 토양 탄소 축적 잠재력이 이 맥락에서 주목받는다.
둘째, 식량안보와 토양 건강의 연계다. FAO는 현재 추세라면 세계 표토의 90%가 2050년까지 위험 상태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토양 유기물 1%p 증가는 물 보유 능력을 15만 L/ha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기후 이상으로 작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토양 복원력(resilience)은 수확 안정성의 기반이 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다. EU 공급망 실사법(CSDDD), 미국 SEC 기후공시 규칙 등이 식품기업의 Scope 3 배출(농업 원료 단계) 공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재생농업 전환이 기업 공급망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4. 인접 개념과의 차이 — 재생농업은 무엇이 아닌가
출처: KIFC 정리(2026)
재생농업 ≠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업은 합성농약·화학비료 사용 금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재생농업은 이 기준을 반드시 포함하지 않는다. USDA NRCS의 관행 기반 정의에서는 합성 투입재를 사용하는 농가도 무경운·피복작물을 채택하면 재생농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재생유기인증(RoC)은 둘을 결합한 가장 엄격한 기준이다.
재생농업 ≠ 보전농업이다. 보전농업은 무경운·최소경운·피복작물·윤작을 3대 원칙으로 하며 주로 토양 침식 방지와 물 보존에 초점을 맞춘다. 재생농업은 이를 포함하면서 생물다양성, 동물 복지, 탄소 격리, 농가 소득까지 외연을 넓힌다.
재생농업 ≠ 농생태학이다. 농생태학은 생태학적 원칙을 농업 시스템에 적용하는 학문적·사회운동적 접근으로, 식량주권·소농 중심 정치경제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재생농업은 농생태학적 실천을 공유하지만 글로벌 식품기업이 기업 공급망 전략으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주류화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국의 친환경농업은 유기·무농약 인증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재생농업의 부분 요소(합성농약 금지, 일부 토양관리 관행)를 포함하지만 토양 탄소 격리나 생물다양성 성과 측정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재생농업 도입 논의의 출발점이 친환경농업 체계의 어떤 지점에서 확장될지가 한국 정책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5. 한계와 쟁점 — 재생농업에 제기되는 다섯 가지 비판
① 정의 모호성: 앞서 살펴봤듯 재생농업은 주체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이는 정책 설계, 인증 체계, 성과 평가 전반에 혼란을 초래한다. 특히 기업이 자체 정의를 사용할 때 그린워싱 위험이 커진다.
② 탄소 격리 효과의 불확실성: 토양 탄소 격리 효과는 연구마다 편차가 크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재생농업 관행이 연간 ha당 0.1~3톤 CO₂eq를 격리할 수 있다는 추정치 범위가 30배에 달한다. 격리된 탄소의 영구성(permanence)도 미검증 상태다. 기후변화로 인한 토양 온도 상승은 격리된 탄소를 다시 방출시킬 수 있다.
③ 전환기 수확량 감소: 무경운 도입, 합성비료 축소 등 전환 초기 3~5년간 수확량이 10~30% 감소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이 기간 농가 소득을 보전할 정책 수단 없이는 자발적 전환이 어렵다. EU eco-scheme과 USDA NRCS가 전환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④ 소농 적용의 구조적 어려움: 재생농업의 주요 프로그램은 대규모 기업형 농업을 배경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한국처럼 평균 경지면적이 1.6ha 내외인 소농 중심 구조에서는 경제성이 낮고 기술 지원 접근성도 제한된다. 글로벌 기업 공급망 프로그램은 더욱 그러하다.
⑤ 시장 프리미엄의 부재: 유기농은 인증 기반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됐지만, 재생농업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체계가 미성숙하다. 농가가 전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시장에서 가격 보상을 받지 못하면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다.
6. 미래 전망 — 한국에의 함의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농업 관련 공공·민간 투자는 현재의 3~5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U CAP 개혁, 미국 IRA 재원, 자발적 탄소시장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흐름에 어떻게 올라탈지는 다음 세 가지 선택의 조합으로 결정될 것이다.
첫째, 친환경농업 체계를 재생농업 프레임으로 재편할 것인가. 유기·무농약 인증 중심에서 벗어나 토양 건강 측정, 탄소 격리 성과, 생물다양성 지표를 직불금 지급 기준에 포함시키는 방향이다. EU eco-scheme 모델에 가장 가깝다.
둘째, 한국 농업 구조(소농, 논농업 중심)에 맞는 독자 모델을 개발할 것인가. 일본의 みどり 전략처럼 글로벌 트렌드를 수용하되 자국 구조에 맞게 변형하는 경로다. 논 생태계의 탄소·생물다양성 가치를 재생농업 개념으로 재정의하는 시도가 포함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식품기업 공급망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한국 농산물을 수출하거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경우, 공급망 재생농업 요건이 수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 주도가 아니라 공급망 압력에 의해 재생농업 전환이 강제되는 시나리오다.
KIFC는 이 시리즈를 통해 세 선택지 각각의 함의를 계속 분석할 것이다.
→ 2편: 재생농업과 글로벌 공급망 압력 — ESG·Scope3·규제가 한국 농가에 도달하는 경로
참고문헌
-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Working Group III contribution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IPCC.
- Li, Y. et al. (2023). Threshold temperatures for reproductive heat damage in three major food crops. Plant Communications, 4(3).
- Kanna, M. et al. (2024). Heat stress in field crops: physiology, genetics, and sustainable management strategies. In Abiotic Stresses in Plants. Wiley.
- Rodale Institute (1983). Regenerative Organic Agriculture and Climate Change. Kutztown, PA: Rodale Press.
- FAO (2021). Agroecology and Other Innovations for Sustainable Agriculture and Food Systems. Rome: FAO.
- USDA NRCS (2023). Soil Health Principles.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nrcs.usda.gov
- European Commission (2023). CAP Strategic Plans: Eco-Schemes Assessment. Brussels: EC.
- 農林水産省 (2021). みどりの食料システム戦略. 농수성 공식 문서.
- 농림축산식품부 (2024). 친환경농업 실태조사.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 Spacenus (2025). Global Regenerative Agriculture Market Report 2025–2034.
- 농림축산식품부 (2024).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 방안.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더 읽기
- 친환경농업 30년, 무엇을 배웠나 — 식량과기후 데이터 인사이트 (예정)
- 농업과 탄소중립: 한국의 위치 — 식량과기후 데이터 인사이트 (예정)
- 재생농업 정책 제안서 → 정책 제안 페이지
- 뉴스레터로 시리즈 다음 편 받기 → 구독하기
함께 읽기
이 글과 함께 읽으면 맥락이 깊어지는 KIFC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