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거울 — 일본 통계로 비춰본 한국 비료산업의 좌표

연재비료의 지정학비료의 지정학 2편

Abstract

3부작 시리즈 2편  |  1부: 비료의 지정학  /  2부: 본 글  /  3부: 비축, 감축, 그리고 순환

한국의 비료 의존도는 일본보다 더 높다. 그런데 일본은 2022년 12월 비료를 경제안전보장추진법(経済安全保障推進法)의 특정 중요 물자(特定重要物資)로 지정하고 인산암모늄·염화칼륨 3개월분 비축을 법제화했다. 2025년 9월 시점에 염화칼륨은 이미 목표 달성, 인산암모늄도 4차 모집 단계다. 한국은 같은 위기를 겪고도 동등한 제도적 대응을 만들지 못했다. 2026년 2월 시작된 미-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글로벌 요소·암모니아·황 공급의 30~50%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비축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시간을 벌 것인가.


1. 외부의 거울이 필요한 이유

한국이 한국을 보는 글은 많다. 자국 농가의 곤경, 자국 비료 산업의 채산성, 자국 정책의 한계. 그러나 외부의 정밀한 시선으로 한국을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이 글은 일본 농림수산성, 농림통계협회의 「포켓 비료 요람(ポケット肥料要覧)」, 일본종합연구소, 농림금융 보고서, 야노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가 사용하는 데이터·정책 프레임을 빌려와 한국을 분석한다. 가상의 일본인 연구자 사토 켄지(佐藤 健司) 박사의 시점을 빌린다. 그는 일본 농림수산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경제안전보장추진법 시행 평가 작업에 참여한 식량안보 전문가다.

사토 박사의 눈에 한국은 어떻게 보일까. 두 가지 새 변수가 이 거울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첫째, 일본 비료 비축제도의 3년차 평가. 둘째, 2026년 2월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가른 새 균열.


2. 일본의 거울로 본 한국 — 같은 취약성, 다른 가시성

사토 박사가 가장 먼저 펼치는 자료는 농림수산성의 「비료를 둘러싼 정세(肥料をめぐる情勢)」 표준 분석 프레임이다. 원료 3대 영양소, 국가별 수입 의존도, 가격폭등 지수(価格高騰指数), 경제안보 물자 지정 여부라는 네 칸짜리 표. 이것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본다.

표 1 — 일본 vs 한국 비료 의존 구조 비교
항목일본한국
요소 자급률부분 생산 (일부 자체 충당)0%
인산암모늄 자급률0%0%
염화칼륨 자급률0%0%
ha당 화학비료 사용량191 kg262 kg
중국 의존도90% (인산암모늄)60~80% (요소·인광석 합산)
경제안보 물자 지정○ (2022년 12월)× (미지정)
정부 비축 의무○ (3개월분, 162억엔 기금)× (자율)

출처: 일본 농림수산성 「肥料をめぐる情勢 令和7년 9월」·한국비료협회·관세청·FAOSTAT

사토 박사의 분석 노트는 이렇게 시작된다.

「日本も韓国も同じ船に乗っている。違いは、誰が早く救命艇を準備したかだ。」

“두 나라는 같은 배에 타고 있다. 다른 점은 누가 먼저 구명정을 준비했는가다.”

같은 배라는 표현은 정확하다. 두 나라 모두 비료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두 나라 모두 중국에 매여 있다. 일본의 인산암모늄은 90%가 중국산이고, 한국의 요소는 80%대가 중국산이다. 위기가 오면 동시에 흔들린다.

사토 박사가 표를 보고 가장 먼저 짚는 두 줄이 있다.

첫 줄, ha당 사용량 262kg. 일본보다 37% 많다. 같은 충격이 와도 한국이 더 큰 비용을 치른다는 뜻이다. 일본은 2022년 5월 기준 고도화성비료 가격이 1년 전 대비 55.1% 올랐다. 한국은 같은 시기 요소비료 20kg 한 포대가 1만 600원에서 2만 8,900원으로 173% 폭등했다. 사용량이 많은 만큼 가격 충격의 흡수 부담도 크다.

둘째 줄, 경제안보 물자 지정 여부. 이 한 칸이 이후 모든 것을 가른다.


3. 일본의 답 — 경제안전보장추진법과 비축제도 3년차

핵심은 속도다. 2021년 가을 중국 요소 수출 제한 직후, 일본은 법률 → 시행령 → 보조금 → 민간 인정 사업자라는 4단계 파이프라인을 18개월 안에 만들었다.

  • 2022년 5월 경제안전보장추진법(経済安全保障推進法) 제정
  • 2022년 12월 비료를 항생물질·반도체·배터리 등과 함께 11대 특정 중요 물자(特定重要物資)로 지정
  • 2023년 7월 1차 인정 사업자 5개사 — 인산암모늄 1.7개월분, 염화칼륨 2.7개월분 비축 가동
  • 2025년 9월 염화칼륨 3개월분 목표 달성 완료, 인산암모늄 4차 모집 진행 중
  • 비축 예산 — 2022년 추경 + 2023~2025년 본예산 합계 162억엔 기금
표 2 — 일본 비료 안보 4축 정책
정책 도구예산·규모
① 비축경제안전보장추진법(経済安全保障推進法) 기반 민간 비축 + 국가 보조인산암모늄·염화칼륨 3개월분, 162억엔 기금
② 사용량 절감녹색 식료 시스템 전략(みどり食料システム戦略) — 2050년 화학비료 30% 감축농가 보조금 (절감 20% 이상 시)
③ 국내자원 활용가축분뇨 퇴비, 하수오니(下水汚泥) 인 회수(MAP법), 2030년 사용량 2배 목표국내비료자원이용확대대책사업
④ 가격 보조가격폭등 대응(価格高騰対応) 긴급대책 — 절감 농가 인상분 70% 보조788억엔 (令和4년 예비비)

출처: 농림수산성 「肥料をめぐる情勢 令和7년 9월판」·「녹색 식료 시스템 전략(みどり食料システム戦略)」·「식료안전보장강화 정책대강」(2023.12)

사토 박사는 이 4축 중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③ 국내자원 활용이라고 본다. 일본은 2023년 12월 개정된 「식료안전보장 강화 정책대강」에서 2030년까지 가축분뇨·하수오니 비료 사용량을 2배로 늘리는 목표를 명시했다. 비축은 충격에 대비하지만, 국내자원 활용은 충격의 빈도 자체를 줄인다. 사토 박사는 후자가 장기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4. 한국의 거울 이미지 — 같은 위기, 다른 결과물

그림 2 — 한일 비료 위기 대응 시간축 비교 (2021~2026)
일본한국중국 수출통제법 제정물자 지정1차 인정KCl 달성요소수 대란단기 보조자원안보법미-이란 전쟁20222023202420252026출처: 양국 정부 발표 종합
표 3 — 일본 4축 vs 한국 대응 (2021~2026)
일본 (2022~)한국 (2021~)
① 비축경제안전보장추진법 + 3개월분 의무화, 염화칼륨 달성「국가자원안전보장특별법」 제정(2024.2), 비료 원료 미명시. 단기 비축만
② 사용량 감축2050년 30% 감축 (녹색 전략)명시 목표 부재. ha당 262kg 유지
③ 국내 자원 활용하수오니·퇴비 활용 확대, 2030년 2배 목표부숙유기질비료 보조 위주. 하수오니 인 회수 인프라 부재
④ 가격 보조절감 농가에 인상분 70% 보조농협 매입 단가 보조 + 예비비 단기 투입

출처: 일본 농림수산성·한국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일본이 위기 후 18개월 안에 법률 + 시행령 + 보조금 + 민간 인정 사업자 체제를 갖춘 반면, 한국은 위기 → 일시적 단가 보조 → 위기 종료 후 정책 동력 소실이라는 패턴을 반복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2022년 비료값 173% 폭등, 2024년 「국가자원안전보장특별법」 제정. 그러나 이 법의 핵심 자원 목록에 비료 원료는 명시되지 않았다.

사토 박사는 이렇게 적는다.

「韓国の対応は『緊急事態モード』に留まり、『常態としての安全保障』に移行できていない。」

“한국의 대응은 ‘긴급사태 모드’에 머무르고 ‘상시 안보 모드’로 전환되지 못했다.”

긴급사태 모드는 위기가 오면 작동하고 끝나면 멈춘다. 상시 안보 모드는 평상시에도 비축 보관료가 흐르고 민간 사업자가 인정을 받는다. 일본의 162억엔 기금이 2025년에도 계속 집행되고 있는 것이 그 차이다.


5. 새 변수 — 미-이란 전쟁 (2026.2.28~)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료·에너지 공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글로벌 비료 원료 무역 비중을 보면 충격의 크기가 가늠된다.

  • 글로벌 요소 무역의 약 34~49%가 호르무즈 통과
  • 암모니아 수출의 약 23~29%가 페르시아만 출발
  • 황(인산비료 원료) 수출의 약 45~50%가 호르무즈 통과
그림 1 — 미-이란 전쟁 후 6주차 글로벌 비료 가격 변동 (%)
NOLA 요소+49%NOLA UAN+38%무수암모니아+32%NOLA DAP+21%NOLA 칼륨+3%옥수수 (비교)+0.5%출처: CNBC, IFPRI, Josh Linville 데이터 2026.4
표 4 — 미-이란 전쟁의 한일 영향 비교 (2026.2~4)
항목일본한국
IFPRI 암모니아 수입 상위국 포함
비축으로 충격 흡수 가능성○ (KCl 3개월분 가동)× (제도적 비축 부재)
가격 보조 재정 전례○ (788억엔 전례 보유)△ (단기 대응)
봄철 농가 충격 노출흡수 가능 (비축 작동)직접 노출

출처: IFPRI 2026.4·CSIS 2026.3·양국 정부 발표

IFPRI는 2026년 4월 분석에서 글로벌 암모니아 수입 상위 6국에 한국·일본을 명시했다. 한일 모두 호르무즈 충격에 직접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이 6국 중 일본만이 법률상 비축 의무를 갖고 있다.

비료가 49% 오르는데 옥수수는 0.5%만 올랐다. 즉 농가가 비용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일본은 비축으로 6~12개월의 시간을 벌고 그 안에 추가 대응을 한다. 한국은 그 시간이 없다.


6. 사토 박사가 본 한국의 자산 — 그린암모니아 결절점

한국에 약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토 박사는 일본 측 시선에서 한국의 비교우위를 명확히 짚는다.

일본은 2030년 그린암모니아 300만 톤, 2050년 3,000만 톤 수입을 계획한다. 이를 위해 2023년 2월 미쓰비시상사(三菱商事)·LOTTE CHEMICAL·RWE 3사 동맹을 결성했다.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항에서 연 최대 1,000만 톤의 청정암모니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국 기업이 일본의 비료·에너지 안보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는 구조다.

한국 울산은 이미 아시아 최대 암모니아 터미널을 보유한다. 2026년 3월 롯데정밀화학은 세계 최초로 국가 간 그린암모니아 무역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 기반 암모니아를 수입했다. 4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암모니아 추진선에 이 그린암모니아를 연료로 주입하면서 세계 최초로 그린암모니아 선박연료 상업화에 성공했다.

사토 박사의 분석 노트는 이 대목에서 톤이 바뀐다.

「韓国は肥料の自給はできない。しかし、グリーンアンモニア・ハブとしての可能性は日本以上だ。蔚山は東アジアの食料安保と気候安保の交差点になり得る。」

“한국은 비료 자급은 못 한다. 그러나 그린암모니아 허브로서의 가능성은 일본 이상이다. 울산은 동아시아 식량안보와 기후안보의 교차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한일 그린암모니아 협력은 선박연료·발전연료 중심이다. 농업용 암모니아 분기 라인은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비료 안보가 함께 따라오려면 이 분기가 필요하다.


7. 도쿄에서 본 서울의 정책 과제 — 5가지 권고

(1) 비료 원료를 「국가자원안전보장특별법」 핵심 자원에 즉시 추가
별도 입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시행령 개정으로 즉시 추가할 수 있다. 일본이 18개월 걸린 길을 한국은 6개월에 갈 수 있다. 이미 법률 그릇이 있기 때문이다.

(2) 농협 중심의 한국형 비축 체계
농협경제지주를 한국형 안정공급확보지원법인으로 지정하고, 비료협회 회원사 7곳을 분산 비축 사업자로 인정하는 이중 구조가 가능하다. 한국 예산 규모는 사용량 차이를 고려하면 약 1,500~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3) 녹색 전략 한국판 — 정밀시비 의무화 우선, 30% 감축은 단계적
2030년까지 모든 농지에 토양검정 기반 정밀시비 의무화 → 2035년 사용량 -15% → 2050년 -30%의 단계적 접근. 토양검정 인프라는 농진청이 이미 보유하고 있다.

(4) 하수오니 인 회수 — 환경부·농식품부·국토부 3부 협력 사업화
한국의 하수오니 발생량은 연 360만 톤이다. 5대 광역도시에 2030년까지 인 회수 시설 시범 도입이 가능하다.

(5) 한일 그린암모니아 공동 공급망에 농업용 분기 라인 명시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한일 그린암모니아 공급망의 농업용 비중을 명시하는 MOU를 2027년까지 체결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다.


8. 거울이 보여준 것

사토 박사의 분석 노트는 두 줄로 끝난다.

첫째, 격차는 자원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 일본도 한국도 비료 원료 자급은 0%다. 그런데 일본은 법 + 시행령 + 보조금 + 민간 인정으로 18개월 안에 비축 체제를 가동했다. 한국은 위기-대응-망각의 3단계를 반복했다.

둘째, 미-이란 전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신호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 한국과 일본은 같은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일본은 비축으로 6~12개월의 시간을 벌고 그 안에 추가 대응을 한다. 한국은 그 시간이 없다.

거울은 비춘다.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우리가 미룬 것을, 우리가 곧 치를 비용을. 사토 박사가 한국의 분석가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韓国は、何を待っているのか?」

“한국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참고문헌

  1. 일본 농림수산성. 「肥料をめぐる情勢 令和7년 9월판」.
  2. 농림통계협회. 「ポケット肥料要覧 2024·2025」.
  3. 일본종합연구소. 「농업자재 안정공급 확보 조사」(2022).
  4. 농림금융. 「肥料をめぐる動向と今日的課題」(2023.5).
  5. 야노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 비료 시장 분석(2023.8).
  6. IFPRI. Iran War Fertilizer Brief (2026.4).
  7. CSIS. Iran Fertilizer Supply Chain Report (2026.3).
  8. CNBC, Fortune, World Bank Pink Sheet. 비료 가격 시계열 (2026.4 기준).
  9. 한국비료협회. 「비료연감」 각 호. 관세청 수입 통계.
  10.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자원안전보장특별법」 시행 현황 (2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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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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