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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C 리포트

토양이 답이다 — 재생농업의 가능성과 한계

저자사단법인 식량과기후
발행일

(v2.1)


흙은 땅이 아니라 생태계입니다

흙을 ‘그냥 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건강한 토양은 살아 있는 생태계입니다. 흙 한 티스푼(약 5g) 안에 수십억 마리의 박테리아와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곰팡이 실이 들어 있습니다. 박테리아, 곰팡이, 원생동물, 선충이 서로 먹고 먹히며 먹이사슬을 이룹니다.

그중 식물 뿌리와 짝을 이루는 곰팡이가 있습니다. 균근균(菌根菌, mycorrhiza)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당의 일부를 뿌리로 내보내 이 곰팡이에게 주고, 곰팡이는 그 대가로 흙 깊은 곳의 물과 인·질소를 끌어와 식물에게 전달합니다. 흙 속의 탄소가 오래 머무는 구조는 상당 부분 이 관계에서 만들어집니다.

토양이 기후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저장된 탄소의 양 때문입니다.

재생농업은 무엇을 말하나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은 하나의 기술이나 인증 제도가 아닙니다. 토양을 되살리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고, 가능하면 탄소를 땅으로 돌려보내려는 농법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지속가능’이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한다는 뜻이라면, ‘재생’은 지금보다 좋아지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섯 가지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표 1. 재생농업의 다섯 가지 원칙
원칙무엇을 하나왜 하나
흙을 덜 뒤집는다쟁기질을 줄이거나 하지 않는 무경운·최소경운쟁기질은 균근균이 만든 흙 알갱이 구조를 끊고, 갇혀 있던 탄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냅니다.
맨땅을 두지 않는다수확 뒤에도 피복작물을 심거나 남은 식물체로 덮기드러난 흙은 비와 바람에 씻겨 나가고 온도가 급변합니다.
여러 작물을 섞는다돌려짓기·섞어짓기로 한 가지 작물만 심지 않기작물이 다양하면 뿌리가 내보내는 물질도 다양해져 흙 속 생물이 늘어납니다.
뿌리를 계속 살려 둔다한 해 내내 살아 있는 뿌리가 흙 안에 있도록 심기흙 속 미생물은 살아 있는 뿌리가 내주는 당으로 먹고삽니다.
가축을 끌어들인다구역을 나눠 옮겨 다니는 계획 방목가축의 배설물과 밟는 행위가 흙에 유기물을 돌려줍니다.

무엇이 얼마나 검증됐나

재생농업이 내세우는 효과는 네 가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 가지의 검증 수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하나로 묶어 이야기하면 가장 불확실한 것이 가장 확실한 것의 신뢰를 빌려 쓰게 됩니다.

표 2. 네 가지 효과와 각각의 근거 수준
효과근거 수준어디까지 말할 수 있나
토양 탄소 격리논쟁 중연간 헥타르당 0.5~3톤 탄소를 저장한다는 추정이 있지만, 포화·측정 오차·누출 문제로 학계 의견이 갈립니다.
물 흡수력 회복대체로 확인됨유기물이 늘면 흙이 물을 더 머금어 가뭄과 홍수에 잘 견딥니다. 다만 효과 크기는 흙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생물 다양성 회복근거 강함농약을 줄이고 작물을 다양화하면 흙 속 생물과 벌·곤충이 돌아옵니다. 네 가지 중 이견이 가장 적습니다.
농가 소득 변화조건에 따라 다름길게 보면 투입재 비용이 줄지만 전환 초기에는 수확량이 떨어집니다. 연구마다 수익 편차가 커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탄소 격리를 둘러싼 논쟁

네 가지 중 첫 번째, 토양 탄소 격리가 논쟁의 중심입니다. 재생농업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은 이유가 이것인데, 정작 가장 불확실한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표 3. 같은 사실을 두고 갈리는 두 해석
쟁점기대하는 쪽 (Rodale Institute 등)신중한 쪽 (WRI 등)
격리 잠재력전 세계 농지가 전환하면 상당한 양을 흡수할 수 있다잠재력은 제한적이고, 추정치 다수에 측정 오차가 섞여 있다
지속성60년 장기 실험에서 축적이 확인된다흙이 탄소로 포화되면 더는 늘지 않고, 다시 갈아엎으면 되돌아간다
다른 곳에 미치는 영향토양 건강·물·생물 다양성이 함께 좋아진다거름을 끌어오려면 다른 땅이 필요해, 한 곳을 살리며 다른 곳을 훼손할 수 있다
기후 정책에서의 위치에너지 전환과 함께 가는 핵심 수단화석연료 감축을 대체할 수 없고, 과장되면 그린워싱에 쓰인다

논쟁의 실무적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흙 속 탄소는 재기가 어렵고(측정),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쌓이지 않으며(포화), 나중에 다시 갈아엎으면 도로 빠져나갑니다(가역성). 배출을 줄인 만큼 영구히 사라지는 화석연료 감축과 성격이 다릅니다.

재생농업이 탄소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과, 재생농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시에 성립합니다. 탄소 하나만 놓고 판정하면 나머지 세 가지 효과를 놓치게 됩니다.

토양 건강, 생물 다양성, 물 순환, 농업의 회복력은 논쟁의 여지가 훨씬 적습니다. 재생농업을 추진할 근거는 탄소 계산이 확정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충분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표 4. 나라별 접근 방식
나라무엇을 하고 있나눈여겨볼 점
미국Rodale Institute가 1981년부터 유기농과 관행농을 나란히 놓고 장기 비교 실험을 이어오고 있습니다.수십 년치 자료가 재생농업 논의의 근거이자 논쟁거리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EU공동농업정책(CAP)에 ‘에코스킴’을 두고 피복작물·돌려짓기·무경운을 실천하는 농가에 추가 지불금을 줍니다.실천을 조건으로 돈을 주는 방식이라 참여를 끌어내기 쉽습니다.
호주건조·반건조 방목지에서 구역을 나눠 옮겨 다니는 계획 방목을 시도해 왔습니다.초기 주장 중 상당 부분이 뒤이은 검증에서 비판받았습니다.
일본2007년부터 환경보전형 농업 직불제로 피복작물·유기질비료·화학투입재 절감을 실천하는 농가를 지원합니다.소규모 농가 구조가 한국과 비슷해 참고 가치가 큽니다.
인도안드라프라데시주가 화학투입재 없이 지역 자원만 쓰는 자연농업을 주 정책으로 추진합니다.수백만 농가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입니다.

한국에서 가능한가

미국이나 호주식 대규모 방목형 재생농업은 한국 여건에 맞지 않습니다. 농지의 크기부터 다릅니다.

한국에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것은 규모가 작아도 되는 실천들입니다. 피복작물 심기, 돌려짓기, 무경운 재배, 바이오차 넣기, 그리고 논에서 물을 뺐다 채우는 간단관개(AWD)입니다. 간단관개는 시리즈 ①에서 다룬 것처럼 메탄 배출을 30~70% 줄이면서 수확량은 거의 유지합니다.

다만 정책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 12월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26~2030)을 내놓고 2030년까지 유기농 인증면적을 전체 경지의 5%, 무농약을 4%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반대 방향입니다.

표 5. 목표는 두 배, 실제는 감소
구분인증면적전체 경지 대비
2020년81,827 ha
2024년68,165 ha유기 2.5% + 무농약 2.0%
2030년 목표유기 5% + 무농약 4%

목표와 현실이 벌어져 있는 이유는 대체로 셋으로 모입니다. 전환기에 수확량이 떨어지는 몇 해를 농가가 버티기 어렵고, 바뀐 농법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으며, 더 든 비용을 값으로 돌려받을 판로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인증면적이 줄어든 것은 농가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세 가지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울 것입니다.

무엇부터 하면 되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효과 순서대로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라벨보다 실천을 확인합니다. ‘재생농업’에는 아직 통일된 국제 표준이 없습니다. 단어가 붙어 있는지가 아니라 무경운·피복작물처럼 구체적인 실천이 적혀 있는지를 봅니다.
  2. 친환경·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삽니다. 인증면적이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가 판로이므로, 사는 사람이 늘면 그 부분이 직접 풀립니다.
  3. 공공급식에 목소리를 냅니다. 학교와 공공기관 급식은 물량이 크고 계약이 길어, 개별 소비보다 농가에 주는 신호가 큽니다.
  4. 흙을 직접 만져 봅니다. 학교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맨땅과 덮인 땅을 비교해 보면 앞의 원칙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몸으로 이해됩니다.
  5. 탄소 관련 제도를 지켜봅니다. 토양 탄소는 재기 어렵고 되돌아갈 수 있는 만큼, 관련 직불제가 과장 없이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수업과 워크숍에서 쓰기

이 자료는 시민·청소년 교육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성할 수 있습니다.

표 6. 수업 시간별 구성안
시간구성중심 자료
40분도입 5분 → 흙과 탄소 저장고 10분 → 다섯 가지 원칙 10분 → 논쟁 소개 10분 → 정리 5분그림 1, 표 1
60분위 구성 + 한국 정책 현황 + 효과 순서 점검그림 1·2, 표 2·5
90분위 구성 + 조별 ‘기대하는 쪽 vs 신중한 쪽’ 모의 토론전체, 특히 표 3

토론 질문으로는 다음을 권합니다.

  • 흙을 ‘땅’이 아니라 ‘생태계’로 보면 농업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 탄소 격리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재생농업을 추진할 이유가 남는가?
  • 인증면적이 목표와 반대로 줄고 있다면, 목표를 낮춰야 하는가 다른 것을 바꿔야 하는가?
  • 기업이 ‘재생농업’을 마케팅에 쓰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과 재생농업을 넓히는 일은 함께 갈 수 있는가?

예상되는 질문

쟁기질을 하지 않으면 농사가 되나요?

됩니다. 쟁기질의 원래 목적은 잡초를 없애고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인데, 무경운 농법은 피복작물과 남은 식물체로 잡초를 누르고 씨앗은 흙에 직접 심는 파종기로 넣습니다. 다만 전용 장비가 필요하고 초기 몇 해는 수확량이 흔들릴 수 있어, 장비와 기술 지원이 없으면 개별 농가가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흙 속 탄소는 왜 재기가 어렵나요?

흙은 같은 밭 안에서도 위치와 깊이에 따라 탄소 함량이 다르고, 변화가 몇 해에 걸쳐 아주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몇 군데를 파서 잰 값으로 밭 전체의 변화를 말하려면 오차가 크게 붙습니다. 격리량 추정치가 연구마다 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이오차가 무엇인가요?

볏짚·왕겨·나뭇가지 같은 농업 부산물을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 350~700℃로 구운 숯입니다. 흙에 넣으면 잘 분해되지 않아 탄소가 오래 남습니다. 흙 속 탄소 중에서는 지속성이 확인된 편에 속해, 한국의 탄소 관련 지원 대상에도 들어 있습니다.

풀만 먹여 기른 소고기는 탄소를 격리하나요?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획 방목이 초지의 탄소를 늘린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옥스퍼드 FCRN이 2017년에 낸 Grazed and Confused?는 격리 효과가 제한적이고 소가 내뿜는 메탄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시리즈 ①에서 다룬 대로, 방목우는 자라는 데 시간이 더 걸려 고기 1kg당 배출이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생물 다양성이나 동물복지에서는 방목이 유리할 수 있으므로, 어느 지표로 보느냐를 밝히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유기농이면 재생농업인가요?

겹치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유기농 인증은 합성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재생농업은 흙이 좋아졌는가를 봅니다. 합성 투입재를 쓰지 않으면서도 매년 깊이 갈아엎으면 흙은 나빠질 수 있고, 반대로 관행농이라도 무경운과 피복작물을 하면 흙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시리즈 안내

이 글은 「식품과 기후」 네 편 가운데 ③번입니다. 앞의 두 편은 무엇을 먹는가(①)와 어디서 오는가(②)를, 뒤의 한 편은 얼마나 버리는가(④)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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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본 자료는 사단법인 식량과기후(KIFC)가 시민·청소년 교육용으로 작성했습니다. 재생농업은 논쟁이 진행 중인 주제이므로, 효과의 크기는 토양·기후·작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