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까지의 거리 — 푸드 마일 이야기

Abstract

교육·행사 지속 가능한 식생활 푸드 마일 가이드

내 식탁까지의 거리 — 푸드 마일 이야기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식량·기후 교육자료 ②. 거리가 곧 탄소가 아닌 이유, 그리고 푸드 마일이 여전히 중요한 진짜 이유

2026.04.24 v1.1 시리즈 ② 푸드 마일 식량자급률 식량 안보 지역 경제

“오늘 아침 식탁에 오른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약 2,600km, 아보카도는 멕시코에서 약 11,500km, 소고기는 호주에서 약 8,500km를 달려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놀라운 만큼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이 거리를 ‘푸드 마일’이라고 부릅니다.”

1. 푸드 마일이란 무엇일까

푸드 마일(Food Miles)은 음식이 생산된 곳에서 우리 식탁까지 이동한 거리를 말합니다. 사과 한 알, 밀가루 한 포대, 소고기 한 덩어리가 모두 저마다의 여정을 거쳐 여러분에게 도착합니다.

이 개념은 1990년대 영국의 환경학자 팀 랭(Tim Lang)이 만들었습니다. 세계화로 식재료의 이동거리가 점점 길어지는 현실을 시민들이 쉽게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내가 먹는 사과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보자”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개념이 이제는 전 세계의 식량·환경 정책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 푸드 마일의 측정 방법

단순 이동거리(생산지→소비지 km) / 푸드 마일리지(거리×무게, ton·km. 1톤 식품을 100km 옮기면 100 ton·km) / 국가별 푸드 마일리지(1년간 수입한 모든 식품의 무게×거리 합계). 한국의 국가별 푸드 마일리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2. 한국의 푸드 마일은 왜 이렇게 길까

한국 식품의 푸드 마일이 긴 가장 큰 이유는 식량자급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옵니다.

한국 주요 곡물·식량 자급률 (2024년) 출처: 2025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 기준) 100% 50% 96.0% 식량자급률 47.9% 37.4% 보리 22.0% 곡물자급률 21.6% 장류 4.3% 1.5% 밀 1.5%, 장류 4.3% 국수·빵·과자 재료 대부분 수입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2025 통계연보

밀 자급률 1.5%, 장류 4.3% — 우리가 먹는 국수·빵·과자와 간장·된장의 거의 대부분이 바다를 건너옵니다. 주요 수입국인 미국·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까지의 거리는 평균 1만 km 이상입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한국의 지형(산지 70% 이상)과 농지 감소, 기후 이상 등의 여건에서 자급률을 크게 높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3. 긴 푸드 마일 = 많은 탄소 배출? (흔한 오해)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푸드 마일이 길면 당연히 탄소 배출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 같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 놀라운 사실: 이송은 전체 식품 탄소의 6%

Poore & Nemecek(2018) 연구에 따르면, 전체 식품이 만드는 온실가스 중 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에 불과합니다. 그 중 대부분은 국내 트럭 이송이고, 비행기로 이동되는 식품은 전체의 0.02% 수준입니다. 식품 탄소 배출의 약 80%는 이미 농장을 떠나기 전에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열쇠는 이송 수단입니다.

이송 수단별 탄소 배출량 비교 g CO₂ / 1kg · 1km (항공은 스케일 이탈, 실제 500~1,000g) 50g 100g 150g 컨테이너선 10~20g 기준 철도 20~50g 트럭 50~150g 500~1,000g 항공 해상의 50배+ 출처: Our World in Data, MIT Climate Portal, IMO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은 한 번에 약 20만 톤의 화물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자루가 지구 반대편에서 배로 건너와도, 1kg당 소요되는 연료는 매우 적습니다. 진짜 문제는 ‘긴 거리’가 아니라 ‘비행기로 옮겼느냐’입니다.

4. 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 — 놀라운 사례들

🐑 사례 1: 뉴질랜드 소고기 vs 영국 국내산 소고기

2006년 뉴질랜드 링컨대학교 연구팀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영국인이 먹는 소고기를 ① 뉴질랜드에서 1만 7,000km를 배로 건너온 소고기 ②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키워 국내산 소고기로 비교하니, 국내산 소고기가 오히려 약 4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것이었습니다.

NZ 소고기(수입) vs 영국 국내산 소고기 탄소 비교 kg CO₂ per tonne (출처: Saunders et al. 2006, Lincoln Univ.) 뉴질랜드산 (1만 7,000km 배로) 688 영국 국내산 (웨일스 사육) 2,849 국내산이 약 4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 출처: Saunders, Barber & Taylor (2006), Lincoln University, New Zealand

이유는 사육 방식 차이입니다. 뉴질랜드는 1년 내내 풀이 자라는 기후라 사료 없이 풀밭에 풀어 키웁니다. 반면 영국의 겨울에는 사료를 먹이고 축사 난방도 해야 합니다. 이 에너지 차이가 1만 7,000km의 이송 거리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 사례 2: 한국 겨울 토마토 — 국산이 더 많은 탄소를 낼 수도

비슷한 일이 한국 식탁에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겨울철 한국에서 유통되는 일반 토마토는 경유·등유·가스를 태워 난방하는 온실에서 재배됩니다. 이 난방 에너지가 탄소 발자국의 대부분을 차지해, 여름철 노지 재배 대비 수 배, 조건에 따라 10배 이상 배출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스페인 노지에서 자라 배로 운반해 온 토마토가 오히려 탄소가 적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예외: 항공 이송 품목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항공 이송이 필요한 일부 과일(블루베리·딸기·체리 등)이나 고급 신선물은 거리가 곧 탄소와 직결됩니다. 해외산 겨울 딸기, 비행기로 들여온 뉴질랜드 체리 같은 품목은 푸드 마일이 탄소 발자국과 거의 일치합니다.

💡 결론

“국산이면 친환경, 수입이면 나쁜 환경”이라는 단순한 구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키워 어떤 수단으로 왔느냐’가 ‘어디서 왔느냐’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5. 그럼 푸드 마일은 의미 없는 개념일까?

아닙니다. 푸드 마일이 단순한 ‘탄소 배출 지표’로만 쓰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지, 이 개념 자체는 여전히 세 가지 다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 질문 1: 공급망이 늘어지면 어떻게 될까 → 식량 안보

긴 푸드 마일은 곧 외부 충격에 취약한 식량 체계를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취약성이 반복해서 드러났습니다.

연도사건한국 식품 영향
2020코로나19 글로벌 공급망 혼란일부 식품 수급 지연, 가격 상승
2022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밀·장류 가격 폭등, 글로벌 곡물 시장 충격
2024홍해 사태 (수에즈 운하 우회)해운 운임·이송 기간 급증

한국은 밀의 99%, 장류의 96%를 수입합니다.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빵집·라면가게 같은 식품 업계와 식재료 수급이 곧바로 흔들립니다.

🌱 질문 2: 돈이 어디로 흘러가나 → 지역 경제 공동체

푸드 마일이 길어진다는 건, 내가 낸 식품값의 가치 대부분이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곳으로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푸드 마일을 줄이면 지역 농민, 지역 유통, 지역 일자리에 돈이 흘러갑니다. 한국의 농업 인구는 빠르게 고령화·감소하고 있고, 농지 면적도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2024년 경지면적 150만 ha, 전년 대비 0.5% 감소). 푸드 마일은 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 질문 3: 품종 다양성은 지켜지는가

장거리 유통이 늘어날수록 수송에 강한 몇 가지 품종만 살아남게 됩니다. 반대로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할 때는 맛과 다양성 위주의 품종을 선택할 여지가 생깁니다. 전 세계 과일·채소가 몇 개 품종으로 단일화되는 흐름은 식량 체계의 건강성에 위협이 됩니다.

6. 푸드 마일이 말해주는 것 — 세 가지 얼굴

푸드 마일의 세 가지 얼굴 ⚠️ 탄소 지표 거리≠탄소. 수단과 생산방식이 더 결정적 한계 있음 (이송수단 확인 필요) 🛡️ 식량 안보 지표 공급망 길이 = 충격 취약성 지표로 유효 여전히 유효 ✓ 🏘️ 공동체 지표 지역 경제·농업 유지· 품종 다양성 반영 여전히 유효 ✓ 출처: Poore & Nemecek 2018 / Saunders et al. 2006 / Our World in Data

탄소만 보면 ‘해운이면 거리는 문제없다’가 답입니다. 하지만 식량 안보와 지역 공동체까지 함께 생각하면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세 가지 관점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푸드 마일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7. 시리즈 안내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 KIFC 식품과 기후 시리즈

  • 내 접시 위의 기후 — 탄소 발자국 이야기: “내 식품이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에 답하는 자료. 항목·생산방식이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을 다룹니다.
  • ② 내 식탁까지의 거리 — 푸드 마일 이야기 (현재 자료): “식품이 이동한 거리가 왜 중요한가?”에 답. 탄소뿐 아니라 식량 안보·공동체 관점에서 이해합니다.

두 자료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보완됩니다. 함께 읽으면 “무엇을·어떻게·어디서 먹을 것인가”라는 식생활의 세 가지 축을 모두 다룰 수 있습니다.

8.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합리적 실천

☁️ 기후(탄소)를 생각한다면

항공 이송 품목 줄이기: 겨울철 해외산 일부 딸기·블루베리·체리 등. 거리가 곧 탄소인 유일한 카테고리입니다.
제철 노지 채소 선택: 겨울철 난방온실 국산 채소보다 제철 채소 또는 저온저장 채소 선택.

🛡️ 식량 안보를 생각한다면

국산 쌀·콩·채소·과일 우선 구매: 지금 당장의 탄소 효과보다 국내 생산 기반 유지에 기여합니다.
로컬 푸드 직매장·꾸러미(CSA)·농부시장 이용: 돈이 지역 농업에 직접 돌아갑니다.

🏘️ 지역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학교·공공급식에서 지역농산물 사용 요구: 한국은 공공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지역농산물을 학교에 공급하는 체계가 마련 중입니다.
농지 보전 정책에 관심 갖기: 한 번 사라진 농지는 되돌아오기 어렵습니다.

🔍 정보를 더 정확히 보려면

“국산=친환경”이라는 통념을 의심하기: 특히 겨울철 온실채소와 에너지 집약 시설 재배 품목은 생산 방식을 함께 확인하세요.
수입산이라도 해운이면 제한적 탄소: 항목·수단을 구분해서 판단합니다.

9. 더 알아보기 — 심화 카드

📜 역사: 팀 랭과 푸드 마일의 탄생

‘푸드 마일’이라는 말은 1990년대 영국 시티대학교 팀 랭 교수가 만들었습니다. 당시 영국 슈퍼마켓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식품이 가득 찼고, 소비자들은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로컬 푸드·슬로 푸드 운동과 결합해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 비교: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일본은 1980년대부터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한다)’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 비율을 높이고, 지역농산물 직거래장(産直)을 전국에 확산시켰습니다. 일본 식량자급률은 약 38%(칼로리 기준)로 한국보다 낮지만, 지역 단위의 자급 체계와 음식 문화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 기술: 배가 왜 그렇게 효율적일까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은 한 번에 약 20만 톤의 화물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연료를 태우는 양은 많지만, 그걸 화물 1kg으로 나누면 매우 적어집니다. 이를 ‘규모의 경제’라고 부릅니다. 단, 해운은 질소산화물(NOₓ)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은 별도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 숫자를 볼 때 주의사항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릅니다. 생산지-소비지 직선 거리인지, 실제 이동 경로인지, 무게를 곱한 값인지. “평균적인 어떤 식품의 이동거리”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쌀처럼 대부분 국산인 항목과 밀처럼 대부분 수입인 항목이 평균 안에서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10. 교사·진행자를 위한 활용 가이드

⏱ 수업 시간별 구성

  • 40분: ① 도입(5분) → ② 푸드 마일 개념·한국 현실(15분) → ③ 오해와 진실(15분) → ④ 토론(5분)
  • 60분: 위 + 식량 안보 섹션 + 실천 카드
  • 90분 워크숍: 위 + 조별 “내 식품 푸드 마일 계산하기” 실습 + 발표

💬 토론 질문

  • 푸드 마일이 긴 식품이 항상 환경에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 내가 먹는 음식의 절반이 해외에서 오는 것은 괜찮은 일인가?
  • 국내산이 해외산보다 비싸더라도 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인가?
  • 학교 급식에 지역농산물만 써야 한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 푸드 마일·탄소 발자국·식량 안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는다면? 그 이유는?

주요 참고문헌

  1. Saunders, C., Barber, A., & Taylor, G. (2006). Food Miles — Comparative Energy/Emissions Performance of New Zealand’s Agriculture Industry. AERU Research Report No. 285, Lincoln University.
  2. Poore, J. & Nemecek, T. (2018). Reducing food’s environmental impacts through producers and consumers. Science, 360(6392), 987–992.
  3. Our World in Data (2020~). Food Miles / You Want to Reduce the Carbon Footprint of Your Food? Focus on What You Eat. ourworldindata.org
  4. MIT Climate Portal (2023). Freight Transportation.
  5. 농림축산식품부 (2025). 2025 농림축산식품 통계연보.
  6.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4).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식량자급 개선 방안 연구. krei.re.kr
  7. 통계청 (2025). 2024년 경지면적 조사 결과.

본 자료는 사단법인 식량과기후(KIFC)가 시민·청소년 교육용으로 작성한 참고자료입니다. 수치는 기준 연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최신 정보는 통계 출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팩트체크: 2026년 4월

References & Notes

참고문헌은 글 본문에 포함될 경우 이 영역에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