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식량과기후 창립기념 포럼 기조강연 | 2026년 5월 20일
발표자: 김홍상 — (사)농정연구센터 이사장, 前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핵심 요약
기후 위기, 농촌 인구 붕괴, 글로벌 공급망 불안, 통상 환경 변화. 다중·복합 위기가 동시에 닥치고 있지만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부재합니다. 농식품부 예산 20조 원과 조세지출 6조 원을 합치면 농가 호당 2,000만 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호당 농업소득은 30여 년째 약 1,00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본 기조강연이 다루는 한국 농정의 8가지 구조적 진단과 9가지 대전환 과제가 가리키는 방향은 결국 하나입니다. 재정 투입에서 제도 개혁(시스템 혁신)으로의 농정 전환입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자료, 국가데이타처 농가경제조사
1부. 문제 제기와 관점
1-1. 다중·복합 위기 속 한국 농업·농촌
기후 위기와 경영 불안정, 농촌 인구 붕괴와 지역 위기, 식량 공급망 불안, 통상 환경 변화. 위기는 따로 오지 않고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책이 개발되고 재정이 투입되어 왔지만,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현 정부 역시 다양한 농정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 농업·농촌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20~30년 후 한국 농업·농촌의 발전 방향이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2. 오랜 기간 제기된 한국 농업·농촌의 문제와 과제
한국 농정이 마주한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정책 과제는 오랜 기간 누적되어 왔습니다.
| 영역 | 누적된 문제 | 대응 과제 |
|---|---|---|
| 농업 경영 | 기후위기 심화, 소경영구조와 경영 불안정 | 기후 적응 지속가능 농업 구축, 농업 구조 전환 |
| 세대 전환 | 경영주 고령화, 세대 전환 미흡 | 미래 인력 육성, 외국인 노동력 안정화 |
| 기술 대응 | 새로운 기술 변화 대응력 부족 | 미래 전략산업으로서 농업기반 조성 및 경영 전문성 제고 |
| 공급망 | 글로벌 가치사슬 위기, 원자재 조달 위기 | 푸드시스템 안착, 공급망 안정 |
| 통상 | 개방농정 심화, 식량 공급망 불안 | 새로운 통상 환경 대응, 국제협력 |
| 농촌 사회 | 저출산-고령화, 농어촌 지역 위기 | 농촌형 기초 생활서비스 기반 구축 |
| 삶의 질 | 기초 생활서비스 기반 붕괴, 환경 악화 | 농정 개혁과 시스템 전환 |
| 시장 | 시장 불안정 | 경영·소득 안정 체계 정비 |
1-3. 기조강연의 관점
본 강연이 짚고자 하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미래 전략산업으로서 농업에 대한 인식, 그리고 농업구조 전환과 농촌 혁신을 위한 합리적·체계적 농정 전환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기후 위기와 농촌 인구 붕괴는 농업·농촌 위기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입니다.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담론 없이는 농정은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 농업·농촌은 어디로 가는가 (미래상)
- 산업으로서 농업,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농업인은 어떤 모습인가 (주체)
- 생산성·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 구조 전환의 방향은 무엇인가 (지속성)
- 농촌 삶의 질 제고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농촌 공간의 재해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간)
이러한 담론이 부재한 가운데 추진되는 농정의 한계를 짚고, 농정 대전환이라는 큰 줄기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농정 성과를 구체화하자는 것이 본 강연의 취지입니다.
1-4. (사)식량과기후가 출범한 이유
(사)식량과기후의 출범 취지는 농업과 식량 문제를 새롭게 이해하자는 데 있습니다. 홈페이지 대표 인사말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닙니다. 폭염과 홍수가 농경지를 덮치고, 열대 병해충이 한반도로 북상하며, 장바구니 물가는 이미 요동치고 있습니다. 곡물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입니다. 우리의 밥상은 세계 기후와 공급망의 변화에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농업의 문제는 결코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먹는 사람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입니다.”
2부. 진단과 반성 — 한국 농정의 8가지 한계
2-1. 중앙 중심 평균 농정의 한계
식량 자급 기반 마련, 농가 경영 안정, 물가 안정 등에 중앙정부 차원의 농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품목별·지역별 차이가 커지면서 획일적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는 동시에 다양한 지역 혁신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 단위 농업발전계획과 품목별·지역별 차별화 전략이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경종농업 생산액 구성의 변화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생산액 순위는 쌀, 사과, 딸기, 포도, 감귤, 배추, 토마토, 양파, 건고추, 마늘, 복숭아, 파, 두류, 감자, 풋고추 순으로 이어집니다. 시설 농업 형태인 딸기의 성장이 돋보입니다. 반면 고추·마늘·양파·무·배추 등 전통적 식자재의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이며, 물가 관리 및 유통 지원의 방식과 대상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합니다.
2024년 개략 기준 ·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기후 변화에 따른 지역 환경 변화로 새로운 형태의 주산지가 등장하고 지역별 소득 수준도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제주와 남해안 지역의 아열대 작물 재배, 양구 펀치볼의 사과, 고랭지 배추 지역의 재편 등이 그 사례입니다. 지역 중심 농정으로의 재편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축산 부문의 변화는 한층 극적입니다. 생산액 비중은 돼지, 한우, 계란, 닭, 우유, 오리 순이며, 규모화·전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반면 쌀 산업은 여전히 구조 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2024)
2024년 기준, 돼지 사육 약 3천 농가의 생산액이 9.2조 원, 쌀 생산 약 40만 농가의 생산액이 7.5조 원입니다. 농가당 생산액으로 환산하면 약 160배 차이입니다. 이런 격차를 평균 농정으로 다루는 것은 무리입니다.
2-2. 영세소경영구조와 성장의 정체
가장 무거운 데이터는 농가소득의 장기 정체입니다.
출처: 국가데이타처 농가경제조사(2024)
30여 년간 농가 호당 연간 농업소득은 약 1,000만 원 수준에서 멈춰 있습니다. 고령 영세 소경영 구조가 산업 성장의 한계를 만들어 온 결과입니다.
농가 내부의 격차는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출처: 국가데이타처 농림어업총조사·농가경제조사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0.5ha 미만의 경영 규모를 갖고 있으며, 이들의 농업소득은 약 14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데 약 40%가 쌀 농업에 연계되어 있습니다.
가족농의 위기도 그에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출처: 국가데이타처 농림어업조사(2024)
2024년 기준 1인 농가가 23.6%, 2인 이하 농가가 81.4%입니다. 직업인으로서 농업인 지위가 채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전통적 가족농 자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출처: 국가데이타처 농림어업조사
70세 이상 경영주가 약 50%에 이릅니다. 핵심 경영체가 채 성숙하기 전에 농업경영의 불안정과 기후 위기·기술 변화 대응력 저하가 동시에 깊어지는 구조입니다.
정책 영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농업·농촌의 변화와 미래를 이끌어 갈 주체 및 정책 대상의 정의가 재정립되지 않은 채 생산성 제고와 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명확한 제시도 미루어져 왔습니다. 갈등을 동반하는 제도 개혁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랜 기간 수많은 생산 지원 정책이 추진되었지만 결과는 동일한 악순환의 반복으로 귀결됩니다.
낮은 산업 생산성 → 생산 정체 → 농업소득 정체 → 고령화 → 경영구조 취약 → 기후변화 대응력 저하 → 저성장
구조정책의 방향은 ‘갈등적 의제’로 치부되어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지 못했고, 그만큼 중장기 정책의 지속성도 약화되었습니다. 자원 이용의 효율성·이용률 제고를 위한 세대 전환, 농지제도 개혁, 세제 개혁 논의도 진척이 더딘 상태입니다.
2-3. 비전 없는 정책 추진의 한계
현장 농업인의 어려움을 정책으로 풀어 보려는 국회의 역할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미래 비전에 대한 충분한 담론 없이 개별화된 민원성 신규 사업 개발과 예산 확보로 면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기존 사업의 실효성 진단과 구조조정 없이 신규 사업 개발에만 매달리니, 정책의 중복과 상충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정부도 “모두가 잘 사는 균형성장” 중 “희망을 실천하는 농산어촌”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개혁 과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유통 개혁, 농협 개혁, 농지 전수조사·농지제도 개혁, 직불 개혁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개별 의제가 분절적으로 추진될 뿐, “정작 무엇을 향해 가는지(비전)”에 대한 담론은 빈약합니다.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농정 대전환”의 의제로 소득안전망 강화, 재해 국가책임제 도입, 경영비 부담 완화, 농업 세대 전환 등이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정 대전환의 방향이 정부 재정 지원 확대 일변도로 좁혀지는 인상이 짙습니다. 농지제도 개혁 역시 임차농 보호, 직불 부당수령 해소, 투기 근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효율적 이용·보전·구조개선 관점의 보완이 절실합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자료, 기획재정부 조세지출예산서, 국가데이타처 농가경제조사
문제는 정부 재정 지원을 당연시하는 농업계의 정서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공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 지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농업·농촌의 현실, 끝없이 반복되는 예산 타령, 그리고 민간 부문의 혁신 노력 부재 — 농식품부 연 20조 원 예산에 조세지출 6조 원을 더하면 농가 호당 2천만 원이 넘는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4. 시장 변화와 민간기업 역할에 대한 인식 결여
우리 농업의 변화 과정에서 민간 부문의 다양한 역할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의 경험이 시사적입니다. 사료, 가공원료 농산물 등 해외 곡물 조달 과정에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부문(관련 업체)의 자체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되었고, 사재기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식량자급 기반과 안정적 조달이라는 두 축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가공·유통, 외식 산업의 다양한 경제 활동이 푸드시스템 구조에 깊이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농산물 유통 및 가격 형성의 틀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민간 기업의 활동 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산지 유통 및 조직화에서 농업인의 책임과 역할이 강화되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특정 시점 수입가 > 국산 — 유통 비용의 복잡성 반영 ·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MIS
도매시장에서 수입 양파의 경락가격이 국산 양파를 상회하는 사례도 나타납니다. 가공·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추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스마트 농업 등 자본 투입형 농업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기업의 농업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합니다. 그 결과 산업 생태계는 불안정해지고 안정적 사후관리 시스템도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영세한 자재 산업이 반복적으로 도산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인식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술과 자재 영역에서 기업이 혁신적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비로소 지속적인 사후관리 지원도 가능합니다. 지나치게 생산 농업인 관점에 머무르는 한계, 그리고 국가 주도 R&D가 오히려 민간 R&D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합니다.
2-5. 농촌 정체성 혼란과 농촌 인구 붕괴
국토 불균형 발전과 더불어 농촌 공간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정책 대상과 내용의 불명확 문제도 그만큼 심각해졌습니다.
농촌 공간의 경계와 고유성이 흐려지면서 농촌성(Rurality)에 대한 혼란과 지역 정책의 모호성이 함께 깊어집니다. 농촌 지역의 과소화로 생활서비스가 저하되고, 인구 유출의 악순환이 다시 지역 소멸 위기로 이어집니다.
병원, 학교, 시장 등 생활서비스가 축소되면 우수 농업경영체마저 이농하고 신규 유입도 막힙니다. 농촌 인구 붕괴와 더불어 지역 경제기반이 약화되고,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농업경영의 지속성마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기계화·스마트화가 추진되어도 농작업 특성상 전면 기계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합법적 틀 내에서 외국인 노동력 활용은 여전히 불충분하고, 국내 노동시장 불안정과 도시 인력 유입의 애로도 겹쳐 있습니다. 안정적 농촌적 삶의 형태, 적정 농업경영 형태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빠져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농촌을 ‘농민 중심적 공간’으로만 이해하는 접근, 즉 농식품부 중심적 정책의 한계가 이 지점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2-6. 당당한 경제주체·시민이 되지 못한 농업인
코로나 피해 지원 사례가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세금 미납부로 소득원천 파악이 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 도입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자원 이용 효율화와 구조 개선과 관련된 소득공제, 세제 감면 등 효율적인 정책 수단을 만들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농가에 대한 직접적 재정 지원보다 대형 농기계 이용 비용의 소득 공제 적용이 오히려 구조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따져볼 만합니다.
비농업계 일각에는 농업인을 “세금납부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예외적 혜택을 받는 존재”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농정연구센터 월례 세미나에서 한 세무사 토론자가 종교인과 농업인을 동일시하며 과세 관련 “성역에 속한다”고 발언한 일이 그 단면입니다.
지원 확대 위주의 정책 활동, 재정 개혁의 주도성 상실 등 농정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한계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예산 확보 및 증대에 동참해야 우리 편”이라는 농업계의 분위기, 집단이기주의의 모습은 자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공익기능 실천에 대한 정당한 지불로서 직불제를 정착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 주요 경제활동에서의 정당한 세금 납부와 환급, 근로소득지원세제 적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빠져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 현실에 대해, ‘신민(臣民)에서 시민으로’라는 화두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2-7. 높은 진입장벽과 농지제도의 한계
출처: 국가데이타처 농가경제조사
경영 은퇴 개념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60세 이상 고령농업인이 농업인 소유 농지의 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규 창업 농업인의 농지 접근성은 크게 제약되고, 농지의 효율적 이용도 어려워집니다. 경영 구조의 개선과 새로운 주체 형성을 위한 농업·농촌 진입·퇴출 제도 개편 논의도 여전히 미흡합니다.
높은 농지가격, 농자재 비용 부담, 농촌사회의 배타성 등 진입장벽 해소를 위한 노력 또한 부족한 상태입니다.
2-8. 불명확한 정책 대상과 모호한 정책 목표
농업인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 농촌 공간의 개념적 범위 모호성과 맞물려 정책 대상과 목적이 모호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 농업인과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산업정책, 소득정책, 지역개발정책 등 성격이 서로 다른 정책 사업이 중첩적으로 추진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책 대상과 실행 주체에 혼선이 생기고, 성과가 미흡한 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정부 중심의 공모 사업은 도리어 현장의 자생 기반과 지속가능 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역효과까지 낳습니다.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이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
3부. 제언 — 체계적 미래준비와 9가지 대전환 과제
3-1. 농업·농촌의 가치·비전 공유와 전략 목표 정립
농정 비전과 정책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은 채 민원성 현안 위주로 정책이 굴러가면, 중복과 상충이 따라옵니다. 이 점을 인정하고 농정 가치와 비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적 대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농식품의 안정적 공급과 농업인의 삶의 질 개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비전 축 | 내용 |
|---|---|
| 국민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산업 | 소비구조와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산업 |
|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농업인 | 권리와 책임이 분명한 경제주체 |
| 기후·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농업 | 기후위기 적응, 공익가치 실현, 경영 안정 |
이 세 축이 함께 가야 합니다.
기후 위기와 농촌 인구 붕괴라는 엄중한 변화 속에서 미래 전략산업으로서 농업이 자리 잡으려면 농업구조 개선을 전략 목표로 분명히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중복·상충되는 정책들을 정리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직불제 및 재정 개편, 농지제도 및 세제 개편, 농업인의 책임성 강화 — 이러한 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쌓아 가면서 시스템 전환을 이뤄낼 때, 비로소 농업구조 개선, 세대 전환, 경영 혁신, 기후 위기 대응 역량 제고가 가능해집니다.
모든 농업인에게 해당되는 복지 지원과 차별화된 산업 정책은 구분되어야 하며, 정책 대상과 목표도 다시 정리되어야 합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 인정 농업자 중심의 구조 개선, 농업위원회와 별도로 농지이용 최적화 추진위원 지정 등이 그것입니다. 기후 위기 적응과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 역시 농업구조 개선과 경영 혁신의 틀 안에서 다루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3-2.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농업인 위상 정립과 농정 추진 방식의 전환
사업자 등록, 납세 등을 통해 정책 주체로서 농업인의 지위를 분명히 하고, 농업인을 단순한 수혜 대상이 아닌 책임-소통-연대의 주체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산업으로서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재정 투입 위주에서 시스템 전환 방식으로 농정의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구조 혁신, 농정체계 전환, 농정 분권, 에너지 전환 등의 의제를 구체화하는 실행 전략, 특히 당당한 경제인으로서의 사업자 등록과 세제와 연계된 합리적 정책 설계, 시스템 개혁(제도 혁신)이 함께 가야 합니다. 납세 거부감과 갈등 요소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감면 규정으로 인해 납세 의무 준수에 따른 농업인 부담은 사실상 미미합니다).
재정 의존형 정책 기조에 대한 자성, 그리고 시스템 전환에 대한 농업계의 인식 제고가 맞물려야 비로소 합리적 거버넌스가 가능해집니다.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지자체와 농업인의 참여 확대와 책임성 강화가 그 출발선입니다.
국가 책임성 강화 농정은 재정 부담 증대와 직결되므로 합리적 성과 지표 설정이 함께 가야 합니다. 중앙정부 주도의 한계를 분명히 보고, 지자체·농업인 참여 확대 및 시스템 전환을 통해 합리적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정책 대상 재정립과 관련한 갈등을 줄이려면, 정책의 목표와 대상에 대한 분명한 기준부터 세워야 합니다.
3-3. 지역 중심 창의적 농정 체계와 자원 이용 효율화
농업구조의 품목별·지역별 차별화 현상을 반영하여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합리적 역할 분담 체계를 새로 짤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 중심 농정 체계 위에서 지역 농업 발전과 자원 이용 효율화를 함께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적응과 지역 농업 혁신을 함께 묶어 농정 분권, 재정 분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 역시 재해 대응 기반 정비와 보험 제도 정비에 그치지 않고, 지역 및 경영 역량 제고와 연결해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 공모 방식 정책 사업을 지양하고, 지역 중심의 정책 설계와 예산 집행을 확대해 가야 합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농업구조 혁신 모델을 개발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의 역량과 주도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문경시 늘봄영농조합법인 사례가 한 가지 모델을 보여 줍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농업인 주도의 농지·노동력 등 자원 이용 효율화·합리화, 그리고 조직 경영의 장점을 살린 유통 혁신과 소득(부가가치) 증대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 준 사례입니다.
현장 중심의 합리적 농정 거버넌스가 자리잡으면 지역 농정에서 농업인 및 관련 단체의 책임성과 주도성도 함께 올라갑니다. 지역 활성화 관련 회의가 농협조합장, 농업기술센터 소장 등 특정 조직 중심으로 진행되면 지역 단위 농정의 주체로서 농업인의 대표성에 의문이 생깁니다. 지역 내 민간 참여와 책임성·연속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등 다양한 노력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3-4. 시장 기능 및 민간기업에 대한 객관적 이해
국민과의 소통 공간으로서의 시장, 그리고 자원 이용의 효율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기구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먼저입니다. 시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정책 추진 방식의 합리화와 성과 제고가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농산물 유통마진과 유통서비스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며, 농산물 유통 개혁 논란과 물가 논란에 대해서도 합리적 이해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소비 형태 변화에 대응하는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유통 단계와 비용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함께 인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구조 개선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가로막는 ‘소농 직불’ 등 재정지원 정책의 조정, 그리고 정책 부조화의 최소화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영세 농업인 지원 중심의 국가 R&D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민간 주도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제 경쟁력을 갖는 우수 종자 개발이 옳은지, 취약한 농업인에게 적합한 값싼 종자 개발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 R&D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민간 부문의 R&D 투자와 성과를 제약할 수 있다는 문제도 함께 짚어 보아야 합니다.
정부 정책 지원에 의존하는 스마트 농업 확산 과정에서 개폐기, 환경제어기 등 다양한 소재 관련 영세 업체들의 경영 불안정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농업인 역시 시설 관리와 경영의 불안정에 노출됩니다. 수많은 영세 업체들의 도산, 사후관리 단절의 반복, 그로 인한 스마트 농업 기반 취약의 악순환이 빠르게 해소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3-5. 새로운 형태의 식량안보 전략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수급표·축산물 소비 통계
주곡(쌀) 위주의 식량안보 개념을 넘어서야 합니다. 글로벌 공급망(가치사슬) 대응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도 다시 짚어 봐야 합니다.
소비 구조의 변화부터 보겠습니다. 연간 1인당 소비량은 쌀 56.4kg, 육류 60.6kg — 육류 소비가 이미 쌀을 추월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가치사슬) 변화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국민 먹거리의 안정 기반을 확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국내 생산뿐 아니라 주요 곡물의 안정적 조달 또한 똑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합니다. 정부와 함께, 곡물 조달의 실제 주체인 민간 부문(사료회사, 제분회사, 식품가공회사 등)의 역할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생산에서 소비, 음식물 재활용까지 자원 순환 전체를 포괄하는 인식도 함께 가야 합니다. 친환경 지속가능 농업생산 시스템 구축, 로컬푸드, 공공급식 등 다양한 경로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하며, 생산-가공-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푸드시스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역 단위 농지 보전을 위한 총량 관리 개념의 도입, 그리고 효율적 농지 이용·보전에 있어 지자체의 역할 강화도 함께 가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농지 보전, 지자체는 농지 개발이라는 이원적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 농업 발전과 농지 이용률 제고가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늘봄영농조합법인 사례처럼 지역 차원의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 곧 농지의 보전 효과로 이어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3-6. 농촌공간의 정체성 재정립과 새로운 삶의 공간
전국 농촌 공간이 저마다 다르다는 다양성과 차별성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저밀도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 비대면 거래와 N잡러 형태의 농촌형 일자리 특성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기존의 농촌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경제 공간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읍·면 행정 단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농촌을 지역 경제의 한 중요 공간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도시와의 접근성에 따라 달라지는 저밀도 경제의 다양한 변화 양상,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성장 견인 사례를 발굴하고, 농촌형 일자리와 산업구조의 특성을 새롭게 읽어야 합니다. 농촌 소재 비대면 거래형 창업, 주민참여형 농촌형 태양광 등 새로운 접근 방식과 경제활동·일자리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도시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농촌의 비전을 함께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다기능성을 유지하고 적정 인구 규모를 떠받칠 수 있는 열린 공동체 문화를 가꿔 가야 합니다. 사회의 지속성 차원에서도 농업·농촌이 다양한 삶을 품는 지역사회 공동체로 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농업경영체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도 다양한 주민 구성과 주체 유입, 그리고 생활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일본 가미야마조(神山町) 사례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대도시 기업의 비대면 근무 공간이자 여유로운 삶의 공간으로 재편된 사례입니다.
3-7. 정책 대상 재정립과 농업인의 혁신 역량 강화
다양한 농업경영 형태별 차별화 전략과 맞춤형 농정을 위해서는 정책별 목표의 구체화와 농업정책 대상의 재정립이 선결 과제입니다. 중장기 미래 전략산업으로서 농업의 구조 혁신을 전제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다섯 갈래의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 고령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경영 은퇴
- 농지 자원의 세대 전환
- 품목별 지원 체계의 차별화
- 직불 지급 대상의 재정립
- 지역 중심의 농업 발전 및 자원 효율화
기후 변화·위기 적응 및 대응 역량 강화 역시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 역량은 정책 차원만이 아니라 농가 차원의 역량에서도 갖춰져야 합니다. 새로운 병충해와 재해·재난(가뭄·홍수·산불 등)의 규모 증대, 새로운 작물 재배 환경 조성(종자 개량·작부 전환) 등 개별 농가 차원의 적응·대응 역량 강화, 그리고 지역 농업 구조 재편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에 따른 경영 애로의 객관화와 적응·대응 역량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입니다. 기술 변화로 생기는 새로운 비용 부담을 넘어, 스마트 농업, 과학적 영농, 경축순환 등 새로운 영농 기반과 경영 사례가 등장하면서 농업 혁신 기반 조성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3-8. 재정 투입에서 제도 개혁(시스템 혁신)으로
농정 대전환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영역입니다. 세 갈래로 나눠 짚어 보겠습니다.
(1) 농지제도·상속제도 개선, 농가 사업자 등록 및 세제 개편
농지 제도 개혁과 더불어 경영 은퇴 개념 도입, 세제 개편(양도소득세 개편), 농지은행 운영 시스템 개편이 함께 묶여 가야 합니다. 농지 시장에 공급이 확대되고 합리적 임대차 관리가 가능해지면 진입과 퇴출의 원활화가 그제야 자리잡습니다.
현재의 농지가격 수준에서 농업인 농지구입자금 지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농지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 지방 재정 분권 및 정부 예산 편성권 재편
지역 중심의 창의적 발전 계획 수립과 재정 분권을 추진하되, 지자체 업무 전문화 제고 노력도 함께 가야 합니다.
주요 정책 예산 편성권을 일정한 가이드라인(예: 예산 증액 한도 3~5%) 안에서 각 부처로 옮기면,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와 사업 조정 역할이 부처로 내려갑니다. 신규 사업 개발 위주의 관행과 그 폐단을 넘어서는 길이기도 합니다.
(3) 데이터 기반 정책 진단과 과학적 정책 설계
현실 진단의 수준을 높이고 시스템 전환(제도 혁신)의 구체적 성과를 객관화하려면, 데이터 수집 체계의 개선과 민간 참여 거버넌스 구축이 함께 가야 합니다. 시장과 기술 변화의 흐름을 체계적이고 빠르게 읽어 낼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합니다.
3-9. 미래지향적 농업혁신을 위한 생산기반 정비와 기후위기 대응력 강화
국민 식생활 및 농산물 소비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농업생산 구조 전환 모델 개발, 체계적인 생산기반 정비 사업 추진, 그리고 쌀 중심 농지 이용 구조의 극복이 함께 가야 합니다.
기존의 쌀 자급 기반 확충을 위한 논 농업 위주의 기반정비 틀을 넘어서야 합니다. 미래의 다양한 농식품 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논·밭 겸용 농업생산 기반정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의 빈발 등 이상 기후, 공급망 위기, 빠른 기술 혁신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생산 기반 정비, 그리고 기반시설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안정적 식량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농촌 인구 붕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 정비와 농업의 스마트화가 함께 가야 합니다. 농업생산 기반 정비 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과 미래 준비 차원에서의 새로운 기반 정비·정책 전환이 같은 줄기 위에 있습니다.
스마트-AI 기술 확산·혁신과 기후 변화에 대응해 미래 전략산업인 농업의 발전을 위한 미래 투자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생산기반 정비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서고, 농지·물 이용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한국 농정은 오랜 기간 수많은 정책과 재정 투입을 거쳐 왔습니다. 그러나 농가 호당 농업소득은 30년째 1,000만 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70세 이상 경영주가 절반을 차지하며, 60세 이상이 농업인 소유 농지의 88%를 쥐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재정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신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
본 기조강연이 제시한 9가지 대전환 과제는 모두 한 줄기로 이어집니다. 재정 투입에서 제도 개혁(시스템 혁신)으로, 그리고 그 출발점은 농정 비전에 대한 사회적 대화입니다. 농업·농촌은 어디로 가는가, 농업인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 농촌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사회 전체가 함께 답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사)식량과기후의 창립은 그러한 사회적 대화를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며, 거듭 출범을 축하드립니다. 농업의 문제는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먹는 사람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라는 출범 취지는, 본 강연의 결론과 그대로 닿아 있습니다.
함께해주세요
이 기조강연이 한국 농정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면, 아래 방법으로 식량과기후와 함께해 주세요.
발표자
김홍상 — (사)농정연구센터 이사장, 前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본 기고문은 김홍상 원장의 PPT 자료를 AI를 통해 수정 보완하였음을 밝힙니다.
본 자료 인용 안내
본 자료를 인용·재배포하는 경우 다음 형식을 권장합니다.
김홍상 (2026). 「기후 위기와 농촌 인구 붕괴 극복을 위한 농정 방향 대전환 과제」. (사)식량과기후 창립기념 포럼 기조강연. 2026년 5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