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분뇨는 처분해야 할 부담이고, 독일과 덴마크에서 분뇨는 팔 수 있는 자원입니다. 이 격차는 어디서 왔으며,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들어가며 — 세 개의 숫자
농식품부·축산환경관리원, 2026
Biogas Outlook 2025, Biogas Denmark
German Biogas Association, 2024
출처: 농식품부(2026), Biogas Outlook 2025, German Biogas Association(2024)
이 글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독일과 덴마크가 30년에 걸쳐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봅니다. 2부에서는 한국의 부진이 단순히 정책 부재의 결과가 아니라, 네 겹의 구조적 잠금(락인) 때문이라는 점을 데이터로 진단합니다. 3부에서는 KIFC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정책 처방이 각각 어느 락인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설계 수준에서 보여드립니다.
1부
그들은 어떻게 했나 — 독일·덴마크의 30년
독일: EEG 25년이 만든 9,500개의 분뇨 발전소
독일은 유럽 최대의 바이오가스 생산국입니다. 2024년 기준 운영 중인 바이오가스 시설은 약 9,500개소, 연간 생산량은 329 PJ로 EU 전체의 53%를 차지합니다(IEA Bioenergy, 2024; Inkwood Research, 2025). EU 27개국이 만드는 바이오가스의 절반 이상을 독일 한 나라가 만들어냅니다.
출처: Marketdataforecast.com Europe Biogas Plant Market 2024
이 9,500개라는 숫자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2000년에 독일의 바이오가스 시설은 1,050개에 불과했습니다(Clean Energy Wire, 2020). 25년에 걸쳐 약 9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그 모든 변곡점은 단 하나의 법, 신재생에너지법(EEG)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출처: Clean Energy Wire(2020), Inkwood Research(2025), DBFZ
EEG의 작동 원리: “20년간 사주겠다”는 약속
EEG의 핵심 메커니즘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정해진 가격으로 20년간 전력을 사주는 것입니다(발전차액지원제도, FIT). 시장 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든, 사업자는 약속된 가격으로 20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20년”이 결정적입니다. 바이오가스 시설은 한 번 짓는 데 수십억 원이 듭니다. 정부가 20년 동안 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은 농가에게 “이 사업은 20년간 망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같습니다. 특히 결정적이었던 것은 2009년 EEG 개정입니다. 가축분뇨를 원료로 쓰는 시설에 별도의 보너스 단가가 신설되었습니다(Springer Nature, 2021).
| 시설 규모 | 기본 매입가 | 가축분뇨 보너스 | 보장 기간 |
|---|---|---|---|
| 75 kW 이하 (분뇨 ≥80%) | 별도 카테고리 — 최고 단가 | 포함 | 20년 |
| 500 kW 이하 | 8.25~11.67 ct/kWh | +16 ct/kWh | 20년 |
| 500 kW 초과 | 기본가 | +14 ct/kWh | 20년 |
출처: 한국에너지신문 2016, 독일 EEG 2009 기준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장 작은 시설에 가장 큰 우대를 줬습니다. 농가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규모를 키우겠다는 정책 의도가 명확합니다. 둘째, 분뇨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조를 받습니다. 농가에게 분뇨는 더 이상 처분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에너지 매출의 원료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출처: BDEW(2015), IATP(2026)
어두운 면: 옥수수 단작과 식량경쟁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보조금이 확대되던 시기, 농가들은 메탄 수율이 5배 이상 높은 옥수수 사일리지를 대량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2020년 사이 농업 원료 투입량은 두 배로 늘었고(IATP, 2026), 식량 작물 재배지를 잠식한다는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대응은 2012년 EEG 개정의 ‘옥수수 상한(maize cap)’이었습니다. 원료에서 옥수수 비율을 60% 이하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 바이오가스 정책은 식량·농지 정책과 분리해서 설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한 걸음: 바이오메탄 그리드 주입
전기로 만들면 발전소 옆에서 끝납니다. 가스로 정제하면 도시가스 그리드를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습니다.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메탄 농도를 97%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천연가스(LNG)와 거의 같은 수준의 바이오메탄이 됩니다. 도시가스 배관에 그대로 주입할 수 있고, 압축하면 수송연료(CNG)로도 쓸 수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독일의 바이오메탄 그리드 주입 시설은 272개소, 연간 주입량은 약 14억 N㎥입니다(German Biogas Association, 2024). 독일 가스 소비량의 1.6%이지만, 분뇨에서 나온 가스가 농촌 발전소를 벗어나 도시 가정의 보일러까지 도달하는 인프라가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덴마크: 농가가 가스 회사가 된 나라
덴마크는 인구 560만 명의 작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사육하는 돼지는 약 2,500만 두에 이릅니다. 인구의 4.5배에 달하는 돼지가 있는 셈입니다(BioCycle, 2020). 1990년대까지 환경 문제의 원인이었던 이 분뇨가, 30년이 지난 지금 덴마크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출처: IEA Bioenergy(2024)
덴마크 바이오가스 원료의 74%가 가축분뇨입니다. 독일이 옥수수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대비됩니다. 덴마크는 처음부터 분뇨 중심으로 설계해, 식량경쟁 문제를 우회했습니다.
결정적 정책: 2012 에너지협약과 “그리드 우선” 보조
덴마크 바이오가스의 도약은 2012년 에너지협약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핵심 설계는 단순합니다 — 모든 바이오가스 사용처에 보조를 차등 지급하되, 도시가스 그리드 주입에 가장 높은 보조를 주는 것입니다.
출처: IEA Bioenergy(2024), Biogas Outlook 2024
10년 만에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7배가 됐습니다. 이 가스의 대부분은 발전소가 아니라 도시가스 배관으로 들어갑니다. 2022년 기준 덴마크 가스 소비량의 거의 40%가 바이오메탄이고, 한때 24시간 연속 측정 기준으로 그리드 가스의 98.2%가 바이오메탄으로 채워진 기록도 있습니다(IEA Bioenergy Task 37, 2024).
2014년 덴마크 정부는 그리드 주입 사업자에게 타 용도 대비 약 2배의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에너지신문, 2024). 강제가 아니라 인센티브로, 시장이 자발적으로 그리드를 향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농가의 위치: 공급자에서 공동소유자로
덴마크 바이오가스 시설은 대부분 100~250개 농가에서 분뇨를 받아 처리하고, 농가는 단순한 분뇨 공급자가 아니라 시설의 공동소유자(co-owner)로 참여합니다. 대표 사례인 Korskro 플랜트(Nature Energy 운영)는 반경 30km 이내 70개 농가의 분뇨를 모아 그리드에 바이오메탄을 공급하고, 농가에는 소화액(digestate)을 비료로 돌려줍니다. 분뇨가 가스와 소화액으로 분리되고, 소화액은 다시 비료로 농가에 돌아오는 폐쇄 회로입니다.
| 차원 | 개별 농가 모델 | 덴마크 공동 모델 |
|---|---|---|
| 규모의 경제 | 시설 가동률 낮음 | 100~250 농가 통합, 24시간 가동 |
| 농가 부담 | 시설 투자·운영 단독 | 지분 보유 + 분뇨 공급 + 비료 환원 |
| 거버넌스 | 농가 vs 시설 운영자 분리 | 농가가 곧 운영자 |
출처: BioCycle 2020, IEA Bioenergy 2024
덴마크의 어두운 면: 메탄 누출과 갈등
2023년 덴마크 69개 시설 조사에서 메탄 누출률이 0.3%~40.6%까지 큰 편차를 보였습니다(Ag Data News, 2025). 누출이 심한 시설은 메탄 감축이라는 본래 목적을 거의 상쇄해버렸습니다. 정부는 이후 누출 규제를 강화해 약 50%의 감축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2018년에는 식량 경쟁 우려에 따라 에너지작물 사용 비율 상한을 25%에서 12%로 강화했습니다. 시설 인증, 메탄 누출 모니터링, 원료 비율 규제, 주민 수용성 메커니즘 — 이 항목들은 정책 패키지 안에 처음부터 포함되어야 할 필수 구성요소입니다.
두 모델의 공통 설계: 한국이 보지 못한 한 가지
| 설계 요소 | 독일 | 덴마크 | 핵심 |
|---|---|---|---|
| 장기 가격 보장 | EEG 20년 고정 매입 | 2012 에너지협약 장기 보조 | 20년 단위 예측 가능성 |
| 가축분뇨 우대 | 분뇨 보너스 단가 명시 | 분뇨 비율 높을수록 보조 | 분뇨를 비싸게 사주는 시장 |
| 농가의 위치 | 시설 운영자 | 시설 공동소유자 | 농가 = 에너지 사업자 |
| 출구 시장 | 도시가스 그리드 + CHP | 가스 그리드 100% 목표 | 그리드 주입 의무·유인 |
| 부산물 회로 | 소화액 → 비료 | 소화액 → 비료 | 순환경제 회로 폐쇄 |
분뇨를 처분 비용에서 → 에너지 매출로 재정의했다.
같은 분뇨가 한국에서는 처분해야 할 부담이고, 독일·덴마크에서는 팔 수 있는 매출원입니다. 정의가 다르면 정책 설계가 다르고, 정책 설계가 다르면 시장이 다릅니다. 시장이 다르면 농가의 행동이 다르고, 농가의 행동이 다르면 30년 후의 결과가 다릅니다.
2부
한국은 왜 못 했나 — 4중 락인의 구조
41배의 격차
출처: KDI 나라경제(2024), Biogas Outlook(2024)
독일 152억 N㎥, 한국 3.7억 N㎥ — 약 41배의 차이입니다(KDI 나라경제, 2024). 이 격차는 인구 차이로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구 1인당 생산량으로 환산해도 독일이 한국의 약 15배에 달합니다.
이 41배의 격차는 단순히 “한국이 법을 늦게 만들어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도 1990년대부터 가축분뇨 처리시설 보조금이 있었고, 2008년부터는 공동자원화시설 사업이 진행됐으며, 2012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도입되었습니다. 정책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가축분뇨 바이오가스의 부진은 네 개의 락인(lock-in)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락인이란 한 번 형성된 시스템이 다른 경로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잠금 상태입니다.
락인 ① — 처리비 보조 vs 에너지 매출의 비대칭
한국의 가축분뇨 정책은 30년 가까이 한 가지 틀에 갇혀 있었습니다. “분뇨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라는 틀입니다. 농식품부의 공동자원화시설 사업은 국비 40~50% + 지방비 20~30%로 시설 설치비의 절반을 보조하고, 시설 운영자는 농가에게서 분뇨를 받으면서 처리비를 매출로 잡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시설 운영자가 가스를 더 많이 만들 동기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처리비는 분뇨를 받기만 해도 들어오는 수익입니다. 반면 가스를 정제해서 팔려면 별도의 정제 설비, 운영 인력, 판매 계약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운영자의 합리적 선택은 분명합니다 — 분뇨 처리량을 늘리는 것이지, 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 국가 | 보조금이 흐르는 곳 | 운영자가 추구하는 행동 |
|---|---|---|
| 한국 | 시설 설치비 + 분뇨 처리비 | 분뇨 받는 양 늘리기 |
| 독일 | 발전 매입가 (EEG 20년 고정) | 가스 생산량 늘리기 |
| 덴마크 | 그리드 주입 보조 (타 용도 대비 2배) | 정제·주입 늘리기 |
출처: 농식품부 2024 사업공고, KOTRA 2019, 에너지신문 2024
이 비대칭은 우연이 아닙니다. 환경부(분뇨 = 폐기물)와 농식품부(분뇨 = 농가 부담)의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시각, 즉 분뇨를 에너지 자원으로 보는 관점은 한참 뒤에 들어왔고, 애초에 구축된 처분 중심의 보조금 구조를 뒤집지 못했습니다.
락인 ② — REC 시장: 풍력·태양광에 가려진 바이오가스
한국에도 한때 FIT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11년에 폐지되고 2012년부터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로 전환되었습니다. 결정적인 시점이었습니다. 같은 시기인 2009년에 독일은 EEG의 가축분뇨 보너스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분뇨 시설을 폭증시키고 있었습니다. 두 나라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RPS는 가격을 시장에서 결정합니다. 이 변동성에 가장 취약한 것이 바이오가스입니다. 태양광은 한 번 짓고 나면 운영비가 거의 없지만, 바이오가스는 매일 분뇨를 수집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돈이 들어갑니다. 2019년 기준, 국내 바이오가스화 시설 101개소 가운데 REC 거래로 경제성을 확보한 시설은 14개소(13.9%)에 불과했습니다(기호일보 2020).
출처: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2019), 기호일보(2020)
| 구분 | 한국 RPS·REC | 독일 EEG |
|---|---|---|
| 보장 기간 | 1년 단위 갱신 | 20년 고정 |
| 가축분뇨 우대 | 없음 (음식폐기물·하수슬러지와 동일) | 16~25 ct/kWh 보너스 |
| 소규모 농가 우대 | 없음 | 75 kW 이하 별도 카테고리 (최고 단가) |
| 결과 | 분뇨 시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움 | 분뇨 시설이 가장 경쟁력 있음 |
출처: KOTRA 2019, Clean Energy Wire 2020, 기호일보 2020
락인 ③ — 농경지의 환상: “비료로 다 돌아간다”는 신화
한국의 가축분뇨 처리체계는 농경지가 분뇨를 충분히 흡수해주던 시대에 설계됐습니다. 그 전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농경지는 2006년 약 180만 ha에서 2030년 약 134만 ha로 줄어드는 반면, 분뇨 발생량은 연 5,087만 톤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출처: 농식품부(2023), 통계청 농업면적조사
결과는 현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 살포지 부족 → 적치 → 강우 시 수계 유입 → 녹조·수질오염 → 악취와 농촌 갈등. 농식품부 스스로 “기존의 퇴비·액비화를 대신하는 처리 다각화가 요구된다”고 인정했습니다(농식품부, 2023). 한계는 인정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 이것이 바로 락인의 본질입니다.
락인 ④ — 출구 없는 가스: 도시가스 그리드 주입의 부재
가축분뇨를 모아 가스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가스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한국에는 충분한 출구 시장이 없습니다.
출처: 환경부(2021), 가스신문(2024)
만들어놓고 그냥 태운 가스 — 16.8%, 약 6,071만 N㎥ — 는 약 6만 5천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가스량입니다(가스신문, 2024). 만들어도 갈 곳이 없으면,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한국 바이오가스 시장의 가장 결정적인 락인입니다.
출처: 환경부(2024), Biogas Outlook(2024)
한국에서 그리드 주입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가스신문, 2024; 에너지신문, 2024). 첫째, LNG와 동일한 발열량 기준으로 인한 과도한 정제 비용. 둘째, 일반도시가스사업자만 공급 가능한 진입 제약. 셋째, 바이오메탄 매입가가 원가의 80% 수준에 그치는 가격 정산 체계 부재. 이 세 가지가 합쳐진 결과가 16.8%의 단순소각입니다.
진단 정리: 4중 락인은 시스템의 문제
| 락인 | 현상 | 작동 원리 |
|---|---|---|
| ① 보조금 흐름 | 시설 설치비·처리비에 보조 집중 | 가스 생산을 늘릴 동기가 약함 |
| ② REC 시장 | 1년 단위 변동 + 가축분뇨 우대 부재 | 100개 시설 중 14개만 경제성 확보 |
| ③ 농경지 | 농경지 감소에도 퇴·액비화 85% 유지 | 적치·악취·수질 악순환 |
| ④ 출구 시장 | 그리드 주입 4.5%, 단순소각 16.8% | 만들어도 갈 곳이 없음 |
출구 시장이 없으니(④) → 가스를 팔 곳이 없고 → 시장 경쟁력이 없으니(②) → 시설 운영자는 처리비 수익에 의존하고(①) → 가스를 굳이 만들 동기가 약해 → 분뇨는 다시 퇴·액비로 돌아가고(③) → 농경지가 좁아지면 적치가 늘고 → 그래도 출구 시장은 여전히 없습니다(④).
한국은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이 다른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서 못했다.
락인 하나만 풀어서는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네 개를 동시에 풀어야 합니다. 3부에서 KIFC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처방은 정확히 이 네 개의 락인을 동시에 흔들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3부
한국이 바꿔야 할 다섯 가지 — 락인을 동시에 푸는 처방
처방의 설계 원칙
4중 락인은 자기 강화 시스템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락인 하나만 푼다고 해서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네 개의 잠금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처방 패키지가 필요합니다.
| 처방 | 푸는 락인 | 핵심 메커니즘 |
|---|---|---|
| ① 가축분뇨 바이오메탄 의무 매입가 (한국형 EEG) | 락인 ② 시장 | 20년 고정 매입 + 분뇨 우대 단가 |
| ② 도시가스 그리드 바이오메탄 주입 의무화 | 락인 ④ 출구 | 단계적 혼입 비율 + 진입 장벽 해소 |
| ③ 공동에너지화 클러스터·농가 지분 모델 | 락인 ①·③ | 농가의 위치를 공급자 → 공동소유자 |
| ④ 부처 횡단 거버넌스 (농촌에너지전환위원회) | 락인 전반 | 부처 분절 해소, 단일 의사결정 |
| ⑤ 바이오메탄 → 청정수소 연계 인프라 | 미래 인프라 | 농촌 분산형 수소 거점 |
처방 ① — ‘한국형 EEG’: 가축분뇨 바이오메탄 의무 매입가
가축분뇨 비중이 80% 이상인 시설에서 생산된 바이오메탄에 대해, 정부가 20년 고정 매입가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매입 단가 = 도시가스 도매가 + 메탄 감축 가치
분뇨 시설이 단순히 가스를 만든 대가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설이 사회에 제공하는 메탄 감축 효과까지 가격에 반영해서 받는 구조입니다. 시장이 반영하지 못하는 사회적 가치를 정부가 대신 사주는 것 — 그것이 EEG 모델의 본질입니다.
| 시설 규모 | 기본 매입가 | 분뇨 우대 | 보장 기간 |
|---|---|---|---|
| 75 kW 이하 (분뇨 ≥80%) | 별도 카테고리 — 최고 단가 | 포함 | 20년 |
| 500 kW 이하 | 도시가스 도매가 + 메탄 감축 보너스 | + α | 20년 |
| 500 kW 초과 | 도시가스 도매가 + 축소된 보너스 | + β | 20년 |
이 구조는 두 가지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가장 작은 시설에 가장 큰 우대를 줍니다. 둘째, 분뇨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보조를 받습니다. 음식폐기물·하수슬러지와 차별화해 농가 분뇨가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료가 되도록 설계합니다.
비용 부담 우려에 대한 답
LNG 수입 대체 효과: 바이오가스 5억 N㎥ 생산 시 연 1,812억 원의 LNG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합니다(KDI 나라경제, 2024). 한국은 세계 LNG 수입국 2위로 매년 약 30조 원 규모를 수입합니다.
메탄 감축 사회 편익: 가축분뇨 처리 메탄 배출량은 연 349만 톤(CO₂eq)에 달합니다(기후솔루션·인하대, 2024). 탄소 가격 5만 원/톤 기준으로 연간 1조 원대의 사회 편익이 발생합니다.
처방 ② — 도시가스 그리드 바이오메탄 주입 의무화
처방 ①이 가스를 만들 동기를 제공한다면, 처방 ②는 그 가스가 갈 곳을 열어 줍니다.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연도별 바이오메탄 혼입 비율을 의무로 부과합니다.
출처: KIFC 제안 (덴마크 100% 목표 대비 보수적 설계)
| 장벽 | 한국 현재 | 처방 |
|---|---|---|
| 발열량 기준 | LNG와 동일 기준 — 정제 비용 과다 | 바이오메탄 별도 기준 신설 또는 정제비 보조 |
| 사업자 진입 | 일반도시가스사업자만 공급 가능 | 바이오메탄 생산자 직접 공급 허용 |
| 가격 정산 | 도시가스 도매가에 원가 미반영 | 바이오메탄 가산 단가를 도매가에 명시 |
출처: 가스신문 2020·2024, 에너지신문 2024 — 처방은 KIFC 제안
처방 ③·④·⑤ — 거버넌스·클러스터·수소 연계
처방 ③ 공동에너지화 클러스터: 신규 공동에너지화시설은 반경 30km 이내 농가가 시설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하도록 사업 공고에 명시합니다. 농가는 분뇨 공급량에 비례한 지분을 갖고, 가스 매출의 일정 비율을 분배받습니다. 농가가 자기 분뇨로 만든 가스의 매출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분뇨에 대한 농가의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 구분 | 한국 현재 | 덴마크 모델 |
|---|---|---|
| 시설 운영 주체 | 처리업체 또는 지자체 | 협동조합·농가 컨소시엄 (농가 지분 보유) |
| 농가의 위치 | 분뇨 공급자 (처리비 부담) | 공급자 + 공동소유자 (가스 매출 분배) |
| 비료 환원 | 액비 살포 | 소화액 자동 환원 (계약 농가에 의무) |
처방 ④ 농촌에너지전환위원회: 총리실 산하에 환경부·농식품부·산업부·기재부가 함께 참여하는 부처 횡단 의사결정 기구를 신설합니다.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단일 사업의 인허가·보조금·시장 규제를 한 자리에서 의결합니다. 부처별 의사결정의 충돌이 발생하면 위원회 의결이 우선합니다.
처방 ⑤ 바이오메탄 → 청정수소: 정제된 바이오메탄을 수증기 메탄 개질(SMR)로 전환하면 IRENA·EU가 인정하는 그린수소가 됩니다. 2021년부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5개소로 확대될 예정입니다(가스신문, 2024). 단, 이 처방은 처방 ①~④가 먼저 작동해야 가능합니다.
우선순위 매트릭스와 효과 추정
| 시나리오 | 에너지화 비중(2030) | 메탄 감축 (만톤 CO₂eq/년) | LNG 대체 (억 원/년) |
|---|---|---|---|
| 현행 유지 | 1.3% → 4% | 약 30 | 약 500 |
| 처방 ① 단독 | 1.3% → 12% | 약 80 | 약 1,200 |
| 처방 ① + ② 통합 | 1.3% → 16% | 약 110 | 약 1,800 |
| 처방 ① ~ ④ 통합 | 1.3% → 18% | 약 120 | 약 2,000 |
주: KIFC 시나리오 분석. 실제 효과는 시행 설계에 따라 변동 가능.
맺음말: 다시 세 개의 숫자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처음의 세 개의 숫자로 돌아가봅니다.
같은 2030년인데, 출발점이 다르고 도착지가 다릅니다. 그 격차를 만드는 것은 분뇨의 양이 아닙니다. 격차의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 분뇨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법적 토대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시행된 바이오가스법이 그것입니다. 부족한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분뇨에 대한 정의를 바꿀 결정입니다. 다음 5년, 한국이 결정해야 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 분뇨를 가스로 보는 시장을 만들 것인가.
이 결정이 내려지면, 한국에도 분뇨가 가스가 되는 길이 열립니다.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한국은 30년 후에도 분뇨가 비료가 되는 나라로 남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처방 ① ‘한국형 EEG’의 구체적 단가 설계와 입법 모형을 KIFC 정책 브리프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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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농림축산식품부·축산환경관리원, 가축분뇨 자원화·에너지화 사업설명회 자료(2026)
- 기호일보(2020), 국내 바이오가스 시설 REC 경제성 현황
- 가스신문(2020, 2024), 바이오메탄 도시가스 연계 관련 보도
- 에너지신문(2024), 덴마크 그리드 주입 보조금 구조
- KDI 나라경제(2024), 한국 바이오가스 생산량 국제 비교
- IEA Bioenergy Task 37(2024), Biogas Country Report —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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