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 햇빛은 들어도, 전기는 나가지 못한다 — 영농형 태양광의 진짜 관문

Abstract

영농형 태양광의 진짜 관문, 계통

한국 농지의 영농형 태양광 이론 잠재량은 682 GW(KEEI, 2024). 한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약 145GW)의 4.7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잠재력이 가장 큰 호남에서는 2031년까지 신규 발전사업 허가가 사실상 제한되어 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영농형 태양광 법제화 논의는 농지법·전기사업법 정비에 집중되어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변전소 용량이 포화 상태이면 사업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진짜 관문은 법이 아니라 계통입니다.

발전량이 가장 많은 호남이 신규 진입도 가장 먼저 막혔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첫 번째 역설입니다.

농지가 많은 곳일수록 계통이 막혀 있다

농지 잠재력과 계통 접속 가능성은 역상관 관계입니다. 통계청 2024년 경지면적조사에 따르면 경지면적 상위 4개 시·도가 모두 계통 포화 또는 제한 권역에 속합니다(통계청, 2025).

시도 경지면적(천 ha) 전국 비중(%) 태양광 발전 권역 신규 계통접속 상태
전남27418.21위2031년까지 제한
경북23615.73위동해안 포화
충남21314.12위일부 포화
전북18812.51위2031년까지 제한
경기15210.15위상대 여유
전국1,504.6100.0

출처: 통계청 「2024년 경지면적조사」(2025.02), 한국에너지공단 RECloud(2026.04), 산업통상자원부 발표(2025.07)

전남·전북·충남·경북 4개 시·도가 전국 경지면적의 60.5%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4개 시·도는 한국 태양광 발전이 가장 집중된 권역이자 계통 포화의 진앙이기도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자연 입지와 전력망의 흡수 능력이 정반대로 분포한다는 뜻입니다.

이 역설은 우연이 아닙니다. 한국 전력망은 처음부터 ‘대규모 발전소 → 수도권 산업·도시 소비’를 가정해 설계됐습니다. 농촌은 전력 소비지 말단으로 분류되어 변전소 용량이 작게 설계됐고, 신규 변전소 투자에서도 후순위에 놓였습니다. 농촌의 분산형 생산은 애초에 그 망이 수용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새 부담입니다.

농민의 농지에서 직접 확인하는 법

본인 농지의 계통 여유용량은 한전이 운영하는 공개 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검토하는 농가는 사업 신청 전에 다음 시스템부터 조회해야 합니다.

시스템 URL 제공 정보
한전 사이버지점 — 변전소·주변압기·배전선로 용량조회 cyber.kepco.co.kr 지번 단위 여유용량
한전 사이버지점 — 신재생에너지 접속정보 cyber.kepco.co.kr → 계통정보공개 권역별 접속 현황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RECloud) recloud.energy.or.kr 한전 계통정보 통합검색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epsis.kpx.or.kr 발전·전력거래 통계

출처: 한국전력공사·한국에너지공단·한국전력거래소 (2026.05 접속 확인)

한전 사이버지점은 지번을 입력하면 해당 부지의 변전소·주변압기·배전선로 여유용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항목 모두 여유용량이 0보다 커야 접속이 가능하며, 한 항목이라도 부족하면 사업이 멈춥니다.

변전소 신설은 영농형 사업 일정과 어긋난다

여유용량이 부족할 때 농가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한전 공식 안내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변전소 용량 부족 시 평균 3~6년, 주변압기·배전선로 부족 시 1~3년이 소요됩니다(한전 사이버지점, 2026).

농민이 사업을 시작하려는 시점과 변전소가 준비되는 시점 사이에 평균 3~5년의 시간 간극이 있습니다. 영농형태양광법 통과로 일시사용 허가 기간이 23년으로 연장됐지만, 계통 대기로 초기 수년이 소진된다면 실질 사업 기간이 그만큼 단축된다는 의미입니다.

송전 인프라 자체도 지연이 만성화돼 있습니다. 한전이 2025년 6월 준공 예정이었던 동해안~신가평 고전압 직류송전(HVDC) 건설 사업은 입지선정에 101개월, 공사에 23개월이 추가되어 총 124개월(10.3년)이 지연될 전망입니다(월간수소경제, 2024). 송전선로 단일 사업의 지연이 권역 전체의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묶어 놓습니다.

정부의 대응: 에너지고속도로와 단기 유연접속

정부와 한전은 두 갈래로 대응 중입니다.

중장기: 한전은 2030년까지 내륙·해저 포함 에너지고속도로 13개를 신설해 호남권 재생에너지 수용용량을 2026년 21.3 GW에서 2030년 46.1 GW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입니다(한전, 2025.12). 이 가운데 당초 2031년 준공 예정이던 송전선로 7개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기: 산업부는 2025년 7월 호남권에 2.3 GW 추가 접속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허수 사업자로부터 반납받은 접속 물량 0.4 GW와 송전망 혼잡 시 우선 출력제어를 받는 조건의 ‘배전단 유연접속’ 1.9 GW를 합한 규모입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07).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송전선로 부지 갈등이 변수입니다. 2025년 9월 국가기간 전력망확충법이 시행됐지만, 광주·전남 주민·시민사회 단체들이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를 출범시키는 등 현장 반발은 여전합니다. 둘째, 단기 2.3 GW도 영농형 태양광에 직접 배분되지 않습니다. 영농형은 접속 대기 명단에서 별도 우선 트랙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출력제어를 우선 받는 조건이라 농가의 수익 안정성을 해칩니다.

잠재량과 실현 사이의 가장 큰 격차

KEEI는 한국 농지의 영농형 태양광 이론 잠재량을 682 GW로 추정합니다(KEEI, 2024). 농업진흥지역 6,960 km²와 진흥지역 외 농지 8,800 km²를 합한 15,760 km²의 농지가 그 기반입니다.

이론 잠재량과 현재 보급 사이의 격차는 단지 제도 미비 때문만이 아닙니다. 계통이라는 물리적 관문이 가장 큰 단일 병목입니다. 농지법 일시사용 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늘렸어도, 농지보전부담금을 면제해도, 변전소가 포화면 사업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정책 함의: 6대 과제

영농형 태양광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농지 정책과 전력망 정책이 한 테이블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KIFC는 다음 6대 과제를 제안합니다.

1. 영농형-계통 매칭 데이터셋의 공식 구축·공개 (단기, 1~2년)

농식품부와 한전, 산업부가 공동으로 영농형 적합지 GIS와 한전 계통 여유용량 지도를 시·군 단위로 매칭한 공식 데이터셋을 구축해 공개해야 합니다. 현재는 농가가 사업을 검토할 때 한전 사이버지점에서 지번을 하나씩 조회해야 하고, 정책 결정자도 권역별 매칭 현황을 종합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매칭 데이터셋은 모든 후속 정책의 기반입니다.

2. 농촌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중기, 3~5년)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40조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영농형 집적지에 우선 적용해야 합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직접 PPA(전력구매계약)와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가능해, 농가가 생산한 전기를 인근 산업단지·데이터센터에 직접 판매하는 구조가 열립니다. 영남·호남 평야지대를 시범지역으로 우선 지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입니다.

3. 송변전 설비계획에 ‘재생에너지 수용용량’ 별도 기준 반영 (중장기, 5년 이상)

2년 단위로 수립되는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재생에너지 수용용량’을 독립 평가 기준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현재는 전력 수요 예측 중심으로 망이 설계돼, 농촌처럼 수요가 정체된 권역은 신규 변전소 투자 후순위에 놓입니다. 영농형 태양광이 집적될 권역에는 별도 변전소 투자 트랙을 마련해 신설 일정을 2~3년 단축하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4. ESS·VPP 결합형 영농형 모델 제도화 (단기~중기, 1~5년)

배터리 저장장치(ESS) 결합과 가상발전소(VPP, 분산형 전원을 ICT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 참여를 의무가 아닌 선택적 인센티브로 영농형에 도입해야 합니다. 출력제어를 수용하면서 계통 부담을 분산시키고, 농가에게는 별도 수익을 제공하는 모델입니다. 분산법의 통합발전소 제도와 영농형 보급 정책을 연계해 제도화할 수 있습니다.

5. 접속 보장제도 정비 — 영농형 우선 트랙 신설 (단기, 1~2년)

1MW 이하 발전사업 접속 보장제도는 페이퍼 발전소(허가만 받고 사업하지 않는 명목 발전사) 누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산업부가 2025년 7월 회수한 0.4 GW는 호남권에서만 발생한 허수 물량입니다. 허수 사업자를 정리하고, 영농인이 본인 소유 농지에서 추진하는 영농형 태양광은 접속 우선 트랙으로 분리해 보장해야 합니다.

6. 계통접속 비용분담 합리화 (중기, 3~5년)

프랑스의 S3REnR 제도는 권역별로 재생에너지 망 연계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망 보강 비용을 권역 내 모든 사업자가 분담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망 보강 비용이 후순위 접속 신청자에게 집중되어, 농가 단독 부담이 사업 포기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권역 분담 모델로 전환해야 영농형 농가의 진입 장벽이 낮아집니다.

법보다 망이 먼저다

영농형 태양광 법제화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법만으로는 농지의 햇빛이 전기로 바뀌지 않습니다. 법적 허용 가능성과 물리적 설치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영농형 태양광은 잠재량의 1%도 실현하지 못한 채 정책 실패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농지 정책과 전력망 정책이 같은 테이블에서 설계될 때, 비로소 농촌은 식량과 에너지를 함께 생산하는 공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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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통계청, 「2024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2025.02
  •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영농형 태양광 주요 논의 동향과 시사점」,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4-14호, 2024.07
  •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RECloud) — 권역별 태양광 발전량」, 2026.04
  • 산업통상자원부, 「신규 발전 사업자 계통 접속 재개 계획」, 2025.07
  • 한국전력공사, 「에너지고속도로 추진 계획」, 2025.12
  • 한국전력공사 사이버지점, 「변전소·주변압기·배전선로 용량조회 안내」, 2026.05 접속
  • 월간수소경제, 「분산에너지 활성화 이끌 특별법 본격 시행」, 2024.06
  •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2024.06.14 시행)

References &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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